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소투자, 에너지혁명 가져올까

2021-06-16 12:14:31 게재

WSJ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 ... 비싸고 비효율적이란 시각 뒤집을지 관심”


일본은 수입 석유와 가스, 석탄으로 세계3대 경제국을 일궜다. 그런 일본이 전력생산의 상당 몫을 수소에서 얻을 계획이다. 전세계에서 수소에너지원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다. 2019년 기준 일본정부의 수소관련 연구개발 예산은 3억달러에 육박했다. 2년 만에 배로 올랐다. 이 수치엔 민간기업의 수백만달러 투자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1970년대 액화천연가스(LNG)를 선도했던 것처럼 수소에너지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전세계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수소에너지 기본 로드맵을 공개했다. 수소와 관련 연료를, 전력생산 원천 비중의 1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5일자에 따르면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이 공동 설립한 일본 최대 전력사 ‘JERA’는 수소암모니아 화합물을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입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지난달엔 세계 최대 암모니아 제조기업 중 한곳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계 첫번째 액화수소 운반선인 ‘LH2호’는 380피트(약 116미터) 길이로, 일본 남서부 고베항에 정박중이다. 약 5600마일 떨어진 호주로의 시험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전력사 ‘NRG에너지’의 전임 CEO이자 현재 JERA 이사인 데이비드 크레인은 “일본이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수소 관련 가치사슬이 일본시장에서 서비스될 정도가 되면 전세계에서 수소에너지를 급속히 채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소의 핵심 장점들은 많다. 그중 하나는 석탄과 가스, 석유로 움직이는 현존 발전소나 기타 기계류를 개조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십억달러의 좌초자산을 방지할 수 있다. 수소는 또한 연료전지에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배터리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는다. 장거리 에너지 공급이 필요한 항공기나 선박에 쓰기 적합하다.

일본에게 수소란 전세계 선두에 설 수 있는 기술이다. 또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중국은 주요 대체에너지 대국으로 태양광패널과 배터리의 세계최대 공급국가다. 일본 ‘에너지경제학연구소’(IEE) 회장으로 일본정부 에너지전략 자문위원이기도 한 도요다 마사카즈는 “태양광 패널 80%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미래의 에너지 안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전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광, 풍력에너지와 함께 수소에너지가 필요하다”며 “2050년 전세계 총 에너지믹스에서 수소와 관련 연료전지 비중이 13%로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매년 470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미국의 일부 주와 기업들은 산발적이긴 하지만 수소충전소 구축 등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자체적인 수소전략을 공개했다. 업계의 투자가 2050년까지 수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로열더치셸과 BP 등 주요 에너지기업들은 수소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에어버스는 올해 3대의 수소연료 항공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의 경우 현대차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달 “2030년까지 수소관련 기술에 3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내년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수백대의 수소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만년 유망주 타이틀 벗을까

수소는 과거에도 꿈의 에너지로 선전됐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경제적 기술적 과제는 여전하다. 핵심문제는 수소가 자연에서 자체로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이나 화석연료 등 화합물에서 추출해야 한다. 여기엔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소를 소비할 때 얻는 에너지보다 순수 수소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더 많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천연가스나 석탄에서 추출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 녹색수소를 만드는 방법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 장기적 해법으로 남았다.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것 역시 어렵다. 가스는 가볍지만 상온에서는 부피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압축되거나 액화돼야 효율적 수송이 가능하다. 수소는 영하 253℃ 이하가 돼야 액체로 전환된다. 열역학에서 더 이상 온도를 낮출 수 없는 절대0도(-273.15℃)보다 20℃ 높다.

일본의 계획은 암모니아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전세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의 문제점 중 하나를 해결한다. 암모니아는 생산비용이 수소보다 비싸지만 수송과 저장은 수소보다 쉽다. 그리고 암모니아는 전세계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주로 비료에 들어간다.

일각에선 수소와 관련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그같은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일본 내 순수수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은 천연가스나 태양광 기반 대비 8배, 석탄 기반 대비 9배 비싸다.

그린피스는 지난 3월 일본의 암모니아 발전계획을 ‘그린워시’(친환경처럼 위장하는 것)라고 혹평했다.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고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생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또 폭스바겐은 수소전기자동차가 배터리구동 전기차에 비해 3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추산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를 위한 수소연료전지는 멍청한 구상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수소에 전념해야 할 일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에너지 90%를 수입한다. 또 태양광과 풍력발전 단지를 구축할 공간이 제한적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대부분의 핵발전소를 폐쇄했다. 일본국민은 여전히 핵발전을 반대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로드맵을 공개했다. 수백만톤의 암모니아 수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제산업성 석유·가스·광물자원국장인 미나미 료는 “거대한 노력”이라며 “일본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일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암모니아로 시작해야

일본은 1970년대부터 수소에너지를 홍보해 왔지만 상업화는 더뎠다. 하지만 상황은 몇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도쿄가스 전직 부회장인 무라키 시게루가 이끄는 정부 후원 연구팀에서 “순수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이 무르익을 때까지는 일단 암모니아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다.

무라키 연구팀은 현존 석탄, 가스 기반 화력발전소에서 수소암모니아 화합물을 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화력발전소는 현재 일본 전력의 3/4을 책임진다. 암모니아 연소과정에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아산화질소를 배출하지만, 일본 공학자들은 필터링 등을 통해 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라키는 이 아이디어를 정부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소 또는 암모니아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본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점, 아직 소비시장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JERA가 개입했다. JERA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도쿄전력이 심각한 재정난에 처하자 2019년 주부전력과 손잡고 만든 기업이다.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은 보유하고 있던 화력발전소를 JERA에 넘겼다. 이는 일본 전력의 약 1/3을 공급하는 시설이었다.

JERA는 일본의 전력생산을 신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일본 전력망을 완전히 재구축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과정이다. JERA의 전략국장인 오쿠다 히사히데는 “기존 전력망으로 일본 전력 수요의 절반을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나머지 수요 절반은 수소암모니아 혼합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쿠다 국장은 이 아이디어를 이사회에 제출해 동의를 얻어냈다. JERA는 지난해 10월 석탄 기반 발전소를 수소암모니아 혼합물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을 공개했다.

요코하마 소재 중장비 제조기업인 ‘IHI’는 가스터빈을 수소암모니아 혼합물 터빈으로 바꾸고 있다. 이 기업은 또 석탄용광로를 개량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IHI는 자국은 물론 호주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서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JERA와 IHI는 정부 후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JERA는 최대 석탄발전소 중 한곳에서 수소암모니아 혼합물 비중을 20%로 높였다. JERA는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에 수소암모니아 혼합물을 사용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발전하면 점진적으로 수소암모니아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암모니아 공급이 크게 늘어야 한다. JERA의 초기 시험에 따르면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연간 약 50만톤의 암모니아가 필요하다. 일본이 현재 소비하는 양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산업성 추산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일본은 한해 3000만톤의 암모니아와 2000만톤의 수소를 소비한다. 현재 전세계 암모니아 거래시장 규모는 한해 2000만톤 정도다.

공급처를 어떻게 발굴하고 확보하느냐의 임무는 미쓰비시와 미쓰이물산과 같은 기업들에게 할당됐다.

이들 기업은 현재 일본이 사용하는 연료와 화학물 상당수를 수입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력생산과 관련해 석탄 20%를 암모니아로 대체할 경우 비용은 약 24% 상승한다. 업계는 정부 지원금과 인센티브가 있다면 가격격차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쓰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신규 암모니아 공장 건설을 논의중이다. 사우디는 암모니아를 전세계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미쓰비시는 북미와 중동, 아시아에서 잠재적 공급업자들과 협상중이다. 암모니아 운반선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서 일본 선박기업들과도 협의중이다. 선박회사 일본유센은 암모니아로 움직이는 거대한 암모니아 탱커에 대한 정부 예비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2028년 시장에 완성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른 일본 기업들도 순수수소가 상용화될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승용차, 트럭, 중장비 제조사들은 보다 많은 수소 구동 이동체를 내놓고 있다. 수소차의 비싼 가격, 수소충전소의 부족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이중막으로 된 스테인리스강 탱크와 파이프 등 액화수소를 다루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또 해상에 수소저장탱크를 구축했다. 액화수소를 싣고 부릴 수 있는 일본 첫번째 터미널이다.

가와사키 수소전략 책임자인 니시무라 모토히코는 "우리는 수소개발의 중요한 시기에 들어섰다"며 "최소한 이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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