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의 미래, 공정한 부담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큰 병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마주할 수 있다. 그 순간 경제적 형편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 곁을 지켜주는 것이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단순한 보험제도를 넘어, 국민 모두가 서로의 건강과 삶을 함께 지키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안전망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중증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꾸준히 높여 왔다.
동시에 과도하게 보상된 CT·MRI 등 검사 분야의 수가구조를 개선하고, 약품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약가 관리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등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의약계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국민이 의료비 걱정 없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책무다.
건보 보장성-재정 안정성 마련 중요
건강보험이 앞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보장성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재정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핵심은 누군가에게 보험료를 더 걷는 것이 아니라, 부담능력에 따란 공정하게 부담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부담 능력이 큰사람은 더 많이, 같은 부담능력을 가진 사람은 같은 수준으로 부담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그동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제 부담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 보험료 상한액이 소득 수준에 비해 낮아 소득비례 부담 원칙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다는 지적, 그동안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았던 일용근로소득에도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지역가입자는 소득 전체에 보험료가 부과되는 반면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에는 2천만원 공제가 적용되는 차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특정 계층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는 소득이 있어도 보험료를 내지 않고, 누구는 비슷한 형편인데 가입자격 때문에 더 부담한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는 지속되기 어렵다. 반대로 다양한 소득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가입자간 형평성을 높인다면 국민은 자신의 부담이 모두를 위한 공정한 기여임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지켜질 수 없다. 정부의 책임있는 재정지원, 의료비 지출의 효율적 관리, 그리고 부담능력에 비례한 공정한 보험료 부과체계가 함께 할 때 비로소 확보된다. 안정적인 재정과 공정한 부담은 서로를 뒷받침하는 두축이다.
공정한 부담, 모두의 약속
건강보험은 지금 세대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미래세대까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공정한 부담은 누군가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건강보험을 함께 지켜가기 위한 책임있는 약속이다. 안정적인 재정과 공정한 부담이 함께 할 때 건강보험은 미래에도 국민이 가장 먼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을 것이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