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바이오가스, 신재생에너지 활용 더디다
퇴·액비 수용할 경지도 감소 … 농촌경제연구원 "액비, 유기농업 사용제한은 문제"
25일 농촌경제연구원 '가축분뇨 자원화 여건 변화와 대응과제'라는 현안분석에 따르면 축산물 소비 증가에 따라 가축 사육 마릿수가 늘어나면서 가축분뇨 발생량은 2008년 4174만톤에서 2019년 5184만톤으로 늘었다. 2030년에는 5356톤으로 3.3% 증가할 전망이다.
가축분뇨는 자원화계획에 따라 퇴·액비로 전환돼 다시 농경지에 활용된다. 하지만 경지면적이 2030년까지 5.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축분뇨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예측도 제기됐다.
퇴·액비 살포가 가능한 초지 면적도 2005년 4만3581㏊에서 2018년 3만3498㏊로 23.1% 감소해 퇴·액비 물량을 줄여야 할 형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가축분뇨 발생량 자체를 줄이거나 퇴·액비로 자원화하는 물량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뇨 에너지화 시설 확충 필요 = 가축분뇨 중에는 돼지 분뇨 발생량이 가장 많다. 2019년 기준 돼지 분뇨량은 2072만톤으로 전체의 40.0%를 차지하고 있다. 한육우 분뇨 발생량은 1598만 톤으로 30.8%, 닭 분뇨 발생량은 792만톤으로 15.3%, 젖소 분뇨 발생량은 557만 톤으로 10.7% 수준이다.
이렇게 배출된 가축분뇨는 주로 퇴비 또는 액비로 자원화해 토양에 환원된다.
정부의 가축분뇨 정책으로 자원화 비율은 2008년 84.3%에서 2019년 91.4%로 증가한 반면 정화방류로 처리되는 가축분뇨 비중은 2008년 9.8%에서 2019년 7.4%로 줄었다. 즉 모든 가축분뇨는 퇴비나 액비로 만드는 시설을 갖춰 보내거나, 정화해 자연방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개별 처리시설에서 80.3%가 처리된다. 나머지는 공동자원화시설이나 공공처리시설 등 위탁처리시설로 보내진다. 공동자원화시설은 가축분뇨를 퇴비나 액비로 만들어 농경지에 살포하거나 에너지화를 통해 연료로 사용한 후 퇴·액비화해 농경지로 보내는 곳이다. 공공처리시설은 분뇨를 정화방류하는 시설로 퇴액비화, 에너지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원화된 퇴비와 액비를 소비할 경지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에너지활용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토양은 작물의 양분 요구량 대비 공급량이 매우 높다. 토양의 양분(질소·인) 초과율은 평균적으로 134.5%에 달하며, OECD 국가 중 질소 수지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인 수지는 일본 다음이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퇴·액비 부숙도 기준이 강화됐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신고와 허가 대상 농가는 의무적으로 퇴비 부숙도 검사를 받고 3년 동안 결과를 보관해야 한다. 특히 액비의 경우 부숙완료 단계까지 부숙시켜야 배출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가 강해졌다. 축산업계가 부숙도 기준을 한번에 층족시키기 어렵다고 반발하자 1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화학비료보다 퇴·액비 사용 =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 현장에서 나온 부산물은 퇴비와 액비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에너지를 농촌전력으로 사용하는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가축분뇨 액비를 유기식품 등에 사용 가능한 물질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팀은 "친환경농어업법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과 유기농업자재 공시 기준에 액비를 포함하도록 하는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시행규칙 제3조 허용물질 종류에도 액비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축 사육과정에서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액비가 친환경농자재로 부적합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용의약품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유기축산 무항생제축산 동물복지축산 인증 농장에서 나온 분뇨에만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퇴·액비 사용이 늘어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화학비료는 구체적인 성분이 표시돼 있지만 퇴·액비는 사용된 성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퇴비는 유기물 함량 30% 이상, 액비는 3대 성분인 질소(N) 인(P) 황(K) 합계 0.3% 미만으로 규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료성분 표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가축분뇨 퇴비 포장지에 N P K 함량을 별도로 표시해 전 세계 3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새롭게 제안된 화학비료 사용을 감소시키는 등의 조치가 나왔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제시한 그린딜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에는 바이오기반 순환경제 활성화 내용이 포함됐다. 방안에 따르면 농업 폐기물과 가축분뇨 등 잔류물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에 필요한 혐기성 소화조에 투자할 것을 농민들에게 권고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장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잔류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 "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