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남권 재건축사업 비리' 수사 잰걸음
시공권 따내려 돈 뿌린 혐의 포착
롯데건설 이어 대우건설 압수수색
다른 대형 건설사로 수사확대 조짐
경찰의 '강남권 재건축 비리'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건설사 여러 곳이 강남지역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뭉칫돈을 뿌린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수개월간의 내사 끝에 증거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경찰행보가 신중하지만 거침없다. '복마전' 재건축사업의 민낯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서울 종로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9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재건축 수주관련 내부보고 자료와 자금 집행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강남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따내려 수주기획사와 홍보대행업체(OS업체) 등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를 받고 있다.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장은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재건축시공권 수주 경쟁을 벌였던 곳이다.
지난해 9월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갔지만 후유증도 만만찮았던 셈이다. 경찰은 일단 대우건설의 뒷돈이 수주기획사, 홍보대행업체, 홍보(OS)요원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조합원들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말 경찰은 서울 잠원동 소재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롯데건설에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1조원 규모의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GS건설과 경쟁했으나 수주전에서 졌다.
이 과정에서 GS건설은 사설 신고센터인 '불법 매표 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후 조합원이 경찰에 롯데건설을 금품을 뿌린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이 강남권 재개발 사업 비리 수사를 하게 된 시발점이다.
경찰은 지난해 과열 양상을 빚었던 강남권 재건축 수주 경쟁에 참여했던 대형 건설사들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제보를 토대로 내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조합원에게 직접 금품을 건넨 홍보대행업체들을 조사하면서 재건축 비리 수사대상 대형건설사들을 특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 비리 특별수사가 거의 다 좁혀지고 있다"며 "신반포 사업장의 경우 홍보대행업체 회사 대표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부에선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 조합원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행태가 '관행'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 강남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 역시 경찰의 재건축 비리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경찰은 실제 잠원 신반포 외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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