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드나드는 남자>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

2016-06-14 00:29:39 게재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지은이 마르셀 에메
펴낸 곳 문학동네
가격 12,000원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프랑스 문학의 희귀한 보석으로 평가받고 있는 짧은 이야기의 거장 마르셀 에메의 작품이다. 책 속에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비롯해 다섯 편의 단편문학이 담겨 있는데, 작품마다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위트, 아이러니와 역설 등이 담겨 있어 정말이지 보석을 만난 기분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타이틀로 뽑은 단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원제는 ‘르 파스 뮈라유(Le passe-muraille)’다. ‘통과하다’라는 뜻의 동사 ‘파세’와 장벽을 뜻하는 명사 ‘뮈라유’를 합쳐서 마르셀 에메가 처음 만든 말이라고 한다. 투명인간처럼 장벽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행동하다가 결국은 벽에 갇혀버리게 된 인물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의 작품세계는 사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전원과 도시의 감성이 공존한다. 인물의 모습이나 그들이 사는 공간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섬세한 묘사는 사실감을 높여주고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에 대해 프랑스의 한 평론가가 ‘땅에 발을 굳게 디디고 있는 환상 문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책 속에는 동화 같은 단편들이 담겨있지만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실의 추악함과 허영 등을 풍자한다. 읽고 난 후 긴 여운이 남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 할 수 있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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