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참사 빚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28만원→10만원→4만원' 삭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는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의한 참사임을 보여준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지난달 28일 철거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무리한 철거방법과 1층 바닥 하중 증가에 따른 보강조치 미흡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 철거는 3단계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는 85% 삭감됐다.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18년 일반건축물 철거비로 50억원을 책정하고 현대산업개발에게 발주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3.3m²(평)당 28만원에 공사비를 계약했지만 한솔기업에 10만원에 하도급을 줬다.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게 3.3m²당 4만원에 재하도급을 맡겼다. 불법 재하도급인 것이다.
백솔건설 사장이자 당일 포클레인을 조종했던 A씨는 단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철거를 진행했다. 시간이 장비가 모두 돈이었다. 안전은 무시됐다. 백솔건설은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외벽 강도를 고려해 5층 건물 상층에서 아래쪽으로 좌→후→전→우 순서를 지키지 않고 'ㄷ'자 형태로 후면부터 파 들어갔다.
특히 건물 상층을 철거하기 위해 1층 바닥에 흙더미를 쌓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흙더미와 1층이 붕괴되면서 수평하중이 건물 전면에 쏠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서도 사고 당시 건물 뒤쪽에 11m 높이로 쌓아 둔 흙더미가 6.2m 높이로 내려앉았고, 1층 바닥 슬래브도 'V'자 형태로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흙더미 위에 굴삭기를 올려놓고 철거하려면 길이가 긴 특수 장비를 장착해야 하는데도 비용 때문에 짧은 장비를 쓰면서 하중이 앞으로 쏠렸다.
경찰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철거공사 관련자 등 23명을 입건하고 6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도 불법 하도급 공사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했다며 행정관청인 서울시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