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란전 비용 벌써 55조원
국방예산 ‘고갈 경고등’
백악관 99조원 추가 요청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과의 전쟁에 “현재까지 375억달러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금액에 지금까지 실제 지출된 비용뿐 아니라 오는 9월 30일 회계연도 종료 때까지 예상되는 추가 운영·유지비와 군인 급여 등 일부 비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지난달 의회에 보고한 약 300억달러보다 75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이란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중동 내 미군기지 재건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전·현직 당국자와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쟁부가 이란전 장기화로 예산 고갈 위기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으며 일부 핵심 예산은 수주 안에 소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동에 대규모 항공기와 군함을 투입한 해군과 공군의 경우 올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일부 예산이 이달 말이면 바닥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 부족 때문에 전투태세 유지를 위한 일부 훈련이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으며 장비와 시설 유지·보수에 배정된 자금도 전쟁 비용으로 돌려 쓰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전쟁부는 최근 훈련과 무기 구매 등에 책정된 43억달러를 더 시급한 용도로 재배정할 수 있도록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오는 10월 1일 시작되는 2027회계연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섰다. 백악관이 의회에 요청한 추가예산 876억달러 가운데 약 670억달러(약 99조2300억원)가 전쟁부 관련 예산이다. 헤그세스 장관도 청문회에서 이 같은 규모가 “대체로 맞는 수치”라고 확인했다.
하원은 백악관 요청액보다 많은 730억달러 규모의 신규 국방 지출안을 표결할 것으로 전망되며, 공화당은 일부 예산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예산조정 절차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예산안의 의회 통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반대 여론에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겹치면서 의회 내 이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부가 지난해 확보한 예산 가운데 아직 약 750억달러가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 지원 논쟁의 쟁점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자금에 대해 “우리 군을 재건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계획과 사업에 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란과의 휴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무력 충돌이 이어질 경우 미국의 전쟁 비용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