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1년 경제정책 평가 좌담회

거시지표 호황 뒤 ‘K자형 양극화’…근본적 구조개혁 속도 내야

2026-06-25 13:00:02 게재

시민사회 “위기관리 선방했지만 대기업·자본시장 편향 한계”

반도체 착시 깨고 성장의 과실 하청·지역·노동으로 환류해야

이재명정부 출범 1년이 막 지났다. 12·3 비상계엄 내란 위기를 극복한 토대 위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지난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 전환을 국가가 직접 견인하는 ‘국가 주도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집권 1년이 지난 현재 거시경제 지표 호조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뚜렷한 수치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 등 첨단부문 쏠림과 자산격차 확대라는 그늘이 함께 드리워져 있다.

경실련·민변·참여연대·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는 지난 24일 평가 좌담회를 열고 이재명정부 1년의 민생경제 정책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대체로 선방했으나, 소득·자산 양극화를 해결할 근본적인 구조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부처 보고를 마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평균의 함정’ 빠진 한국경제 =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 출범 초기 대내외 경제여건은 가혹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주의와 중동전쟁 등 다중 복합 위기 속에서 전임 정부의 긴축기조 여파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1%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새 정부는 적극적인 확장재정으로 위기관리에 나섰다. 위기관리 1년도 못돼 글로벌 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성장률 3.8%(전년동기대비)라는 깜짝실적을 올렸다. 코스피 지수는 9000선을 돌파하며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착시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공회 국립경상대 교수는 “현재의 성장은 한국경제 전반의 회복이 아니라, 일부 첨단 반도체 기업의 초과성과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라며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은 흔들리는 전형적인 ‘K자형’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5월 소비자물가는 3.1%를 기록하며 민생을 압박하고 있다. 주가급등에 따른 자산 팽창은 자본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 격차를 벌렸고, 지방에서 번 소득이 서울 자본시장으로 유출되면서 정부가 표방한 ‘지방주도성장’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편향 우려 = 조세·재정 정책에서는 과감한 국채 발행을 통해 총지출을 늘리고, 지난 4월 26조2000억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극복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긍정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국채규모(GDP 대비 52.5%)가 OECD 평균(108.5%)보다 낮아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취지다.

반면 세제개편과 재분배 정책은 후퇴했다는 비판이 매섭다. 정세은 참여연대 실행위원(충남대 교수)은 “법인세율 등을 인상했으나 이는 윤석열정부 감세 규모의 절반 수준을 원상복구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세액공제를 통해 실질 세 부담을 회피하는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기조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은 조세 정의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자산가와 대주주에게 혜택이 집중돼 결과적으로 복지재원 확충을 가로막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자본시장 부양에 치우쳐 복지와 재분배 담론이 소외됐다는 우려다.

◆상법 개정했지만 알맹이 빠진 ‘재벌개혁’ = 기업지배구조 정책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검토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한 점이 정책 성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조연성 경실련 상임집행위 부위원장(덕성여대 교수)은 “자본시장 혁신이 주가 부양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이 온전한 효과를 내려면 재벌총수의 과도한 지배력을 견제하고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근본적인 재벌개혁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부위원장은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임죄 처벌 완화와 지주회사·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병행하는 정책적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이해관계자 중심 지배구조 보완 등 경제민주화 과제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상공인과 민생정책 분야는 정부의 실행력 한계가 가장 크게 드러난 지점으로 꼽혔다. 통신비·교통비 인하, 청년월세 지원 등 시행령과 예산으로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대책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기업 플랫폼 독점과 유통시장 양극화 문제는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준 전국골목상점가연합회 공동준비위원장은 “지역화폐 예산이 일부 복원됐지만 현장 체감도가 낮고, 온라인플랫폼법 제정과 배달수수료 상한제 등 핵심입법은 지연되고 있다”며 “오히려 정부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등 재계 요구에 치우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치원 민변 변호사는 현 정부의 행보가 과거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약했다가 집권 후 후퇴했던 사례와 유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 변호사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온라인플랫폼법 처리, 전속고발권 개편 등 국회 입법을 통한 전방위적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이재명정부 1년 경제정책 평가 요지는 ‘부분적 성공, 구조전환은 미완’으로 요약된다. 반도체 호황을 무기 삼아 글로벌 복합위기 국면을 지혜롭게 벗어났지만, 지표상 성장을 국민 다수의 안정과 지역 균형 발전으로 환류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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