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부담률 반등했다지만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은 아직 OECD 최하위권

2026-02-23 13:00:31 게재

반도체 호황 등 기업실적 개선에 ‘세수 회복’ … 3년 만에 세수펑크 탈출

조세부담률도 18.4%로 올라 … 국민연금 등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미흡

이재명정부 “조세부담률 선진국 수준으로” … 증세 관건은 ‘국민적 합의’

대한민국 재정이 긴 터널 끝에 모처럼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 지난 수년간 감세정책과 경기부진이 겹치며 악화됐던 세수상황이 지난해 기업실적 회복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선진국들은 미래산업 대비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 여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와 비교하면 한국의 재정체력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위권 수준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재정경제금융관 혁신사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재정경제부 제공

◆OECD 통계의 경고 = 23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수입 비율인 조세부담률은 약 18.4%로 추산됐다.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4년(17.6%)보다 약 0.8%~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추세로 보면 2022년 이후 3년 만에 하락세를 끊어냈다.

세수 회복의 일등 공신은 단연 ‘법인세’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법인세가 전년 대비 22조1000억원 더 걷혔다. 여기에 임금 상승과 취업자 수 증가로 소득세가 13조원 늘었다. 해외 주식 시장 활황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도 힘을 보탰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총 조세수입은 약 489조원에 육박하며 재정 운용에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늘어난 세금규모에 비해 국제비교를 통한 한국의 실질적 세입지표는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 발표된 OECD의 ‘2025 세수 통계’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은 25.3%로 나타났다. 전년(26.9%) 대비 1.6%p 하락한 수치다. OECD 38개국 중 콜롬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이 34.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프랑스(43.5%), 이탈리아(42.8%), 일본(33.7%) 등 대부분 선진국이 팬데믹 이후 무너진 재정을 보강하고 국방비와 인공지능(AI) 대응 재원을 쌓는 사이, 한국은 감세 정책과 세수 예측 실패로 오히려 재정 체력이 약화되는 길을 걸어온 셈이다.

조세부담률은 국민이 낸 세금(국세+지방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직접적인 ‘세금’의 무게를 측정하는 지표다. ‘국민부담률’은 조세에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합산해 GDP와 비교한 수치다. 사회보장기여금은 형식은 보험료지만, 강제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금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따라서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제 경제적 부담과 복지 수준을 더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 지출이 늘면서 두 지표 사이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AI 전환과 양극화 대비해야 = 이러한 국내외 지표의 괴리는 향후 우리 경제의 정책방향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선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를 거쳐 부담률을 늘려나가야 실질적인 확장 재정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2029년 19.1%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의 감세기조에서 벗어나, 필요한 곳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돈을 쓰는 ‘확장 재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뜻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인한 세수 증대를 일시적인 보너스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세수 확충의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어느 때보다 재정확충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가져올 고용불안과 소득양극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AI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저숙련 노동자의 입지는 좁아지고 부의 편중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첨단기술 발전으로 양극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기업 중심 정책이 진행되고 있어 불평등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기 위해 재정여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기술발전의 혜택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열쇠는 ‘사회적 합의’ = 지난해 세수가 반등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산적한 과제도 만만찮다. 한국의 세수 구조는 법인세와 자산세(양도세 등) 비중이 높아 경기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약점이 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언제든 다시 ‘세수 펑크’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뒤따를 기업과 가계의 조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세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조세부담률 인상은 정치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가장 최근 사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가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도입하려 했던 금투세는 거듭된 유예 끝에 여야합의로 2025년 시행을 앞뒀다. 하지만 곧바로 큰 조세저항에 직면했다.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에게 과세하겠다는 취지였으나,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위축’과 ‘독박 과세’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선동’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회 청원과 대규모 온라인 시위 등을 통해 정책불신이 확산됐다. 2025년 금투세 도입을 추진했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결국은 폐지에 동의했다. 과세형평성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금투세는 도입 논의 4년 만에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투세 논란은 증세정책이 얼마나 민감하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기 어려운 사안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2026년 한국 경제는 ‘세수 회복’이라는 기회와 ‘재정 체질개선’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일시적인 지표 반등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고령화와 AI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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