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칼럼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
무타구치 렌야는 ‘일본군 최악의 지휘관’ ‘희대의 무능한 장군’으로 불린다. 지도자의 반면교사로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그는 일본 육사와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군인이었지만 야전사령관으로는 부적격이었다. 실전경험이 부족하고 무능했으나 허세만 넘쳤다.
무타구치 중장은 2차세계대전 때 ‘임팔 작전’ 일본군 최고지휘관을 맡았다.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의 주도인 임팔은 연합군의 병참기지였다. 일본군은 1944년 3월 임팔 주둔 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해 버마(현재 미얀마)에서 지름길인 산악 밀림지대를 통과하기로 무리하게 결정했다. 400㎞가 넘는 열대 밀림지역을 10만명에 가까운 대병력이 무기와 함께 이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중견 장교들은 특히 병참·보급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총사령관 무타구치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임팔 작전에는 9만2000명이 투입됐다. 병참 계획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병사들에게 3주치 식량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군수품 운반을 위해 징발한 물소 고기로 충당한다는 생각이었다. 물소는 험준한 산을 넘는 도중 대부분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무타구치는 병사들에게 풀을 뜯어 먹으며 진격하라고 명령했다. “일본인은 본래 초식동물이고, 밀림에 널린 게 풀이다.” 나폴레옹도 “군대는 잘 먹어야 진격한다”고 했을 정도로 병참은 중요하다.
일본군은 그렇게 석 달 동안 악전고투하다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임팔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영국군에 밀려 전사자가 3만명이나 생겼다. 그보다 더 많은 게 아사자(餓死者)다. 무려 4만명이었다. 무타구치는 죽는 순간까지 반성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 부하들의 무능 때문에 작전이 실패했다.”
지방선거 앞둔 제1야당 지도자 논란
중국 전국시대 명장인 오기의 오자병법(吳子兵法)에는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 장군도 “무능한 간부는 적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큰 싸움을 100일 가까이 앞두고 제1야당에서 무능한 지휘관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최고지휘관이 누가 봐도 지는 선거의 길로 이끌고 있어서다. 당을 망치는 당 대표는 사퇴하라는 중진 의원들과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의 성명이 잇달아 나올 정도다.
민심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쇄신방향은 ‘윤석열과의 절연’ ‘보수대통합’ 두 가지다. 최고지휘관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의 선거 승리보다 자기권력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책망을 듣는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란 재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당면 숙제임에도 최고사령관은 거절했다. 외려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감쌌다.
장 대표는 ‘절연’ 대신 ‘전환’이라는 말로 현혹한다. “절연할 대상은 절연을 앞세워 갈라치기를 하는 세력”이라고 당내 비판세력에 화살을 겨눴다. 외연확장이라면 합리적인 중도보수세력을 끌어안는 것이어야 함에도 그는 외려 엇박자를 낸다. 전광훈 목사, 극우 유튜버 고성국 전한길 같은 강성 보수세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우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이 전광훈 같은 극우세력과 손잡은 것이었다는 전철(前轍)을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선거 때 해서는 안될 일이 ‘뺄셈의 정치’다. 장 대표는 당내 통합 여론과는 달리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해당행위라는 명분으로 제명한 데 이어 그의 계파 주요 인물들도 속속 제거해 버렸다. 당력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점에 분열을 키우고 있는 실례다. 지방선거 승리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라는 전쟁에서 배제와 분열로 통합과 연대를 이길 수 없다. 당내 통합과 야권연대는 물 건너갔다. ‘윤 어게인’ 세력 비호로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연대도 불가능해졌다.
풀뿌리 민주주의 퇴보가 더 두렵다
선거는 중도층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는 게 불변의 상식이다. 장 대표는 정반대행보를 보인다. 강성 당심에만 의존하며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당의 혁신책도 건물 외양만 바꾸듯 당명 변경 같은 겉치레 변화에만 치중한다. 당내에서조차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만 바꾸는 포대갈이’라는 쓴소리가 이어진다. ‘포대갈이’는 못된 상인들이 값싼 외국산 제품을 국내산 상품으로 속이기 위해 포장지를 바꿔 폭리를 취하는 상술이다. 당 이름을 바꿀 정도의 결기를 지녔다면 과거 잘못된 행태와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약효가 드러난다.
명분 없는 단식투쟁, 다주택(6채) 보유 논란 대응에서도 정무감각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윤석열 지지세력의 비위를 거스르면 당권 유지가 불가능한 허수아비라는 걸 스스로 홍보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무능한 야당 지도자의 선거 패배가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퇴보가 두렵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