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4 승리’와 서울 패배…정청래의 두 성적표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연임 가를 시험대
김민석·송영길, ‘반정청래’ 조직화 관건
더불어민주당이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차지했지만, 서울시장과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패했다. ‘압승’을 예상했던 민주당에게 예상하지 못한 균열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승리 속 패배를 함께 안은 ‘이중의 성적표’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는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했다. 6.3 지선과 재보선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시도지사 12대 4, 기초단체장 119대 95, 재보선 9대 4의 결과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던 정 대표 입장에선 전국단위 승리는 성과로, 서울과 일부 재보선 패배에는 아쉬움을 표하며 책임을 최소화하는 수준의 평가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원론적 평가와 달리 당 안팎의 분위기는 달랐다. 8월 당 대표 경선이 목전이라는 시기적 요인을 반영하듯 내부 정파적 입장에 따라 평가가 갈렸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복귀한 송영길 전 대표는 4일 MBC 라디오에서 “이재명정부 지지율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며 어차피 전당대회가 있으니 거기서 종합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공식적인 선거 평가에 앞서 정 대표의 연임 재검토를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계 수도권 의원은 “서울·호남·영남 등 특성에 맞는 선거전략이 펼쳐졌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지도부의 기획 부족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현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지방선거 평가를 당권경쟁 용도로 활용하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 재보선은 정 대표가 공천 전반에 전권을 쥐고 진행했다”면서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이 실시된 14곳 중 13곳이 민주당 지역구였으나 민주당은 9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특히 평택을에서는 범여권 내 경쟁 과열 관리에 실패하며 유의동 국민의힘 당선인에게 ‘어부지리 당선’을 안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정 대표의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선거에서 승리한 호남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오히려 더 뜨거운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되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시각부터 당 대표에서 끌어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오만한 당대표에 의해 호남인은 철저히 외면받았다”며 “광주·전남 시도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우롱한 정청래 대표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서 대규모 ARS 먹통 사태를 겪은 뒤 당의 미온적 대응에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김관영 도지사도 4일 SNS를 통해 42% 득표율을 “전북도민과 정청래 지도부의 대결”에서 나온 결과로 규정하며, 이를 “정청래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고 선언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반정청래 활동을 벌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공개 선전포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호남은 민주당 권리당원의 핵심 기반으로, 전당대회 득표에서 결정적 비중을 차지한다. 김영록·김관영이 조직적 반정청래 행보로 전환해 호남 권리당원 여론을 움직인다면, 지금껏 정 대표의 최후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당심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 반정청래 세력의 호남 공략이 8월 전당대회의 판세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급부상한 배경이다.
이 같은 반정청래 움직임이 당권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송영길 전 대표측과 조직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석 총리는 상임위원회별로 국회의원들을 총리공관으로 초대하며 만찬 회동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당내 기반을 다지고 있다. 선거 기간 전면에 나서지 않아 성패에서 자유로운 만큼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는 위치다. 송영길 전 대표는 출마 여부에 대해 “당원과 민심을 보고 판단하겠다”면서 “정청래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이재명정부 성공 담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을 당원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수도권 한 다선의원은 “김민석 총리가 당으로 복귀하기까지 20~30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재명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 지원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여당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알리고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당권 경쟁도 막을 올렸다.
물론 당내 반대세력의 움직임이 정청래 대표 체제의 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 대표에 대한 권리당원의 지지세가 여전히 강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당심은 정청래, 의심(의원들의 마음)은 박찬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 대표에 대한 권리당원의 지지세가 뚜렷했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호남과 충청, 수도권 지방선거 승리 배경에는 민주당 권리당원과 지지층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선거 이후 결과에 대해 지도부로서의 책임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정치적 공세를 위한 당 대표 공격은 당원들의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