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정책 경쟁 사라지고 비방전만
김·정, 분열주의 논란에 ‘신천지 개입설’로 갈등
‘686 꼰대’ 신경전도 … 전당대회 후 통합 우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상호 비방전으로 흐르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비경선 시작과 함께 이재명정부와의 신뢰 강도를 놓고 벌이던 논쟁을 넘어 신천지 개입설까지 나왔다. 당권주자들이 공개 일정마다 정책 대신 상대 흠집 내기에 주력하면서, 계파 갈등 수준을 넘어선 ‘진흙탕 공방’이 전당대회 이후 당내 통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명 분열주의”“습관성 비난” 공방 = 김민석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는 과거 언행과 당내 분열 책임을 두고 거친 공방을 이어갔다.
21일 서울시의회 초청 간담회에서 김 전 총리는 “반명(반이재명), 분열주의, 신천지 ‘3자 연합’을 깨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정 후보가 “반명 분열주의를 얘기하는 것이 반명 분열주의”라고 맞서자 이를 재반박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 사람 누가 저를 반명으로, 분열주의자로 보겠나”라며 “당 대표와 대통령의 관계는 능력 대 능력, 신뢰 대 신뢰의 관계”라며 “저는 우리 이재명 대통령님과 이해찬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님과 맺었던 것 같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김 후보가 당 대표 경쟁 상대였던 이 대통령을 비판한 인터뷰 기사를 소개하며 “이재명 의원을 공격하듯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당 대표에게 있는 양 (저를) 공격하는 것은 습관이고 버릇”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표도 1 대 1이고 싸움도 1 대 1로 했으면 좋겠다”며 ‘언더독’(약자)으로서의 본인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어 “동지의 언어가 필요하다”며 “우리부터 똘똘 뭉치고 단결해야 외연 확장도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두 당권주자는 전당대회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립해 왔다. 김 전 총리는 정 전 대표 체제를 겨냥해 “앞으로 2년을 지난 1년처럼 또다시 명청대전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채울 것이냐”고 공격했고, 정 전 대표는 “민주당에 입당한 이후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1인 1표제와 ‘일편단심 민주당’을 앞세워 김 후보를 견제했다. 당권주자 간 세대·이력을 둘러싼 감정싸움도 불거졌다. 김보미 전 군의원은 21일 서울시의회 정견발표에 앞서 송영길 의원이 의장실 접견 자리에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을 문제 삼아 언성을 높였다며 “686 꼰대의 현실”이라고 SNS를 통해 공개 비판했다.
◆전당대회 신천지 개입설 공세 = 신천지 신도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일 때 추진되던 ‘통일교·신천지 특검’이 무산된 것에 집중 공세를 폈다. 김 전 총리는 20일 합동연설회에서 신천지 개입설을 거론한 후 21일 방송 인터뷰와 간담회에서도 잇따라 언급했다. 신천지 신도들이 국민의힘에 집단적으로 가입한 정황이 있는 만큼 민주당에도 당원으로 들어와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김 전 총리가 정 전 대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친명 성향 지지그룹 안에서는 정 전 대표와 신천지를 연결하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019년 서울 마포구 ‘평화의 노벨길 명명식’에 참석해 찬조 발언을 한 것을 근거로 든다. 송영길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했다며 “2021년 국힘 대선 경선에서 신천지 개입이 없었다면 윤석열이 아닌 홍준표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나누었다”면서 “몇 가지 크로스 체크를 한 후 방송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이런 황당한 네거티브가 먹힐 거라 생각하는가”라며 “바로 법적 조치 들어간다”고 적었다. 2019년 행사 참석과 관련해선 “지역구 행사로 노벨의 거리 비석 제막식에 참석한 것이고, 당시 구윤철 기재부 차관도 축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신천지 특검 무산과 관련해서는 “당시 특검이 여러 개라 파견 검사가 부족하니 신천지·통일교 수사는 합동수사본부, 경찰에서 수사하자고 당·정·청이 조율했다”고 반박했다.
당권 주자뿐 아니라 정 전 대표, 김 전 총리와 가까운 최고위원 출마자들도 SNS를 통해 거들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건태 의원은 “신천지 전대 개입은 단순한 ‘설’로만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신천지 전대 개입(집단당원가입) 제보센터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최민희 의원은 김 전 총리의 신천지 개입 근거 주장에 대해 “깜놀”이라며 “즉시 근거를 공개하고 신천지 개입을 선제차단 하자”고 했다.
가뜩이나 계파 갈등이 전면화된 상황에서 휘발성 높은 종교의 정치개입 의혹이 더해지면서 당권 주자의 상호비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당 안에서는 23일 예비경선 결과 발표 후 권리당원 투표율 등이 공개되면 투표율 확대 등을 노린 공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파 갈등의 후유증이 남아 국정 뒷받침 역량과 총선 대응 체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