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환율과 관세 문제, 비자 및 취업 문제 등 복잡한 세계 정세와 맞물려 대표적인 유학 선호국이던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 유학에 대한 수요가 주춤한 상태다. 한때 인기 있던 중국어권 유학 역시 좀처럼 과거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적이고 졸업 이후 취업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일본 유학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인 환율과 높은 취업률 일본 유학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정서적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은 과거부터 꾸준하게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한동안은 유학 선호국으로 대표되는 미국이나 인기 유학지로 떠오른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에 밀려 선호도가 다소 밀리기도 했던 게 사실. 그러나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환율과 외국인 유학생 차별 문제, 비자 및 취업 제한 등의 이슈들로 인해 다시 일본 유학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높아진 일본 유학 수요는 실제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 4월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5월 1일 기준으로 일본 내 전체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33만6천708명을 기록했다. 2019년에 최초로 유학생 수 30만 명을 돌파한 후 코로나 기간이던 2022년까지 23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2023년 28만 명으로 반등한 이후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표 1). 모닝에듀어학원 박재천 원장은 “환율이 1천 원대 이하인 엔저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어 영미권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유학 비용 부담이 적다 보니, 일본 유학을 적극 고려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과거에는 애니메이션, 제과제빵, 디자인 등 전문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2년제 전문학교로의 유학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본 내 명문대학이나 의·치·약대 등 의약학 계열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일본 정부를 비롯해 각 대학들도 유학생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라 입학뿐 아니라 장학금 측면에서도 유학생에게 유리한 부분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많은 학생이 일본 유학을 고려하는 주요 이유 중 또 하나는 높은 대졸자 취업률이다. 2024년 5월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대졸자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취업 의사가 있는 4년제 대학 졸업자 중 98.1%가 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2023년의 97.3%보다도 높아진 수치이다. 인문계 97.9%, 자연계 98.8%로 우리나라와 달리 전공 계열에 따른 취업 유불리가 거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어, 국적을 불문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이 많고 외국어 능력이나 다양한 배경을 갖춘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추세라 외국 국적자라도 취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다. 박 원장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비자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유학 후 졸업을 해도 현지 취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 내 대학 졸업자의 경우 외국 국적자라도 본인이 희망한다면 거의 100% 일본에서 취업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일본 내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점 또한 한국 유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에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조언한다. 다양한 유학생 입학 전형 중 나와 잘 맞는 전형 찾기 가장 대표적인 일본 유학 전형은 EJU(Examination for Japanese University for International Studies) 전형이다. EJU는 유학 희망자를 대상으로 일본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일본어 능력 및 기초학력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으로, 대부분의 국립대학을 비롯해 일본 대학의 과반수가 유학생 입학 전형에 EJU를 활용한다. EJU 시험은 1년에 두 번, 6월과 11월에 치러진다. 시험 과목은 일본어와 기초학력이며, 유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모집 요강에서 지정하는 수험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면 된다(표 2). EJU 성적 우수자는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 장학금인 ‘문부과학성 사비 외국인 유학생 학습 장려비(매월 4만8천 엔)’를 신청할 수 있다. EJU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아무래도 그 수가 한정적이다. 그러므로 의약학 계열이나 명문대 이공 계열 등 인기 대학·전공으로 유학을 희망한다면 일본의 수능 시험인 ‘대학입시센터시험’과 대학별 본고사로 나뉘어 치르는 일반 전형을 같이 준비하는 편이 유리하다. 일본 국공립대는 대체로 사립대에 비해 입학이 어려운 편으로, 1차 센터시험과 2차 본고사를 모두 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높은 수준의 일본어로 치러야 하는 센터시험은 외국인이 일본 학생과 경쟁해 고득점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일반 전형으로 국공립대에 합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사립대는 영어, 수학, 과학, 면접, 소논문 등 대학별로 각기 다른 본고사를 거쳐 선발하기에 본인이 강점 있는 과목의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을 잘 찾는다면 유학생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유학 경비가 부담된다면 문부성 국비장학생 전형을 주목하자. 국비장학생 전형에 합격하면 일본 내 국립대학에서 학비와 실습비를 면제받고 매달 12만 엔의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매년 6~8월 사이에 시험이 치러지며 성적에 따라 문과·이과 등 계열별로 각각 장학생을 선발한다. 시험 과목은 문과 계열은 영어·일본어·수학, 이과 계열은 화학·물리·생물 중 한 과목과 영어·일본어·수학이다.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1년간의 어학연수를 거쳐 성적에 따라 도쿄대·교토대 등 국립대학에 배정된다. 영어 실력만으로 일본 유학을 준비할 수도 있다. 2009년 13개 명문대학을 선정해 일본 대학의 국제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시작한 ‘Global 30(G30)’ 전형은 대학 4년간 영어로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코스로, 입학 시 일본어 성적이 필요 없다. 토플(TOEFL)·아이엘츠(IELTS) 등 공인 영어 성적 중 하나, SAT·IB(International Baccalaureate)·ACT·GCE Advanced Level·우리나라 수능 성적 중 하나를 각각 제출해 종합 평가 후 학생을 선발한다. 일부 대학은 토플 점수만으로도 지원할 수 있다. G30 전형으로 진학하면 일본의 학제 시작 시기인 4월이 아닌 9월에 입학하게 되며, 졸업 후 영미권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일본 내 대기업에 취업하는 데 유리하다. 영어 전형으로 입학하더라도 일본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본 이상의 일본어 실력은 갖춰야 한다. 일본 의약학 계열 유학을 준비한다면 우리나라와 다른 입시 환경 이해가 필수 최근 해외 대학 의약학 계열로의 유학 수요가 상당하다. 특히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보유한 의료 선진국으로 교육 환경 역시 잘 갖춰져 있다. 일본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일본 현지에서 취업이나 개업이 모두 가능하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것 또한 장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수가가 보장돼 특정 전공과 쏠림 현상도 없는 편이라 적성에 따라 진료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의대에 대한 인기와 수요는 높다. 수의대 역시 전국적으로 개설 대학이 많지 않아 일본 내 인기 학부로 손꼽힌다. 하지만 입시 환경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다. 일단 각 지역 의대는 그 지역의 자부심으로 여겨지며 졸업 후에도 해당 지역 내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립대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게이오대를 제외한 상위권 대학에는 의대가 없고, 의료특화대학이나 중하위권 대학에 의대가 설치돼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의약학 계열 입시가 상위 1% 속 치열한 경쟁이라면 일본은 대체로 상위 15% 이내 성적이면 의약학 계열 진학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의대는 입시 과정에서 성적뿐 아니라 의사로서의 가치관이나 인·적성 등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으로, 사립대의 경우 유학생도 일반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일본 사립대 의대 학비는 졸업까지 6년간 대략 2천만 엔(약 2억 원) 정도로, 1년 학비만 1억 원에 달하는 영미권 국가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나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높다. 일본 치대·약대 입시는 그 위상이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다. 일본에는 ‘편의점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치과가 많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자연히 치과의사의 수입 또한 엄청난 고소득을 기대하기 힘들기에 국공립대와 일부 명문 사립대 치대를 제외하면 입학이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약대 역시 전국적으로 설치 대학이 많다 보니 입학 경쟁이 아주 치열하지는 않다. 일본 치대·약대는 의대와 달리 면허 취득 후 외국 국적자 신분으로 개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내 취업은 거의 100% 가능하며, 일본 면허 취득 후 한국으로 돌아와 면허 예비시험을 거쳐 국가고시에 합격해 한국 면허를 획득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입시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고 해서 일본 의약학 계열 유학을 결코 만만히 볼 수는 없다. 박 원장은 “의대나 치·약대는 입학도 어렵지만 입학한 후에 해내야 할 공부량이 어마어마하다. 궁극적으로 면허 취득이 최종 목표이므로 어느 학교를 가느냐보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느냐가 관건이다. 입시뿐 아니라 졸업과 면허시험 합격을 위해서는 수학이나 과학, 영어 성적뿐 아니라 일본어 실력도 뛰어나야 한다. 학생 혼자 힘으로 가능한 목표 대학 레벨을 정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입시 전형을 찾아내 유학을 준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풍부한 입시 데이터와 합격 경험을 보유한 유학 업체를 선정해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취재 김원묘 리포터 fasciner@naeil.com 도움말 박재천 원장(모닝에듀어학원) 자료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or.kr)
인류의 진정한 행복 위한 물리학자 꿈꿔요 중학교 시절, 세현씨의 꿈은 로봇기계공학자였다. 끊임없이 질문이 떠올랐고 깊게 파고들수록 물리학의 거대한 세계에 빠졌다. 비눗방울은 왜 알록달록할까? 어떤 물리학 원리로 터지는 걸까? 익숙한 현상조차 새롭게 보였고 본질을 파고드는 과정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기초 물리학을 최종 진로로 결심한 이유다. 일편단심 물리학을 향한 그의 올곧은 여정을 들어봤다. 수없이 질문 던지며 <미적분> <물리학Ⅰ> 통해 현상 오류 탐구 진로를 기계공학에서 기초 물리학으로 굳히게 된 계기는 가랑비에 옷 젖듯 접했던 책과 영상이었다. 그중 1학년 과학탐구 동아리에서 접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파이트 사이언스(Fight Science)>는 물리학에 빠져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쿵푸·가라테 같은 무술의 타격감, 속도, 무기 사용 동작을 고속 카메라, 센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물리학적으로 분석해 무척 흥미로웠어요. 기초 학문을 깊이 있게 배우면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걸 깨달았죠.” 어릴 적부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데 흥미를 느꼈다는 세현씨. 그의 곁에는 아무리 엉뚱한 질문을 해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덕분에 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질문하는 습관이 생겼다. 1학년 <통합과학> 시간에는 영화 <마션>을 보고 ‘화성에서 습도와 온도를 맞춰 감자를 재배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스스로 답을 찾은 결과, 화성의 붉은 토양엔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독성 화학 물질이 있어 정화 과정 없이는 식량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현씨는 여기에 물리학을 접목한 가설을 세워 해결 방안까지 제시했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현상의 오류와 모순 가능성을 살피는 일은 습관이 됐다. “팝업 알림창처럼 수업 시간에도 연관 질문이 수시로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미적분> 시간에 가속도를 배울 때 물리학의 ‘전자의 전이’가 떠오르면서 두 개념 사이에 모순은 없는지 의심했죠.” 세현씨는 이를 토대로 <물리학Ⅰ> 시간에 보어의 전자 모형에서 전자가 궤도 사이를 순간 이동하면서 속도가 무한대가 되는 오류를 지적하고, 고전 개념의 위치와 미시 영역에서 사용하는 확률적 위치의 차이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다. 3학년 동아리 탐구 활동 시간에는 비눗방울이 다양한 색을 띠는 이유와 비눗방울이 터지는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박막 간섭 현상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비눗방울의 두께를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실험 방법을 고안하고, 이 변화를 농도별로 나누어서 그래프로 구현해냈다. 세현씨가 고등학교 3년 동안 만든 발명품도 여럿이다. 교실 문을 고정하기 위해 나무젓가락으로 문 거치대를 제작했다. 친구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업그레이드했다. 페트병과 병뚜껑을 재활용해 대기압의 압력 차를 활용한 미니 청소기도 만들었다. 면적과 흡입력의 차이를 고려해 흡입구를 재설계하고, 필터의 문제점을 발견해 재료도 바꾸어봤다.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정말 짜릿했어요. 불편함을 하나씩 개선해가는 경험은 큰 의미가 있었죠.” 뭐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낸 덕분에 생긴 별명은 ‘에디슨’. 하지만 세현씨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물리학자 나세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한다. 물리학 도서 탐독하며 물리학의 역할 고민 세현씨의 학생부 곳곳에는 단연 물리학과 관련된 도서가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기초 물리학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준 책은 어려운 대학 물리 개념을 이야기로 쉽게 풀어낸 <물리 오디세이>였다. “고등학교에서는 태양 흑체의 온도에 따른 색깔 변화만 배우는데, 이 책은 양자역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했더라고요. 이론만 배우고 그냥 넘어갔던 내용이 하나둘 겹쳐지며 뒤늦게 궁금증이 풀렸어요.” 기초 물리학의 연구 방향을 잡아준 책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였다. 기술과 과학이 극도로 발전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억압하는 세상을 간접 경험하면서 물리학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원자폭탄을 만든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를 다룬 <오펜하이머>는 인류의 궁극적인 행복과 안전을 지향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원자폭탄의 끔찍한 피해를 보고 자신의 연구를 후회하게 된 오펜하이머를 과연 위대한 물리학자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저는 과학적 호기심과 지식의 진보만을 좇으며 물리학을 연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세현씨는 고등학교 시절의 탐구 활동을 대학 입학 후 도서관에서 찾은 물리학 전공 서적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서는 공식을 암기해 정답을 찾았다면, 대학에서 배우는 물리는 이론을 깊이 이해하고 직접 증명하는 과정이 중심이라 훨씬 더 재미있어요.”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탐구 활동을 할 때 대학 전공 서적을 미리 접해봤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료를 찾을 때 참고 문헌에 나온 대학 전공 서적을 살펴보거나, 국회 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 혹은 중고 서적을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일상과 밀접한 응집물질 물리학자가 꿈 세현씨는 수능 준비에 별도로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을 생각하고 학교 내신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시를 목표로 하더라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과 정시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현씨는 응용과학보다 순수물리학에 집중해 네 곳은 물리학과, 두 곳은 물리교육과에 지원했다. 본격적으로 전공 과목을 배우게 될 2학년이 기대된다는 세현씨.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응집물질 물리학이다. “핵 물리학이나 천체 물리학에 비해 고체와 액체를 다루는 응집물질 물리학은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반도체, 초전도체, 나노소재 등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실험·개발하는 응용 물리학이나 공학 기술 개발의 기초가 되죠. 졸업 후에는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앞으로 물리학으로 인류의 올바른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지난 14일과 15일, 서울과학기술대가 ‘2025 전공박람회’를 개최했다. 박람회에는 총 34개의 학과와 부서가 참여했다. 전공 부스와 함께 운영된 비교과 프로그램 부스는 전공별 교육과정, 진로 방향, 연계 융합과 학생 설계 전공에 대해 안내했다. 재학생과 교수진은 학생들에게 전공 경험을 공유했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이번 전공박람회가 특히 전공 선택을 앞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진로 설계의 방향을 제시해준 유익한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삼육대와 남원시가 지역 연계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삼육대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가 운영하는 ‘그린빈 카페-지구를 담은 한 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친환경적 가치와 지역 상생을 주제로 지역 현장을 탐방하고 브랜드 기획과 창업 과정을 체험한다. 제해종 삼육대 총장은 “남원시와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쌓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AI 대학 신설… 첨단 학문 집중 육성 자긍심 줄 대학으로 거듭날 것” 최근 대학 입학가의 관심은 2028 대입에 쏠려 있다. 내신 5등급제 전환, 고1·2 과목 위주의 수능 개편으로 종전의 선발 방식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여기에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와 산업 개편은 대학 교육 전반에 혁신을 요구한다. 지난해 7월 숭실대 입학처의 수장으로 부임한 장성연 입학처장 역시 당면 과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개교 128주년을 맞이한 숭실대의 새로운 비전을 이끌어갈 학생을 선발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를 만나 숭실대의 비전과 신입생 선발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숭실대는 최근 첨단 분야,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인상인데? 2024학년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정보보호학과를 새로 개설했다. 계약학과로 매해 20명씩 선발 중인데, 입학생 전원은 2년 동안 전액 등록금을 지원받는다. 2학년을 마친 후 별도 전형을 거쳐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졸업 시까지 추가 전액 등록금, 생활지원금, 모바일 통신 요금 등을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 ‘입사 기회’도 주어진다. 지난해 2번째 신입생을 뽑았는데 정시 수석을 배출하는 등 우수한 인재가 많이 지원하고 있다. 정보보호는 첨단 산업이 발전할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분야이고, 취업 연계형 학과라는 점에서 관심이 큰 것 같다. 또 AI대학을 신설해 AI소프트웨어학부에서 2026학년 신입생을 모집한다. AI융합학부와 소프트웨어학부 등 단과대별로 흩어져 있는 AI 관련 교육과정을 한데 모아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재편한다고 보면 된다. 학과 구분 없이 트랙제처럼 2학년까지 기초 수학 및 응용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고 3~4학년 때 소프트웨어전공, 정보보호전공, 인공지능전공, AI시스템전공 등 4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역량을 심화할 수 있다. 특히 정보보호전공의 경우 정보보호학과와 같은 교수진이 동일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라 학생들에게 계약학과로 입학하지 않아도 유망 분야에서 역량을 쌓을 기회를 줄 것이다. 전공 유수 기업과 협력해 학점 인턴제(최대 6학점 인정)를 실시하는 등 현장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첨단 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사회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대학도 변화를 요구받는다. 알다시피 숭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전자계산학과(1970년)·인공지능학과(1991년)·정보과학대학(1996년)·IT대학(2005년) 등을 설립했다. IT 분야를 선도해온 만큼 AI 역시 숭실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한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위해 대학 교육 또한 혁신하는 것이 숭실대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Q. 지난해 자유전공학부를 처음 선발했다. 전형 결과와 향후 운영 방안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우수자) 47명, 정시 392명 등 총 439명을 선발했다. 2학년 진급 시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스포츠학부, 선취업후진학학과, 계약학과 외에는모두 지원할 수 있는 ‘유형 1’이었다. 인문과 자연으로 계열을 분리해 모집했는데, 인문 계열 합격자의 수시 평균 등급은 2.04, 정시 평균 수능 점수(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기준)는 85.7로 수시·정시 모두 가장 높게 형성됐다. 자연 계열도 전체 모집 단위에서 중상 정도에 위치했다. 정시 충원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덜 돌았다. 정시에서 인문 계열은 수학보다 국어·탐구·영어의 반영 비율을 높게 책정했고, 자연은 수학을 크게 반영하면서 지원자가 자연스럽게 분산됐다고 본다. 이는 향후 전공 선택 시에도 어느 정도 쏠림 현상을 완화할 장치가 될 것 같다. 입학 직후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자신의 역량이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전공이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입학 후 1년간의 대학 교육이 자유전공학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숭실대는 자유전공학부에 4명의 담임교수를 별도로 배정하고, 다양한 진로 탐색·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전공이수제를 통해 1학년 2학기부터 희망 전공 수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전공이수제란 전공이 잘 맞으면 심화하고, 전공이 잘 맞지 않는다면 복수전공, 부전공, 소전공(마이크로디그리)을 통해 한 학생당 최대 4개 전공까지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24학년 입학생부터 2학년 진급 시 이용할 수 있다. 2025학년에 입학한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한 학기 먼저 제도를 이용토록 해 전공 탐색 기회를 확대하고 본 전공 진입 시 학업 격차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Q. 숭실대는 최근 몇 년간 입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매해 숭실대 입학 전형을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2028학년 대입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보니, 그 전에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전형을 운영하려고 한다. 2025학년 대입에서 종합전형의 면접 비중을 30%에서 50%로 높였고, 학생부교과·논술우수자전형의 인문 계열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2개 영역 합 5등급 이내로 완화하며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했다. 2026학년에도 수시 교과전형의 최저 기준을 ‘2합 5’에서 ‘2합 6’으로 완화한다. 입학 전형을 설계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공정성이다. 수시로 모집 정원의 60%를 선발하는 만큼, 각 전형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종합전형답게 선발하려고 한다. 정성 평가의 평가 기준을 세심하게 세우고, 매해 재검토와 상호 평가를 해 보완한다. 다른 전형에 비해 선발 과정이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합전형 입학생은 학점이 높고 중도탈락률은 낮으며,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가장 가깝다는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가 크다. 2013년 국내 최초로 대학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모의평가 프로그램을 도입해 고교 현장과 소통하는 등 대학 안팎에서 평가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인지 지원율이나 합격선이 매해 상승하고 있다. Q. 대학마다 2028학년 신입생을 어떻게 선발할지 고민이 크다. 숭실대는 어떤지? 아직 여러 방향을 고민 중이다. 알다시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내신이 상대평가 5등급제로 바뀌었다. 대학 입장에선 내신은 현재와 비교해 변별력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또 9개 사회·과학 융합평가 외에는 모두 상대평가인데, 내신 등급만 반영했다간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에 학생 선택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과정과 대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교과 100%를 반영하는 교과전형에서 학생부 정성 평가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교과전형의 종합전형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2027학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서류형을 신설한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전공 관련 탐색도 적극적으로 했지만 면접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학교 입장에서도 새로운 성향의 인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의 경우 성적 자체는 9등급 체계를 유지하나 출제 범위가 고1~2 수준이다. 숭실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자체 평가를 진행해 정시전형을 설계하려고 한다.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수능 위주로, 어렵다면 다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Q. 합격생을 만나보면 대학마다 어느 정도 공통된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숭실대 합격생의 공통점을 표현한다면? 함께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있다. 대학 홍보대사나 일선 고교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도 많고 활동도 활발하다. 단순히 스펙성 활동이라 참여한다기엔 매우 헌신적이라는 평가가 내외부에서 많다. 이런 성향이 졸업 후엔 유지 취업률로 나타난다. 2023년 졸업생 취업률은 70.9%로 졸업생이 1천500명 이상인 전국 대학 중 8위를 기록했다. 2023년 말까지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졸업생 비율을 나타내는 유지취업률도 86.4%로 전국 5위 수준이다. 취업을 하면 오래 재직하는 경향이 있어 일선 기업에서도 숭실대 졸업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기독교 학교로 ‘진리와 봉사’를 강조하는 철학·문화가 학생 선발과 교육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Q. 입학처장으로서의 포부는?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철학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숭실대와 지원 전공에 관심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무엇을 공부할지 생각해본 학생이 대학 공부에 잘 적응하고 사회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수많은 대학 중에서 숭실대를 선택해 입학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면 학생과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를 균형 있게 반영해 지원자와 대학 모두에 이익이 되는 입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대학 역시 학생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다양한 사회 진출 경로를 학생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현 시대 대학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숭실대는 실용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학풍, 공동체를 강조하는 문화 등 숭실대의 강점을 AI 등 첨단 분야와 접목해 한 번 더 도약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리부팅’에 나선 숭실대를 학생들도 눈여겨봐주길 바란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프랑스어를 도구로 문화 외교에 앞장서고 싶어요 언어는 한 나라나 문화권을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외국어고에서 3년 동안 공부한 프랑스어는 외교관을 꿈꾸는 도연씨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불리했던 내신 성적을 자신의 꿈과 치열하게 엮은 탐구 활동으로 보란 듯이 극복한 도연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꿈, 외교관 도연씨의 꿈은 중학생 때부터 확고했다. 친구들이 대부분 진로를 일찍 정했기에 도연씨도 자극을 받아 중학생 때부터 적극적으로 진로를 찾았다. 처음엔 방송국 PD가 되고 싶어서 교내 방송반에 들어갔지만 상상과 현실은 조금 달랐다. 영어 공부를 좋아했고 진로 검사 결과를 참고하거나 선생님의 조언도 귀담아들은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외교관’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자 다른 언어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외고에 진학하기로 했다. 프랑스어는 유엔 공용어이자 국제기구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기에 선택했다. “언어 교육에 집중하는 외고의 특성상 사회 과목이 많이 개설되지 않아 최대한 학교 수업과 정치외교 분야를 엮으려고 노력했어요. 정치외교 분야 탐구에만 집중해 편협하게 주제를 선정한 건 아닐까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많은 선택이 정치적이잖아요. 글로벌 시대에는 국내 문제가 국제 이슈와 연결되는 지점도 많아서 주제를 선정할 때 한계를 두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었죠.” 정치외교 분야에는 국가 간 첨예한 갈등이 많고 해결하는 데 정답이 없는 문제라 도연씨는 탐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많이 피력했다. 그중 <한국지리>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스스로 교과서 안에서 정치외교와 연결 지점을 찾아 탐구했던 과목. 유럽과 유라시아 대륙, 아시아를 도로로 연결하는 세계적인 프로젝트인 ‘아시안 하이웨이’를 주제로 선택했다. “워낙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맨땅에 헤딩하듯이 탐구했던 기억이 나요.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 중국과 중앙아시아와 인도, 중동까지 잇는 거대한 도로망인데 통일이 된다면 우리에게 외교·경제적인 이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차로 유럽을 갈 수도 있고 유라시아 횡단 열차도 함께 개통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특성상 통일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교내에서 진행된 통일 수업에서는 남북 정상 회담에 대해 조사했고, 역대 대통령의 통일 정책을 알아보고 결과를 정리했다. 남북한 최고 지도자의 만남이니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임을 알게 됐고 보다 열린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기본적으로 저나 친구들은 통일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어요. 아무래도 분단된 시간이 길었으니 교육을 도구로 남북한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대응도 고민해야 했어요. 어찌 보면 한반도 분단의 시작은 일제 침략이었으니 한일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도 중요했어요.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일본도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게 될 거라고도 생각했고요.” 바칼로레아 주제를 정치외교와 연결, 논리적으로 결론 내는 연습해 외고에서의 전공이 프랑스어였던 만큼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탐구도 놓치지 않았다. 3학년 <진로와 직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설명했던 프랑스의 팍스(PACS)를 살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제도인데 도연씨는 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해석해 최근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했다. “팍스 제도를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소외 계층을 돌보는 복지 제도로 활용하면 좋겠더라고요. 아프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보호자가 없으면 여러모로 불리하거나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당장 병원을 가도 서류 작성처럼 보호자가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까요.” <프랑스어독해와 작문Ⅰ> 수업에서는 프랑스 학생이 대학 입학을 위해 치르는 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탐구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총합인가’ ‘언어는 오직 의사소통만을 위한 것인가’ 같은 주제가 제시됐는데 도연씨는 그중에서 정치외교 분야와 연결할 수 있는 주제인 ‘법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인 행동이 될 수 있는가’를 골랐다. <정치와 법>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학교에 개설되지 않아 선택한 주제다. “탐구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내가 너무 편협하게 사고하진 않는가?’였어요.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그에 따른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 독재 정권의 민주화 운동은 당시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지만 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서였으니 충분히 이성적이었다는 근거를 들었죠.” 종합전형 준비한다면 협업 배우는 조별 과제 추천 도연씨는 내신을 관리하기 어려운 외고의 특성상 면접을 보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다수 지원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정치외교 분야의 탐구 활동을 충분히 살려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면접에서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탐구했는지, 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외고의 장점을 살려 어문학과와 희망 진로였던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했는데 어문학과의 면접을 보려니 정치외교 분야에 집중된 학생부가 걱정됐어요. 면접 때 외교관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프랑스어를 도구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문화 외교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도연씨는 가장 도움이 된 학교 활동으로 친구들과 함께했던 조별 과제를 꼽았다. 3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서 매주 관심 주제가 비슷한 친구와 모여 탐구한 후 보고서를 제출했다. 덕분에 자료 조사나 보고서 작성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꼭 ‘팀플’을 해보길 바라요. 저는 동아리나 학교 활동으로 다양한 ‘팀플’을 했는데 주제를 떠나서 여러 친구와 협업해본 경험이 나중에 많이 남더라고요. 학기 전에 열린 세미나나 모의 국제 회의도 적극 참여해 학술 탐구도 하고 국제 시사도 공부했죠. 탐구 활동을 할 땐 해당 주제를 왜 선정했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정리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행복을 위해 마음을 바꾸는 방법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다른 사람에게 오해받거나 미움받고 싶지 않다, 분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갈등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 이런 고민과 걱정 때문에 힘들다면 이 책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알려줄 것이다. 지은이 필 스터츠는 미국의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상담가다. 마음 상태를 바꿀 수 있도록 돕는 도구 ‘툴(Tool)’ 치료법을 만들어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할리우드 배우 겸 감독 조나 힐이 그를 주인공으로 제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가 화제를 모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책은 지은이가 현대인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돕기 위해 과거에 쓴 에세이들을 다듬은 자기계발서로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법 30가지를 소개한다. 분노는 일어나는 순간 즉시 처리해야 하며, 분노를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고 다른 에너지로 변형하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인생은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에게 닥친 역경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실천, 믿음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부정적인 생각, 불안, 후회,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헌법을 공부하는 첫걸음 <처음 만나는 헌법> 변호사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다. 각계 전문가가 알려주는 지식의 핵심을 독서와 필사로 구성한 창비 ‘교양 100그램’ 여섯 번째 시리즈로 수많은 공부 중에서 헌법 공부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헌법의 정의, 헌법의 탄생과 역사, 우리 헌법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헌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풀어낸다. 지은이는 헌법을 ‘국가권력기구의 조직과 권한의 배분에 관한 법’이라고 이해하기 쉽게 정의한다. ‘국가권력에 관한 최고법’이라고 짧게 정의하기도 한다. 헌법은 국민 개개인이 준수하라고 만든 규범이 아니라, 국가권력기구가 지키도록 만든 규범이라는 것이다.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면 헌법이 쉽게, 구체적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헌법을 따른다’ ‘헌법을 지킨다’는 말에 대해선 국가기관은 헌법을 따라야 하는 수범자, 국민은 헌법을 지켜야 하는 수호자로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기도 한다. 책 뒷부분에 헌법과 관련한 추가 궁금증을 담은 ‘묻고 답하기’와 책 속 문장을 필사하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 코너를 마련해 헌법 공부를 돕는다. 처음으로 헌법을 배워보고자 하는 성인과 청소년 독자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학부생·고교생, AI와 에너지 분야 미래 탐색 켄텍(KENTECH, 한국에너지공대)이 15일 광주전남혁신도시 본교 대강당에서 ‘제2회 2025 켄텍 기후변화 대응 심포지엄(Symposium on Sustainable Energy Transition)’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교-대학 연계 에너지공학 탐구 동아리 참여 고교 중 7개 고교 160명과 켄텍 재학생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켄텍 장재형 교무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문승일 석좌교수의 기조연설, 데이터 기반의 신소재 탐색의 미래 세션 발표 및 토론, 디지털 전환과 전력망의 안정성 세션 발표 및 토론, 학생 사례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전력망·신소재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했다. 발표에 나선 켄텍 교수들은 전력 계통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제주도나 포르투갈-스페인의 대규모 정전 사태 등 사회 이슈를 소재로 삼아 까다로운 전문 지식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학부생이 진행자로 나선 세션별 토론에선 ‘에너지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고등학생 때 하면 좋을 활동이나 배경지식이 있다면?’ ‘AI와 에너지 융합 연구 또는 소재 연구를 위해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고등학생 수준에서 해야 하는 공부는?’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실질적인 조언을 이끌어냈다. 전북 전주솔내고 2학년 배서현 학생은 “일반 검색으로는 접할 수 없는 전문적인 지식을 교수님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고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주셔서 인상적이었다. 공학 분야를 지망하는 일반고 학생이 다양한 진로·학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최아리 학생은 “에너지와 AI, 두 분야에 모두 관심이 있는데 서로 연계돼 있음을 흥미롭게 알려줘 감명받았다. 진로에 대한 시야가 넓어져 앞으로 학교 공부나 탐구 활동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호 켄텍 총장 직무대행은 “향후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연구 인력 양성을 집중해야 할 분야로 반도체, 모빌리티, 에너지 신산업, AI가 손꼽힌다. 이 4개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에너지다. 켄텍은 체계적인 AI 기초 공학 교육 및 융합 교육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를 이끌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라고 전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시험을 볼 때마다 지나간 시험에 대한 미련은 털어버리고 교훈만 얻으려고 했다. 덕분에 매 시험은 성장의 발판이 됐다. 고1 첫 시험을 본 후 중학교 때 공부법을 고수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공부법을 변경했고, 시험에서 실수했다면 다음 시험에서는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노력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진서씨의 고교 시절을 들어봤다. Q. 어떤 전형을 목표로 삼았는지? 학생부교과전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학생부종합전형도 함께 준비했어요. 지방의 일반고라서 교과전형에서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고, 모교는 종합전형을 준비할 환경이 잘 조성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생 자치 활동, 독서 프로그램 등 교내 활동 프로그램이 다양했고, 선생님도 학생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분위기였거든요. 교과전형을 염두에 두었더라도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종합전형까지 챙길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대입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Q. 학교 성적은 어떻게 관리했는지? 첫 중간고사를 치른 후 공부 방법을 바꿨어요.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나눠준 학습지를 전체적으로 2번 정도 훑으면서 공부했어요. 중학교와 달리 상대평가인 고교 시험은 확실히 어렵더라고요. 서술형에서 감점을 받는다는 점도 색달랐고요. 첫 시험 후 일단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한 부분을 더 깊이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보니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에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고, 종종 서술형에도 반영되더라고요. 수업을 꼼꼼히 들어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매 수업에 최대한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여름방학 때도 깊이 공부한 덕분인지 1학년 2학기 때는 전 과목을 1.0등급으로 마무리했어요. 비교적 빨리 진로를 결정한 것도 성적 유지에 도움이 됐습니다. 원하는 대학·학과의 3년간 입결을 찾아보면서 최소 몇 등급을 받아야 하는지 정보를 수집했어요. 고1 때 담임 선생님이 쭉 3학년을 담당했던 분이라 입시 정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데 너무 무리했는지 고1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몸이 아팠어요.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낫지 않아 검사를 해보니 염증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죠. 결국 2학년 1학기 중간고사까지 약을 먹으면서 공부했어요. 겨울방학 내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음도 힘들었고요. 공부를 잘하려면 체력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우쳤죠. Q. 이화여대 과학교육과를 교과·종합전형으로 모두 합격했다. 학교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학생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전교 부회장으로 일했어요. 중3 때 부경고 학생회의 홍보부 선배들이 학교를 방문해 부경고를 소개했는데, 모교 홍보를 위해 PPT를 직접 기획하고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주도적인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고, 이는 부경고 진학을 결심한 계기가 됐습니다. 입학 후 학생회 홍보부에 들어가 후배 중학생을 위한 홍보 활동을 했죠. 그 외 특색 있는 활동으로 선생님과 학생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토의하는 ‘사제 동행 책 읽기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1학년 때는 <이기적 유전자>를, 2학년 때는 <부정성 편향>을 읽었어요. <부정성 편향>을 읽은 후 이 책을 선택한 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가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규칙을 따르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급식실에서 한 사람이 새치기를 하니 다른 학생이 새치기를 하면서 질서가 흐트러진 예,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한 사람이 떠드니 다른 친구들도 떠들게 된 예 등을 이야기했죠.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여기셨고, 학생회 일을 하고 있었던 저는 관련 규칙을 만들었어요. 이후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간헐적으로 선생님들이 개입하시면서 조용한 분위기가 조성됐고요. ‘사제 동행 책 읽기’ 활동이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의 계기가 된 셈이죠. 책에 대한 논의가 실제 학교 상황에 적용되면서 효능감을 느꼈어요. Q. 수능은 어떻게 대비했나? 고3 올라가는 겨울방학부터 수능 공부를 했어요. 겨울방학에는 EBS <수능특강>을 최대한 다 풀어보려고 했고, 개학 후에는 내신에만 전념했어요. 그러다 보니 재수생이 합류한 6월 모의평가 성적이 처참했어요. 수능 공부를 집중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경기도의 한 기숙 학원에서 여름방학을 보냈어요. 제가 보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는데 “크게 기대하지는 마시라”고 했더니 부모님은 “한 달 공부하고 오를 성적이면 벌써 올랐을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덕분에 부담은 덜었지만 이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강사님의 수학 문제 풀이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죠. “공부 잘 못해”라던 친구의 성적이 백분위 95~96여서 못한다는 기준부터 다르구나 싶었거든요. 10월부터는 마무리 모의고사를 풀며 실전 감각을 익혔습니다. 그 결과 이화여대 최저 기준을 충족했어요. 현재는 학생회에 들어가고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