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 박차
정부, 7000억원 맞춤 지원 … 여천NCC·롯데·한화·DL 자구안 제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에서도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여수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최종 승인하고 금융·세제·인허가·연구개발(R&D) 등을 망라한 7000억원 이상의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 공급과잉 해소와 고부가산업 전환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2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여천엔씨씨(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제출한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하고 관계부처 합동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재편은 2월 대산지역 1호 프로젝트(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에 이어 두 번째 석유화학 구조개편 사례다.
사업재편안은 중복설비를 통합해 공급과잉을 줄이고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각각 보유한 폴리에틸렌(PE), 접착·도료용 수지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현물출자하고,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PE·PP 등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여천NCC와 통합한다. 이를 통해 신설 통합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도 병행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각각 2725억원씩 5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여천NCC 부채를 상환한다. 아울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배관·인프라 구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 등에 2532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등 기업들은 총 8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과 사업재편 투자를 추진한다.
정부는 기업의 구조개편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7000억원 이상의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가동한다. 지원은 △금융·세제 △원가 절감 △제도 개선 △지역경제 및 고용 △기술개발 등 전 분야를 아우른다.
우선 채권금융기관은 설비통합과 고부가 전환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기존 협약채무의 상환을 유예한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입보험료를 최대 30% 할인하고 보증한도를 최대 두 배까지 확대하는 등 2000억원 규모의 수입보험 지원에 나선다.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8월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세제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기업 분할·합병과 자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와 지방세 부담을 완화한다. 자산매각에 대한 과세이연 기간을 기존 ‘4년 거치·3년 분할납부’에서 ‘5년 거치·5년 분할납부’로 늘리고,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는 75~100% 감면된다.
원가절감과 규제개선도 병행된다. 정부는 2026년까지 수입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사업재편 기간동안 열 공급구역 중복금지 규정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지역경제와 고용 안정 대책도 담겼다. 정부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재직자 직무전환 훈련비를 지원하고 지역투자촉진보조금 지원한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와함께 중장기 핵심 R&D 과제 3건(248억원)을 올해부터 신속 지원하고, 고부가 첨단 화학소재 개발과 탄소 감축 공정혁신을 위한 대규모 R&D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재편으로 3년 동안 여천NCC의 에틸렌 생산설비 2기(139만톤 규모)와 일부 범용제품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해 공급과잉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의료용 LDPE와 점접착제용 POE 등 고부가·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이 예상된다. 통합 운영에 따른 효율성과 자구노력을 통해 적자구조를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사업재편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도 책임감을 갖고 지원하겠다”면서 “대산과 여수에 이어 울산에서도 사업재편 논의를 신속히 추진해 우리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