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서도 거대 양당 독식구조 견고
전국 933석 중 제3당·무소속 17석 뿐
서울·부산 등은 여소야대 ‘견제’ 선택
6.3 지방선거 광역의원 선거에서 지방의회 주도권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16개 시·도 광역의회 933석 가운데 민주당은 589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327석, 조국혁신당·진보당·무소속 등 기타 당선자는 17명에 그쳤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상당수 광역의회를 장악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지방의회 권력 지형이 크게 바뀐 셈이다.
◆서울·부산 엇갈린 선택 = 가장 상징적인 곳은 서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81석, 국민의힘이 37석을 차지했다. 민선 8기 출범 당시 서울시의회가 국민의힘 76석, 민주당 36석이었던 것과 정반대 구도다. 유권자들이 시장은 국민의힘에 맡기면서도 의회는 민주당에 맡겨 견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산은 반대 흐름을 보였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 37석, 민주당 11석으로 재편됐다. 민선 8기 부산시의회는 47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45석을 차지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2석에서 11석으로 늘었지만 시의회 주도권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쥐게 됐다. 전재수 시정은 출범부터 국민의힘 다수 의회와 협치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강원과 울산도 여소야대 구도다. 강원은 민주당이 도정을 탈환했지만 도의회는 국민의힘 30석, 민주당 24석으로 국민의힘이 과반을 지켰다. 민선 8기 강원도의회에서 국민의힘이 49석 중 43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이 크게 회복했지만 의회 권력 교체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울산도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지만 시의회는 국민의힘 15석, 민주당 6석, 진보당 1석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여소야대 구도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지방정부 권한이 단체장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의회가 예산과 조례, 조직개편, 주요 개발사업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장과 의회 다수당이 정치적 대결에 빠질 경우 공약 이행과 예산 처리가 지연되고 지방정부 운영이 공회전할 가능성도 있다.
◆일당 우위와 다양성 한계 =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지역도 적지 않다. 대구시의회는 전체 36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4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비례 2석에 그쳤다. 경북도의회도 64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58석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비례 3석, 무소속은 3석이었다.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 단체장과 국민의힘 절대다수 의회가 동시에 들어서면서 집행부 견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 쏠림이 두드러졌다. 전남광주특별시의회는 전체 91석 중 민주당이 83석을 차지했다. 지역구 79석 가운데 민주당이 75석을 가져갔고 진보당 4석을 확보했다. 비례 12석은 민주당 8석, 국민의힘 1석, 조국혁신당 2석, 진보당 1석으로 나뉘었다. 민주당 절대 우위 구도는 유지됐지만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함께 의회에 진출하면서 최소한의 견제와 다양성 통로는 남긴 셈이다.
특히 광주에서는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된 선거구에서 진보당 당선인이 나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거대 정당 중심의 지방의회 구조 속에서도 선거제도 변화가 일부 지역에서 다른 정치세력의 진입 통로로 작동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북도의회도 민주당이 44석 중 42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은 각각 1석에 그쳤다. 민선 8기 전북도의회에서도 민주당이 40석 중 37석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도 민주당 독점 구조가 반복됐다. 대전시의회는 22석 가운데 민주당 20석, 국민의힘 2석으로 재편됐다. 2022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18석, 민주당 4석이던 구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세종시의회도 21석 중 민주당 18석, 국민의힘 3석이다. 민선 8기 세종시의회가 민주당 13석, 국민의힘 7석 구도였던 것과 비교해 민주당 쏠림이 더 커졌다.
경기는 민주당 우세가 가장 큰 규모로 나타났다. 전체 167석 가운데 민주당이 144석을 가져갔고 국민의힘은 22석, 조국혁신당은 1석을 얻었다. 민선 8기 경기도의회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78대 78 동수로 출발해 의장 선출과 예산 처리 과정에서 갈등을 반복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지형이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안정적 도정 운영 기반을 갖게 됐지만 의회 내부 견제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
◆최소한의 견제 기능은 유지 = 충북·충남·경남 등은 한쪽이 우세하더라도 야당이 견제 가능한 규모를 확보했다. 충북도의회는 민주당 27석, 국민의힘 11석이다. 충남도의회는 민주당 33석, 국민의힘 17석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국민의힘도 일정한 견제력을 확보했다. 민선 8기 충남도의회가 국민의힘 36석, 민주당 12석으로 출범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회 권력이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다. 경남도의회는 국민의힘 44석, 민주당 23석, 무소속 1석으로 국민의힘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민주당도 교섭과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진입했다.
이번 결과는 지방의회가 여전히 거대 양당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도 보여준다. 전체 933석 가운데 조국혁신당·진보당·무소속 등 제3당·무소속 당선자는 17명, 1.8%에 그쳤다. 22대 국회의 제3당·무소속 의원 비율이 9.7%인 것과 비교하면 국회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역 현안은 복지·교통·개발·환경·돌봄·농어촌 문제처럼 다양하지만 의회 구성은 양당 중심으로 굳어진 셈이다.
결국 이번 광역의원 선거는 민주당의 지방의회 주도권 회복과 지역별 교차투표, 거대 양당 독점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민선 9기 지방의회의 과제는 선거 결과로 확보한 의석수를 정책 역량으로 입증하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개선 등 지방의회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범택 곽재우 윤여운 곽태영 김진명 이제형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