내일시론

미국 재정 적자가 흔드는 레포시장

2026-07-22 13:0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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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고 대형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는 동안, 금융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인 단기자금시장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업 실적보다 먼저 움직이는 곳은 종종 레포(Repo)시장이다. 최근 오버나이트 레포시장에서 나타난 자금조달 비용의 이상 움직임은 단순한 분기 말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구조적인 재정 적자와 국채 발행 확대, 그리고 유동성 완충장치의 소진이 동시에 만들어낸 경고 신호에 가깝다.

재정 적자와 유동성 고갈이 흔드는 단기자금시장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대표적인 무위험 단기금리인 담보부 익일물 조달금리(SOFR)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설정한 정책금리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분기말을 앞둔 6월 26일에는 SOFR가 연방기금금리 상단을 약 20bp 이상 웃도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분기 말 규제와 결제 수요가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일시적 변동 자체가 아니라 그 충격을 흡수할 유동성 여력이 과거보다 크게 약해졌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 재정 구조의 변화가 있다. 미국의 연간 재정 적자는 약 2조1000억달러에 이르고 국가부채는 이미 39조달러를 넘어섰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된 단기국채(T-Bill) 잔액 역시 약 6조60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민간의 현금은 재무부 일반계정(TGA)으로 이동하고, 그만큼 금융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순환하는 준비금은 감소한다. 국채 공급은 늘어나는데 이를 떠받칠 현금은 줄어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시장의 완충장치가 사실상 소진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한때 2조5000억달러를 웃돌던 연준의 역레포기구(ON RRP) 잔액은 최근 약 64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 2019년 레포시장 불안 당시에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남아 있던 대기성 유동성이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했지만, 지금은 활용 가능한 완충 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여기에 연준의 양적긴축(QT)으로 준비금까지 점진적으로 줄어들면서 국채 발행 부담은 민간 금융기관과 국채 딜러의 대차대조표가 직접 떠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레포시장의 긴장은 단순한 금리 변동이 아니라 금융 중개 기능의 부담 증가를 의미한다. 대형 딜러들은 제한된 대차대조표 안에서 국채를 소화해야 하고, 그 결과 단기자금 조달 비용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역시 최근 준비금 환경이 과거의 ‘풍부한 유동성 체제’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으며, SOFR의 상방 압력과 상설레포기구(SRF) 이용 증가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부담은 대형은행보다 지역은행에 더 크게 집중된다. 대형은행은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과 거래 규모를 활용해 단기금리 상승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지만, 지역은행은 조달금리 상승이 곧바로 순이자마진(NIM)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연준의 시니어 론 오피서 설문(SLOOS)은 은행들이 이미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기업 신용공여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용공급이 위축되면 중소기업 운영자금과 상업용 부동산 차환이 어려워지고, 이는 실물경제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같으면 연준은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금리를 인하해 단기자금시장의 긴장을 완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연준 목표를 웃돌고 있으며,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은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송비의 변동성을 높여 공급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남겨두고 있다. 유동성을 보강하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긴축을 유지하면 준비금은 더 줄어든다. 금융 안정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연준의 정책 운신 폭은 이전보다 훨씬 좁아졌다.

연준의 좁아진 선택지, 신용 경색은 실물경제로 번진다

금융위기가 다가올 경우 대개 단기자금시장부터 흔들린다. 2019년 미국 레포시장 경색도, 2023년 지역은행 위기도 모두 자금시장의 작은 균열이 먼저 나타난 뒤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주가지수는 현재를 반영하지만, 레포시장과 SOFR는 미래의 유동성을 먼저 반영한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경고는 단순한 단기금리의 변동이 아니다. 미국의 구조적인 재정 적자가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금융시스템의 배관인 레포시장이 막히면 가장 늦게 반응하는 것은 주가지수지만, 가장 먼저 대가를 치르는 것은 결국 실물경제다.

박진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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