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 혁신로봇센터 가보니

사람과 공존하는 로봇, 꿈이 현실이 된다

2021-06-21 11:09:18 게재

의족·의수에서 계단 오르는 휠체어까지

만능 로봇 집게(그리퍼) 못하는 게 없네

지난 1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기계연구원 혁신로봇센터. 집게(그리퍼)가 달린 다관절 로봇 팔이 냄비를 들어 가스레인지에 올리더니 손질된 닭을 냄비에 넣었다. 그 다음으로는 대추와 밤을 집어 냄비에 넣더니 생수병을 들어 물을 부었다. 마지막으로는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돌려 불을 붙였다. 삼계탕 조리를 끝낸 로봇은 이번에는 반으로 잘린 레몬을 집더니 강판에 문질러 즙도 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기계연이 개발중인 휠체어 바퀴는 둥근 모양을 유지하다 계단이나 돌 등 장애물이 나타나면 지형에 맞게 변형돼 전진할 수 있게 해준다. 박찬훈 기계연 혁신로봇센터장이 로봇의수를 설명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물체와 도구를 조작할 수 있는 '로봇핸드'를 이용해 종이를 자르고 있다. 사진 고성수 기자


이 로봇이 모양과 크기, 질감이 전혀 다른 물체를 쉽게 들어올린 데는 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만능 그리퍼를 장착하고 있어서다. 그리퍼를 만저보니 스펀지 마냥 말랑말랑하다. 하지만 물체를 잡으면 해당 물체의 생긴 모양대로 변형된 뒤 단단해진다. 이 만능 그리퍼는 사람 간 접촉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이날 연구성과 간담회를 개최해 만능 그리퍼를 포함해 다양한 로봇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의족·의수, 고령자나 힘든 노동을 도와주는 로봇기술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다수 소개했다.

연구원은 무릎 상단이 절단된 장애인을 위한 무릎형 로봇 의족을 공개했다. 무릎형 로봇 의족은 2017년 개발한 발목형 스마트 로봇 의족을 발전시킨 형태로, 현재 시제품 개발 단계에 와 있다. 이 의족은 단순히 체중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보행환경을 인식해 상황에 최적화된 힘을 능동적으로 구현해 준다. 걷거나 앉거나 뒤로 기대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관절 명령을 센서로 판단해 보폭과 보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연구진은 보훈처 산하 중앙보훈병원, 충남대병원과 협력해 무릎형 의족 개선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의족을 착용하고 시연을 해준 장애인은 "기존 의족과 달리 대부분의 장애인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기계연은 2020년 보훈처와 협력해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6대의 발목형 스마트 로봇의족을 공급한 바 있다. 올해 안에 10대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기계연 관계자는 "무릎형 의족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라며 "1000만~2000만원 정도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국산 무릎형 의족은 7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기계연은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로봇 의수도 공개했다. 로봇의수는 물체의 형상에 맞춰 손가락 형태가 변화하는 장점을 가졌다. 특히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분석해 착용자가 원하는 손동작을 해준다. 로봇 의수를 차고 팔뚝에 근전도 센서를 붙이면 근전도 센서가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읽어 로봇 의수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박찬훈 기계연 혁신로봇센터장은 "현재 착용자 의도를 90% 이상 정확하게 분석해 손동작을 한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로봇 의수에 손목 기능을 추가하고 2025년까지 상용화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경사로와 계단까지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로봇 휠체어 개발 아이디어다. 로봇 휠체어 기술은 전동 휠체어를 개인형 이동수단(세그웨이)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휠체어 바퀴가 평평한 곳에서는 둥근 모양을 유지하다 계단이나 돌 등 장애물이 나타나면 지형에 맞게 변형돼 전진할 수 있게 해준다. 세그웨이형 로봇 휠체어 개발은 세계 최초다.

연구원은 이날 로봇 휠체어의 핵심 부품인 바퀴 시제품을 공개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장애물을 인식하면 바퀴 테두리가 경도가 낮아져 기존 바퀴로는 불가능했던 경사와 노면을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노약자나 고강도 노동자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근육 옷감'도 소개했다. 실처럼 가는 형상기억합금을 옷감처럼 직조해 만든 신개념 로봇 기술이다. 스파이더맨의 슈트처럼 착용하면 힘을 낼 수 있는 근육보조 기술이다.

연구원은 국내외 방직기업 헬스케어기업과 함께 기술이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날 용도에 따라 레고 블록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쌓아서 로봇을 구성할 수 있는 '모듈형 모바일 로봇', 계란을 잡거나 가위질을 하는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물체와 도구를 조작할 수 있는 '로봇핸드', 다양한 농작업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 등도 소개했다.

박상진 기계연 원장은 "기계연 로봇기술 개발 방향은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따뜻한 로봇기술 개발이라는데 큰 차별성이 있다"며 "연구 방향성을 더 강화해 출연연구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실현과 노령화, 비대면과 같은 미래사회에 필요한 로봇기술 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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