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체율도 급등…생산적 금융 본격화에 상승폭 확대 전망
은행 연체율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높아
5월 신규연체 3.3조 … 올들어 누적 14.7조
‘빚투’에 5대 은행 기타대출 목표치 2.4조 초과
국내은행 연체율이 9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우주항공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신 확대와 건전성 관리를 병행해야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모두 상승하며 특정 기업이나 업종이 아닌 기업대출 전반으로 건전성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연체 발생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월 한달 동안 새롭게 발생한 연체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월(2조9000억원)보다 4000억원 늘었다. 올해 1~5월 누적 신규 연체액은 14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최근 들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5월 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27%로 202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한달 만에 0.05%p, 1년 전과 비교하면 0.12%p 상승하며 단기간 상승세가 뚜렷했다. 2년 전인 2024년 5월말 0.0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폭이 매우 가파르다.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는 대기업보다 한층 두드러진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다시 1%대로 올라섰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도 1.11%로 2017년 5월 이후 최고치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자금 사정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0.8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만큼 가파르지는 않지만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보다 0.03%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로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에 기타 가계대출 연체율은 0.90%까지 올라 신용대출 등 비담보대출 연체 증가세가 뚜렷했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 본격화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 및 금리 상승 등의 여건 변화를 고려해 연체율 상승세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이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 및 충분한 자본·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억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타대출은 3조4658억원 증가해 당초 관리 목표치(1조924억원)를 약 2조4000억원 초과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이른바 ‘빚투’ 수요가 몰리면서 목표치의 3배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목표(856억원)의 8.9배인 7599억원, 우리은행은 목표(1310억원)의 8.2배인 1조696억원의 기타대출을 취급했다. 신한은행도 목표(1058억원)의 6.7배인 7088억원, KB국민은행은 목표(5950억원)의 약 2배인 1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1750억원 증가 목표와 달리 2525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은 수요를 통제하기 쉽지 않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규모가 크고 한도 조정이나 취급 기준 강화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주요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신규 접수를 일시 중단하거나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4.9%) 전망치의 절반 이하인 1.5%로 정했다.
이양수 의원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서민과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실수요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