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해양쓰레기 해결, 수중드론·로봇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
‘KIOST 연구소기업’ 어려움 해결도 과제
해양수도권 건설에 해양클러스터 역할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과기원) 원장이 27일 4년 임기 중 절반을 지나며 “해양과기원이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수치로 나타난 성과에 포착되지 않은 미결 과제들이 있다”며 “해양과학기술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새로운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이 원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해양과학이 기여할 분야는
우리가 하는 연구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수월성 확보라는 목표가 있지만 사회적 요구와 연구 사이에 거리를 좁히는 것 또한 KIOST 원장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수중 드론·로봇같은 수중운동체(Underwater Vehicles)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일은 당면 현안이고 미래산업이기도 하다. 해양과학기술이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플라스틱류에 의한 오염과 생물학적 오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육지에서 버려져 바다로 흘러 들어온 일회용 플라스틱, 바다 위에서 조업·양식 등의 활동 중 버려지거나 유실된 그물·통발같은 폐어구, 양식장 부표 등은 사용량을 줄이거나 수거하고 분해성 물질로 교체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과잉 생산돼 해양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백사장·연안 등을 덮쳐 해변환경을 해치는 해조류(괭생이모자반,구멍갈 파래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중남미 국가들도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8일 콜롬비아에서 ‘한-ACS(카리브국가연합)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를 열었는데, 여기에 속한 25개 작은 도서국가들이 과잉 생산된 해조류가 관광산업을 헤치고 있다며 공통으로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관광산업은 주민과 국가의 주요 수입원인데 해변을 덮친 해조류를 치우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폐어구에 의한 것이든 자연에서 과잉생산된 해조류에 의한 것이든 해양환경오염에 대한 기원은 다르지만 대응하고 해결해야 한다. 조만간 해양과기원 내부에서 역량을 모아서 해결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다.
새로운 산업발전에 대한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하늘의 드론처럼 수중드론도 개발되고 있고 수중로봇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나 수중통신 등 기본 기술이 아직 취약해 개발해야 할 분야가 많다. 수중드론과 로봇의 수요처도 개발해 나가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KIOST 연구소기업들의 운영이나 해양기업·지역기업과 협업은 어떤가.
아픈 부분이다. 우리 원과 벤처기업들이 결합한 연구소 기업 운영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존폐 기로에 있는 곳들도 있다. 연구소 기업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화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기업이나 해양기업들과 협업은 우리가 왜 부산으로 왔는가 하는 질문과 닿아 있다. 부산을 해양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에 동참하려면 지역기업, 해양기업과 더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프로젝트 기반 연구(PBS)를 전략연구사업으로 전환하는데 부산에서 해양기업과 제대로 협업하는 것도 전략연구사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침체를 해결하고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자극을 주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도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중 부산 지역에 투자되는 비중은 전국 4.5% 수준으로 부산 경제규모에 비해 비중이 적은데, 과제 규모도 크지 않아 큰 계획을 갖고 진행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전략연구사업을 구상하고 지역과 협업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부산 영도 동삼동에는 해양클러스터가 있는데 집적의 효과를 높여 해양수도권 건설에 기여하려면
‘동삼혁신지구 해양클러스터’의 기관들이 집적 효과를 높여 해양수도권 건설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해양과기원을 비롯해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대, 해양수산연수원, 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14개 클러스터 기관과 3개 행정지원기관을 합쳐 17개 기관의 장이 해양클러스터기관장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2년간 회장을 역임하면서 클러스터의 가능성과 한계를 체험했다. 회장을 하면서 클러스터로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해양클러스터 페스티벌을 시도했다. 지난 2년간 시민들에게 클러스터 기관들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특성이 서로 다른 기관들이 업무로 협력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페스티벌을 이어가려면 안정적 재정지원도 필요하다.
대전에 있는 대덕연구단지처럼 연구기관들이 시너지를 내려면 비슷한 연구를 하는 기관과 협업이 필요하다. 우리는 해양대 부경대 부산대 등 지역 대학들과 협업을 강화해 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연구인프라를 강화한 게 눈에 띄는데
정부와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연구 인프라를 강화했다. 올해 2월 울진 해역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운영 기술을 적용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했다. 왕돌초기지는 37종 86점의 관측장비를 갖춘 첨단 인프라로 이어도·가거초·소청초 해양과학기지와 함께 대한민국 해양관측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한다.
해외 연구네트워크도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카리브해까지 확장했다. 이번 달 콜롬비아에 ‘한-ACS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프랑스 파리에 ‘KIOST-유럽연합랩’를 설치해 유럽 내 연구 협력의 새로운 구심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1992년 취항 이후 30년 넘게 우리나라 해양과학을 이끌어 온 온누리호의 대체선 건조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돼 1917억원이 투입되는 3500톤급 차세대 연구선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기본설계 중이다.
국제 무대에서 위상도 높아졌다. KIOST가 서울대와 공동 제안한 ‘장기 인도양 심층 관측 네트워크 프로젝트’가 ‘UN 해양과학 10년 프로젝트’(UN Ocean Decade)로 선정됐다. 인도양 국제기구 통합 회의와 국제해저기구(ISA)의 워크숍을 부산에서 잇달아 개최하며 지역을 글로벌 해양과학의 중심 무대로 변화시키고 있다.
●향후 2년간 집중할 일은
앞서 말한 해양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고, 인공지능(AI) 전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29년까지 해양과기원 재원을 투입해 부산 본원 부지에 ‘해양과학AI연구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는데, 잘 준비해야 한다. 해양재난대응, 기후예측, 디지털트윈기반 시뮬레이션 등 해양 분야 국가 현안 해결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축적된 연구기반을 토대로 미래를 향한 투자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확보하는 해양기후 데이터를 해수면 상승 예측, 해양 탄소흡수원 평가, 해양생태계 변화 감시 등 정책 결정의 과학적 근거로 전환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관측에서 예측, 예측에서 정책으로 이어지는 해양과학의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
지역의 해양과학기술 생태계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해양 분야 싱크탱크로서 해양신산업 전략 수립과 신산업 발굴을 뒷받침하고 주력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하며 해양도시 부산과 남부 해양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