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6일 제네바서 신속 합의 가능”
아락치 외무 CBS 인터뷰
“핵농축은 우리의 권리”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양측의 우려와 이익을 반영한 요소들로 구성된 합의안을 마련 중”이라며 “제네바에서 이를 논의해 좋은 합의문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락치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란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 문제를 풀 유일한 길은 외교”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력 증강은 도움되지 않으며 압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이란이 핵 협상에서 실질적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에 대해 이란은 협상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압박에는 굴하지 않겠다는 ‘투트랙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핵심 쟁점은 우라늄 농축 활동이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농축 프로그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아락치 장관은 “농축은 우리의 권리”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 감시 체제 아래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임을 상기하며 “평화적 핵에너지를 이용할 모든 권리를 보유한다”고 주장했다.
‘정권과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농축 권리를 고수할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는 존엄과 자존심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20년 이상 지속된 국제 제재와 과학자들의 희생을 언급하며 “우리는 많은 대가를 치렀다. 이 기술은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분명히 했다.
미국이 군사공격에 나설 경우 “자위권 행사로 대응하는 것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 미군 기지를 타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동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 기지가 잠재적 보복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발언 수위는 높지만 동시에 미국 본토 공격은 부인함으로써 확전 가능성을 일정 부분 관리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을 언급하며 “이스라엘도 방공과 이란 미사일에 문제를 겪었고 12일 만에 무조건적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군사적 충돌에서도 이란이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제네바 회담은 군사적 긴장과 외교적 모색이 교차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란은 핵농축 권리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했고, 미국은 농축 중단을 핵심 요구로 제시해 왔다.
양측이 상호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안을 도출할지 아니면 입장 차만 재확인한 채 긴장이 고조될지 26일 회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