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2) 코로나19 고용위기와 독일의 대응

고용위기 때 더 빛나는 독일 직업훈련

2021-03-16 12:56:22 게재

코로나에도 기업 아우스빌둥 공급 더 늘어 … 고용유지, 정부정책 아니라 기업 스스로 결정

코로나19 감염병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교란이라면 극복하더라도 코로나 버전2, 버전3와의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은 비대면 사회를 촉진해 4차산업혁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혼돈과 변화의 시대, 독일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의 시사점을 소개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 독일은 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경제위기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과의 금융관계가 밀접하지 않았고 서비스업 비중이 작고 제조업 비중이 컸던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의 고용안정성이 유지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직업훈련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동차 A/S 기술직은 2020년 독일 동부 바이에른수공업협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우스빌둥 직업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현급 지방자치지구인 니더바이에른-오버팔츠수공업협회는 매년 작성하는 아우스빌둥의 수요와 공급 통계를 통해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4899명의 새로운 견습생이 동바이에른수공업협회에서 아우스빌둥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9년에 비교해 견습생수가 365명 줄어들어 6.93%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수공업협회는 이는 코로나19가 원인이 아니라 청소년 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HWK-Elisabeth Bayer


◆근로시간 단축, 직업능력 향상으로 실업률 낮아 = 독일은 한국과 같이 무역의존도(70~80%)가 높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 수출제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실업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금융위기 당시 독일의 실업률은 OECD 최저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독일의 실업률(2020년 4.5%)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독일기업들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대신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줄어든 근로시간은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시간으로 이용한다.

고용유지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국가 정책이 아니다. 기업들 스스로 결정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독일 연방고용청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한다.

이 제도는 1990년 독일통일 이후 동독지역에서 많이 적용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서독지역 수출제조업에서도 활발히 활용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효율적 노사정협의체와 직업훈련제도 = 실직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일기업들은 단축근무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독일기업은 교육훈련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독일 노동시장은 직업훈련을 위기 극복의 바탕으로 삼는다. 독일의 고용안정은 노사정 합의체의 효율적인 협의과정(코포라티즘)이 잘 작동되기 때문이다. 또 직업훈련제도를 통해 실직을 최소화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독일기업의 3/4이 단축근무를 시행 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다. 단축근무 기업의 15.7%는 이 시간을 직업훈련에 이용했고 다른 13.5%는 직업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30% 가까운 기업이 단축근무 시간을 직업훈련에 쓰고 있다.

◆직업훈련 통한 노동시장 위기 극복 = 직업훈련을 통한 노동시장 위기 극복 모델은 1980년대 중반 만들어졌다. 1970년대 중반 시작된 독일 조선업의 위기는 1980년대 본격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게 했다. 1986년 함부르크조선소 근로자 1000여명이 해고될 위기에 봉착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부르크시 노동조합과 연방고용청은 '정리해고를 대체하는 향상훈련' 프로그램 시행에 합의했다. 1987~1991년 사이 757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676명이 전 직장에 복귀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으로 도출된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실현됐고 이후 독일금속노조 고용정책의 주요 기조로 자리잡았다.

당시 이 프로그램 내용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 정리해고 대신 기업은 직능향상 교육을 시킨다. 교육기간 동안의 임금은 지급하지 않지만 교육을 마치면 노동자는 현장에 복귀한다. 둘째, 연방고용청은 교육참여 노동자에게 실질임금의 90%와 교육비를 지원한다. 기업은 임금 외 보수(휴가비와 연말상여금)를 부담하며 나머지 임금부족분은 함부르크시가 부담한다.

노사정 모두가 상생하는 이 프로그램으로 노동자는 임금 및 고용유지, 사용자는 임금비용 절감 및 기능인력 손실 방지, 정부는 실업을 예방하는 이득을 얻었다. 사회후생적으로 보면 실업예방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조선산업의 기술인력 유지로 노동생산성 향상 효과로 이어졌다.(그림 참조) 이 프로그램은 1990년 독일통일 이후 동독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독일 뛰어넘는 한국의 K-직업교육 기대 = 노사정 대화로 탄생한 '정리해고 대체 향상훈련 프로그램'이 실업 최소화와 기능인력의 손실 방지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렇게 구축된 독일의 산업 경쟁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높은 효용성을 보여준다. 2020년 한해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아우스빌둥 공급은 청소년 아우스빌둥 수요를 초과했다.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한국의 K-직업훈련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현실은 독일과 너무 차이가 난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고도압축 경제성장의 신화를 이룩했고 최근 문화 예술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교육과 직업훈련도 언젠가 K-직업훈련시스템(K-education & training)으로 세계화될 날이 올 것이다. 민관학, 노사정 등의 협의체가 새 역사를 만드는 일은 단지 시간과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장민수 교수는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석사 박사 취득 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명예교수로 한독경제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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