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WHAT’만 남은 장동혁의 정치
“선거에서 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후 가진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재 그의 행보는 승리가 아닌 ‘선거 패배’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장 대표가 자신만의 ‘타임스케줄’을 언급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가 강성 지지층의 울타리를 넘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합리적 보수로 나가는 흐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유죄 선고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밝힌 그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향해 오히려 그들이 ‘절연 대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지금 장 대표가 보여주는 극우 보수 세력과의 결합,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편승하는 태도는 당의 체질을 바꾸기는커녕 국민의힘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갈라파고스 정당’으로 만들고 있다. 당헌을 수정하고 당명을 개정하는 등 쇄신작업이 분주하지만 그 본질이 과거로의 회귀라면 이를 ‘개혁’ ‘쇄신’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 이른바 ‘당심’을 믿고 자신의 행보를 꿋꿋이 이어가고 있지만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지 않은 배는 결국 좌초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그가 왜 패배의 길을 걷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사이먼 시넥은 기업이나 리더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를 ‘골든 서클’ 이론으로 설명한다. 핵심은 WHY(왜 하는가), HOW(어떻게 하는가), WHAT(무엇을 하는가)의 순서다.
사람들은 리더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왜’ 그 일을 하는지에 반응하고 움직인다. 현재 장 대표의 정치에는 ‘WHAT’만 가득하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궤를 같이하는 ‘무엇’은 선명하지만 그 본질적인 이유인 ‘왜’는 실종됐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정권교체의 토대를 닦는 ‘왜’는 사라지고, 당권을 사수하고 강성 팬덤의 요구에 부응하는 ‘무엇’만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방향 전환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지금처럼 극우적 색채를 강화하며 오른쪽 끝으로 치우친다면 선거에 가까울수록 외연 확장을 위한 ‘급변침’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뒤늦게 기수를 돌리려 해도 관성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장 대표는 정말 정답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눈을 감고 있는 걸까. “선거에서 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본인에게 가장 가혹한 예언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민심이라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WHY’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