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혜주 귀환한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2026-06-05 13:00:18 게재

매출 40% 성장, 실적 증명

네트워킹 장비매출 148%↑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오래된 IT 강자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뜻밖의 수혜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HPE는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10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같은 기간 108% 뛰었다.

HPE는 한때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대표했던 휴렛팩커드에서 갈라져 나온 기업용 인프라 회사다. 분사 이후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중심으로 안정적이지만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6% 안팎에 머무는 전통 IT 기업으로 통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업들이 AI 모델 구동에 필요한 고성능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고, HPE는 이 수요를 등에 업고 성장주로 재평가받는 중이다. 델 테크놀로지스,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레노버와 함께 세계 서버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꼽힌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였다. 클라우드·AI 부문 매출은 77억달러로 22.9%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2.4%였다. 이 가운데 서버 매출만 55억달러로 32.7% 증가했다.

성장세가 더 가팔랐던 곳은 네트워킹 장비매출이었다. 네트워킹 매출은 27억달러로 148.2% 급증했고, 영업이익률도 21.6%로 껑충 뛰었다. 데이터센터용 매출은 3억2000만달러로 233.3% 늘었고, 기업 사무실과 지점용 장비 매출은 13억달러로 50.2% 증가했다.

HPE는 2025년 7월 네트워크 장비 업체 주니퍼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네트워킹 사업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보안 부문 매출도 2억7300만달러로 155.1% 늘었다.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은 36.5%로 전년 동기보다 8.1%포인트 올랐다. 영업현금흐름은 14억달러, 잉여현금흐름은 9억달러였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3억4300만달러를 돌려줬다.

HPE는 올해 전망도 크게 높여 잡았다. 2026회계연도 매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17~22%에서 29~33%로 올렸고, 네트워킹 매출 증가율 전망은 72~75%로 제시했다.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도 3.35~3.45달러로 상향했고, 잉여현금흐름은 최소 35억달러를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재무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 HPE의 매출 전망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AI 관련 수주잔고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AI 시스템 수주잔고는 63억달러였고, 이 가운데 61%가 대기업과 주권 AI 고객에서 나왔다. 마리 머스 최고재무책임자는 “AI 매출 인식이 하반기에 더 늘고 4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HPE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36% 급등했고, 다음 날 정규장 전 거래에서도 약 28% 올랐다. 월가는 HPE를 델,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과 함께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주로 본다. 다만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 시장의 경쟁 심화는 향후 수익성을 가를 변수로 남아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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