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미들, AI 인프라주로 이동
빅테크 대신 반도체·전력주 매수 … 미 증시 공매도 잔액은 사상 최대
월스트리트저널(WSJ) 1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알파벳,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7’ 주식 매수를 줄이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은 그동안 미국 증시와 AI 상승세를 이끈 7개 대형 기술주를 뜻한다.
대신 개인 자금은 SK하이닉스와 인텔, 반도체 설계기업 마벨테크놀로지,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에퀴닉스 등 AI 인프라 관련주로 향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메모리와 냉각장치,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에서 다음 주도주를 찾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7월 들어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가장 많이 산 마이크로소프트도 52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인텔에는 1억9400만달러, AI 클라우드 기업 아이렌에는 5600만달러가 유입됐다.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올해 시장 수익률을 웃돈 종목은 2개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이후 19% 하락한 반면 애플은 23% 올랐다. 7개 기업이 여전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 중소형 AI주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시타델증권에 따르면 5월과 6월 개인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2024년 평균의 두 배를 넘으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온라인 투자 플랫폼 이토로의 미국 투자·옵션 분석가 브렛 켄웰은 개인투자자들이 “비유적으로나 실제로나 돈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 관련주를 추격 매수하는 위험도 커지고 있다. 중국 문샷AI의 새 모델 공개로 기술주가 흔들린 지난 17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6% 하락했다. 최근 고점 대비 낙폭도 20%를 넘어 약세장에 진입했다. AI 투자 비용에 비해 매출과 생산성 개선 효과가 충분한지를 확인하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미국 증시의 공매도 잔액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되사 차익을 얻는 거래다.
S&P500 구성 종목의 유통주식 대비 공매도 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3.79%에 근접했다. 미국 증시 전반을 담은 러셀3000 종목의 비율은 6.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주식의 공매도 비율도 6월 말 9%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 코로나19 사태 당시 약 6%보다 높다.
다만 이를 헤지펀드 전체의 일방적인 하락 베팅으로 보기는 어렵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최근 미국 개별 종목의 공매도 포지션을 3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되갚았다. 시장 전체로도 매수 포지션이 공매도의 약 두 배다.
조지프 살루치 테미스트레이딩 공동 주식거래책임자는 “공매도 증가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보여준다”며 “AI 지출과 반도체주의 큰 폭 상승이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웠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