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 칼럼
‘먹사니즘’과 검찰 보완수사권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김민석 총리의 국회 복귀에 이어 정청래 대표가 24일 사퇴했다. 여기에 송영길 전 대표도 참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대표의 사퇴의 변은 곧 출사표였다. 의미심장한 부분이 눈에 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을 열거하며 민주당 DNA를 강조한 것이다. 자신이 민주 진영의 적통이라는 것일까. 어쩌면 김 총리의 국민승리21과 송영길의 소나무당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모두 이 대통령과의 교감과 친분을 내세운다.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당·정·청 한목소리에 자신이 적임자라는 거다. 서로 ‘친명’이라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서로 칼끝을 겨눈다. 권력의 파이를 자르는 칼자루를 쥐려는 거다. 바로 국회의원 공천권이다. 선거가 불과 2년 앞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도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유럽순방 출국과 도착 때 공항 풍경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그렇다. 오가는 말도 예사롭지 않다. 정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김 총리는 “4년 남았다”고 되받았고. 이 대통령은 짐짓 “원수 싸우 듯 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민주당의 사실상 내전상태를 경계한 것이겠다.
여당 당권경쟁에 검찰보완수사권 불씨
이런 갈등의 전면에 검찰 보완수사권이 불씨로 떠올랐다. 정부의 제한적 유지 입장을 두고 당권을 노리는 진영이 서로 맞서는 모습이다. 정부안은 범죄 시효가 임박했거나 경찰수사가 미진한 경우로 한정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칫 부실 수사로 사법적 정의 실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반대하는 쪽은 과거 검찰의 행태를 지적한다. 먼지떨이와 별건수사로 인권을 유린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검찰 중심주의의 폐해를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과 조 국에 대한 ‘사냥식 수사’의 기억도 소환한다.
이들은 김대중정부 이후 30년간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고 본다. 오히려 윤석열 검찰정권이 들어서는 반개혁적 퇴행이 빚어졌다는 거다. 검찰은 조금만 여지를 두어도 독버섯처럼 권한을 확장한다고 지적한다. 수사 대상을 제한한 법률의 ‘등’을 최대로 확대한 예를 든다. 그러니 검찰에 보완이라는 명목으로도 수사권을 남겨두면 안된다는 거다.
인권보호와 사회정의라는 목표는 같은데 과정만 다른 것일까. 정부안은 보완수사권을 유지한 후 문제가 생기면 폐지하자고 한다. 반대하는 쪽은 일단 폐지한 후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자고 한다. 일견 ‘검찰 폐지’란 가치와 ‘사법 피해 최소’란 실익의 충돌로 비친다.
호사가들은 여기에 유시민의 ABC론을 대입하기도 한다. 유씨는 지난 3월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진영 인사를 세 부류로 나누었다. A는 가치중심적, B는 이익중심적, C는 가치와 이익의 교집합 영역으로. 그러면서 훌륭한 지도자는 A그룹과 B그룹을 조화시키는 C그룹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그의 분류에 비판과 지지가 날카롭게 맞섰다.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도 있다는 거다. 이재명 대통령이야말로 가치와 이익을 아우르는 실용주의자 C그룹 성향의 훌륭한 지도자 아니냐는 거다. 평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한다”고 했으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맡기면 된다는 거다.
그럴 수도 있겠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민생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대통령은 평소 주장하는 ‘먹사니즘’에 전력을 기울이면 되겠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대통령도 나름대로 판단이 있겠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시대 먹거리와 일자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 아닌가.
사실 국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따르는 스탠스를 취하면 된다. 나중에 국회의 결론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그때 고쳐도 된다.
공소청 출범이 겨우 100일 남았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삶의 공간과 시간에 맞춰 깎고 다듬고 고쳐가는 것 아니겠나. 실용주의는 추구하는 세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앞날을 예측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는 거다. 결국 결과 중심주의겠다. 바로 이 대통령의 특장점 아닌가.
정치 문제는 경제가 해답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다. 그래도 리얼미터의 6월 셋째주(18~19일) 조사 결과는 놀랍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46.7%로 절반을 밑돌았다. 부정평가는 49.7%다. 취임 이후 지속된 높은 지지율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 지지율도 40.1%로 국민의힘 42.3%에 뒤졌다. 선거관리 부실로 촉발된 책임론과 자산시장 양극화 우려를 요인으로 짚었다.
결국 국민의 뜻은 선거관리 체계를 제대로 정비하고, 삼권분립 차원에서 국회와 협력하며, 경제 양극화 해소에 진력하라는 것이겠다. 정치 문제는 언제나 경제가 해답이다. 바로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먹사니즘’이다.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