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연·중임제 56%…‘권한분산’요구도 높아

2026-02-23 13:00:27 게재

국회,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발표 … 국민 10명 중 7명 “개헌 필요”

총리 국회 추천·감사원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 요구 높아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시대 변화에 발맞춘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행 5년 단임제 대신 ‘4년 연임 및 중임제’를 선호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었으며,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요구도 확인됐다.

22일 국회(국회의장 우원식)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남녀 1만2569명을 대상으로 진행, 개헌에 대한 여론을 폭넓게 수렴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3%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개헌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는 ‘사회적 변화 및 새로운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70.4%)이 꼽혔다. 1987년 체제 이후 40년 가까이 흐른 만큼 변화한 시대정신을 헌법에 담아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얘기다.

개헌 방식에 대해서는 한꺼번에 모든 조항을 바꾸는 전면 개헌보다는 합의가 가능한 의제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단계적 개헌’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69.5%에 달했다. 다만 개헌 시점과 관련해서는 2026년 6월 지선때 실시(39.6%)와 2028년 4월 총선때 실시(37.2%)에 대한 응답이 비슷하게 나왔다. 전면적 개헌을 할 경우에는 2028년 4월 총선(43.6%)에 실시하자는 의견이 2026년 6월 지선(34.9%)에 실시하자는 응답보다 높았다.

대통령 임기 및 권력 구조 문제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뚜렷했다.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41.0%였으나 ‘4년 연임제’(29.2%)와 ‘4년 중임제’(26.8%)를 합산한 수치는 56.0%를 기록했다. 이는 대통령이 책임 정치를 구현하고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기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책임 정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기 바라는 민심도 드러났다.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하는 방안에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난 것.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에 대해 51.2%가 찬성했으며(반대 35.4%),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 소속으로 이관하자는 데에도 50.6%가 찬성해(반대 32.6%)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요구하는 민심이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권력 구조 개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개헌 우선순위는 조금 달랐다. ‘생명권, 안전권, 정보권 등 기본권 추가’ 요구가 35.1%로 가장 많았고 ‘권력 구조 개편’(26.0%)과 ‘지방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강화’(24.9%)는 비슷한 비율이었다. ‘5.18정신 등 헌법 전문 보완’은 8.3%로 나타났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안전권(87.2%) △생명권(85.9%) △개인정보 자기결정권(79.9%)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에 압도적 다수가 동의했다. 또한 과학기술의 목적을 ‘국민경제의 발전’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두자는 의견이 84.1%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존엄 및 기본권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자는 의견도 85.7%로 나타나, 인공지능(AI) 시대 가속화 속에 윤리적 가치와 인간 중심의 기술 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자치분권’ 의지도 확인됐다. 국가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추진할 책임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에 83.0%가 찬성했다. 헌법 전문에 5.18 6.10 등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59.8%가 동의했다.

이밖에 헌법의 계엄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확인됐다.

‘계엄 선포 시 국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무효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77.5%가 찬성했고, ‘국회 의결 시 계엄이 즉시 무효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77.5%가 동의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찬성(54.6%)이 반대(34.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찬성 이유는 선거 결과의 수용성(52.5%)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 조사는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보름간 온라인 및 대면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9%p다.

이번 사업을 총괄한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본조사는 헌법개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진 첫 번째 대규모 조사”라면서 “헌법개정이라는 주제가 전국의 모든 국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조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온라인 조사에 더해, 고령층 대표성 제고를 위한 면접조사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설문지 설계 시에도 여론조사기관 이외에 법률·정책·정치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설문지를 개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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