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재개발 조합장에 총회요구' 법원결정 논란
2014-06-19 11:15:33 게재
"도정법에 보장된 해임권 침해" … '총회허가' 법원마다 엇갈린 결정
◆법원 결정 제각각, 조합원들 반발=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 2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왕십리 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원 김영종씨 등 127명(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조합정관 개정 및 조합임원 선임을 위해 낸 임시총회 개최허가 신청을 각하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장이나 조합임원이 비록 해임이 됐더라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직무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은 이상 조합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정문에서 직접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법 제691조에 의한 긴급 업무수행권이 여전히 해임된 조합장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조합원들은 각하 결정에 반발해 서울고법에 항고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안에서 다른 재판부는 정반대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조합원들의 반발은 더욱 크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합의 21부(황윤구 부장판사)는 임기만료된 응암 8구역 조합장이 총회를 개최하지 않자 조합원 5분의 1이상이 요구한 조합정관 개정 및 조합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허가했다.
지난달 2일 전주지법 민사합의 5부(은 택 부장판사)는 해임된 전주 바구멀 1구역 조합장이 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를 개최하려는 것에 반대해 조합원들이 신청한 '총회개최금지가처분'을 받아들였다. 해임된 조합장의 긴급 업무수행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의 결정이 엇갈리면서 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왕십리 2구역 조합임원 해임과 선임총회 개최허가 신청을 주도했던 조합원 김영종씨는 "동부지법 결정은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조합원 총회에서 해임된 조합장에게 총회 소집을 요구하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 = 이번 각하 결정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조합장의 해임과 임기만료로 인해 위임사무가 종료됐다고 보면서도 긴급업무수행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업무수행권의 범위를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업무수행'으로 한정해 놓고 있다.
임기 만료 후 아직 후임자가 선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대법원은 서울의 모 재건축 조합장이 임기만료 후에 직무 대행할 임원들마저 모두 사임한 사안에서 조합장에게 긴급 직무수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무법인 BK 박현섭 변호사는 "도정법이 보장하는 조합원의 유일한 자율권은 해임이고 해임은 위임사무를 배제하는 것"이라며 "이번 각하 결정은 법원이 해임권에 제동을 건 것으로 23조4항을 심각히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임은 선임을 위한 전제조건인데 해임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조합장 선임을 위한 총회 개최를 해임 조합장에게 요구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법원의 각하 결정으로 왕십리 2구역 재개발을 놓고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그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왕십리 2구역 조합은 입주를 앞둔 지난해 12월 기존 비례율(개발이익율)을 약 95%에서 70%로 약 25%를 낮추려다 조합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조합측은 비례율을 7% 인상해 주겠다며 지난 2월과 3월 2차례에 걸쳐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성원미달로 모두 무산됐다. 반발한 조합원들은 '비례율인하반대모임'을 중심으로 지난 3월 19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비롯한 10명의 조합임원 전원을 해임했다. 또한 3월 21일 조합장 등 새로운 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 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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