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에 ‘최대 15일’ 핵포기 시한
제한적 ‘코피작전’ 검토 속 전면전 우려 확산 … 외교와 군사 압박 동시에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그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 말했고, 전용기에서는 “10일이나 15일, 거의 최대한도”라고 재확인했다. 협상은 열어두되 군사행동 가능성을 노골화한 압박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 직전에도 ‘2주’ 시한을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공격은 더 빨랐다. 이번 ‘최대 보름’ 역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인지 아니면 조기 타격의 신호탄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군사적 준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군은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전단을 전개했고, 제럴드 R. 포드 전단도 이동시켰다. F-35, F-22 전투기와 전자전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지휘통제기, 지상 기반 방공체계가 증강 배치됐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를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력 집결”이라고 표현했다. 단발성 정밀타격을 넘어 수주간 이어질 수 있는 공습 능력을 갖추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참모들이 이른바 ‘코피작전(bloody nose strategy)’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일부 군사시설과 정부기관을 제한적으로 타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1단계 공격 구상이다.
그럼에도 이란이 핵농축 포기를 거부하면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둔 광범위한 작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전면전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복과 역내 확전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
이런 탓에 외교 라인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은 제네바에서 우라늄 농축과 검증 문제를 놓고 접촉했다. 백악관은 “약간의 진전”을 평가하면서도 “큰 입장 차”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농축 권리를 고수한다. 이스라엘은 전면 중단과 미사일 역량 제한을 요구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실수로 우리를 공격하면 상상할 수 없는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세적 안보 기조를 공식화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란도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19일 이란과 러시아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반다르아바스에서 나포 선박 구출 시나리오의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SH-3, Bell-412 헬기와 알반드 구축함이 동원됐다. 러시아가 참여한 해협에서의 연합 기동은 상징적 메시지로 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충돌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금 이 지역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수단과 협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여전히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역내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과 주의를 보이며 다양한 문제 해결에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우선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군사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해상 제재도 병행되고 있다. 덴마크는 자국 해역에 정박 중이던 이란 화물선 ‘노라(Nora)’호를 억류했다. 등록·인증 문제를 이유로 들었고, 미국 제재 대상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됐다. 제재 집행과 군사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도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1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1.66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6.43달러로 각각 약 2% 상승했다. 6개월 만의 최고치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유가 급등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단기 타격 후 이란이 자제하면 부담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보복과 확전으로 장기화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갈래다. 제한적 정밀타격, 단계적 확대, 외교적 타협이다.이번에 트럼프가 제시한 ‘10~15일’은 그 길의 첫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