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 2만 양구군이 실험해 온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2026-06-25 13:00:03 게재

담대한 정책은 늘 중앙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방향은 변방에서 먼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생활인구, 복수주소제 같은 말도 그렇다. 지금은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언어가 됐지만 그 씨앗은 인구 2만명 선이 흔들리던 강원 양구군에서 먼저 움텄다.

2022년 양구군 인구정책TF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했다. 사람이 줄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입지원금과 출산장려금만으로는 더는 부양할 수 없는 감소였다. 접경지역, 군부대 개편, 일자리 한계, 청년 유출이 함께 겹쳤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이었지만 양구에는 존립의 문제였다.

그때 TF가 바꾼 것은 예산 항목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누가 양구로 주소를 옮길까”가 아니라 “누가 양구와 관계를 맺을까”였다. 이 질문 하나가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양구는 사람을 주민등록표 안에만 가두지 않았다. 양구를 찾아오는 사람, 며칠 머무는 사람, 대학 수업으로 지역문제를 배우는 청년, 기부로 지역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시민까지 지역의 힘으로 보기 시작했다.

정부가 생활인구 등록제와 복수주소제를 국정과제로 다루기 전, 양구는 이미 생존을 향한 절박함으로 그 개념을 만지고 있었다. 인구정책의 기준을 ‘전입자 수’에서 ‘관계의 총량’으로 넓힌 셈이다.

국정과제의 원형이 된 선구적 실험

양구사랑아카데미는 그 결과물이다. 서울여대 광운대 삼육대 서울과학기술대 학생들이 양구에 와서 현장을 걷고 주민을 만나고 지역문제를 과제로 삼았다. 학생은 손님이 아니었다. 양구라는 지역을 배우고, 설명하고, 다시 연결하는 제2의 인구였다.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양구에서는 달랐다. 전국에서 최초로 지정기부를 시작한 양구의 고향사랑기부제는 답례품을 고르는 쇼핑몰이 아니라 지역문제를 선택하는 통로로 정책 흐름을 전환시켰다.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부터 양구군 인구정책TF는 기부를 모금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장치로 읽고 있었다. 이후 ‘양구탐험대’ 같은 일주일 살이와 지정기부 발굴 프로젝트가 이어졌고, 양구사랑아카데미 역시 생활인구 증대 실험으로 소개됐다. 지역에 머물고, 배우고, 기부하고, 다시 찾는 흐름을 하나의 정책으로 엮으려 한 것이다.

절박한 지역은 때로 가장 빨리 배운다. 양구의 절박함은 하소연으로 끝나지 않았다. 생활인구를 만들고, 체류를 설계하고, 대학을 불러들이고, 기부를 지역문제 해결의 언어로 바꾸었다. 그래서 양구의 실험은 작은 군의 미담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지금 제도화하려는 지방소멸 대응의 원형에 가깝다.

지난해 양구군은 2억원에 못 미치는 주민세를 거둬들였다. 지난 3년간 양구군이 모은 고향사랑기부금은 6억원이 훌쩍 넘는다. 거주민이 내는 세금보다 외지에서 모인 마음이 더 컸던 셈이다. 양구는 거주민만큼 양구를 애정하는 제2 인구를 확보했다. 지방의 미래를 세금 납부자 수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생활인구와 복수주소제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지역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상상력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양구 같은 현장의 실험을 국가 제도의 문법으로 옮겨내는 일이다.

현장의 실험 국가제도의 문법으로 옮겨야

국정과제는 중앙에서 쓰이지만 그 문장은 현장에서 먼저 살아 있어야 한다. 양구군 인구정책TF가 남긴 의미가 여기에 있다. 양구가 먼저 물었다. 사람은 꼭 주소를 옮겨야만 지역의 미래가 되는가.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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