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숫자는 승리, 민심은 경고…민주당 압승론이 꺾인 이유

2026-06-05 13:00:01 게재

6.3 지방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확인하는 기회였다. 역대 선거를 보면 정권 초기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대체로 여당이 압승했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고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60%를 넘고, 지난 대선 1년 뒤 치러졌다는 점에서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만에 빠져 압도적 승리를 놓쳤다.

보수 결집 부를 정책이슈로 역풍 자초

이번 지방선거를 평가하기 위해 정당 소속감, 이슈 평가, 후보자 평가라는 세 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 정당 소속감은 당원이 아니더라도 평소 호감을 가진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선택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가 25% 정도라면, 나머지 75% 안팎의 유권자는 선호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선호는 국민의힘의 2배가량이었다.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이 월등히 유리한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각각 45%와 22%였다. 대구·경북에서만 국민의힘 지지(38%)가 민주당(26%)을 앞섰고,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유의미한 차이로 국민의힘보다 앞섰다. 정당 선호라는 구조적 요인만 놓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석권했어야 한다.

둘째, 이슈 평가는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쟁점에 대한 인식이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슈의 내용 자체만이 아니다. 그 이슈가 왜 발생했는지,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총체적 판단이 주요한 영향 요인이 된다.

선거를 한달 남짓 앞둔 4월 30일 민주당은 조작기소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반대여론은 전국적으로 44%로, 찬성 27%보다 월등히 높았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도 반대가 39%로 찬성 35%보다 많았다(한국갤럽 5월 2주차).

민주당은 5월 6일 공소취소권 존폐 논의를 포함해 법안 처리 시기를 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철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의 “셀프 면죄부”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보수진영 결집과 선거 판세 변화를 꾀했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한달 전 15%p였던 후보 간 격차가 8%p로 줄었다. 대구에서는 4월 중순 15%p 앞섰던 김부겸 후보의 지지율이 5월 말 접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4월 중순 김경수 후보가 10%p 앞섰던 흐름이 5월 초 조사에서는 경합으로 바뀌었다. 정치 민감도가 높은 서울과 지역주의가 강한 영남에서 선거판세가 흔들린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특검 출범 시점은 선거 이후다. 그럼에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을 민주당은 서둘러 발의했다. 보수진영의 반발 정도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민주당의 자만이 정치적 역풍을 불러온 셈이다.

여기에 누적적으로 작용한 요인이 장특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 이슈다. 4월 대통령 발언에서 촉발된 “1주택자 세금폭탄” 프레임은 서울 등 부동산 민감 지역에서 세금과 집값에 대한 불안을 키운 배경 변수로 누적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강벨트에서 오세훈 후보가 앞선 결과가 장특공의 여파를 보여준다. 따라서 특검 논란이 보수층 결집을 촉발한 뒤 장특공제 이슈가 그 결집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참신함 패기 못 보여준 후보 요인도 한몫

셋째, 후보자 평가도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 기간 유권자는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물 평가는 투표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튜브뿐 아니라 쇼츠도 매우 활성화되면서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대통령이 직접 추천하기 전까지 서울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서울시장은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거쳐가는 자리로 인식돼 왔다. 정 후보에게는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무엇보다 시급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TV 토론을 피했다. 출근 시간 길거리 인사를 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손을 잡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진부한 선거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신인후보가 보여줘야 하는 참신함이나 패기를 찾기 어려웠다. 결정적 한방이 될 서울시 정책도 없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각인시킬 인상적인 구호도 남기지 못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은 부산 북구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출됐다. 민주당의 강력한 요구로 출마했지만 개인의 선거 준비는 미흡했고, 중앙당도 지역구 조직을 이어받는 신인 후보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부산 북갑의 기존 조직에게는 전재수 후보의 당선이 우선 과제였다.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 전문가와 지역 전문가가 포함된 통합캠프를 구성했어야 했다. 결과론이지만 하 후보 사례는 중앙형 인재를 지역형 후보로 전환하려 한 무리한 선거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민주당, 이길 수 있을만큼 못 이긴 선거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주장과 패배했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수치상으로 보면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14곳 중 9곳에서 이겼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5곳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공한 셈이다.

또한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권에서 4개 광역단체장을 모두 이겼다. 지방권력의 장악이자 정권안정론의 확인으로 해석할 수 있고, 지난 지방선거의 패배를 만회했다는 점에서도 민주당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국민의힘이 총선과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하며 정당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도 민주당이 성공한 선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치와 상징성의 측면에서 보면 패배한 선거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선거가 본격화된 4월 말 시점에서 높은 대통령 지지도를 포함한 기본 선거구도는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여기에 “윤 어게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야권의 분열과 공천갈등이 일부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난으로 이어지면서 야당은 유권자들에게 대안 세력으로서 매우 취약해 보였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광역단체장 16곳 중 경북도지사를 제외한 15곳에서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서울 경남 등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패하면서 압승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선거에 불리한 이슈를 자초해 선거 중반에 보수 결집의 계기를 제공했고, 그 결과 대구와 경남에서는 선거 초반의 우위를 지키지 못했다.

후보 경쟁력에서도 뒤처져 정당 지지율 우위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재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14개 선거구 중 공석 직전 기준으로 민주당 의석이 13곳이었는데, 그중 9곳에서 이겼지만 국민의힘에 4석, 무소속에 1석을 내주었기 때문에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정치현장에서는 승리한 선거구 수가 중요하지만, 민심을 읽는 데는 정당별 득표율이 더 의미 있다. 광역단체장 선거 기준으로 민주당은 52.3%, 국민의힘은 43.1%를 얻었다. 민주당이 9.2%p 앞섰지만 여론조사상 정당 지지율과 비교하면 만족스럽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 선거에 대한 총평은 민주당의 압승 실패이자 상징적 부분 패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이길 수 있었던 만큼 이기지는 못했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석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