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윤어게인’ 수호에 무너지는 TK 민심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하며 1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심판 앞에 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반응은 국민적 상식과는 궤를 달리했다. 선고 이튿날인 20일, 검은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장 대표는 사과나 반성 대신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소회로 운을 뗐다. 그는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논리적 허점이 가득한 확신 없는 판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더 나아가 장 대표는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절윤(絶尹, 윤석열과 절연)’ 요구를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했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을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며 역공을 취했다. 이는 사실상 ‘윤어게인(Yoon Again)’ 세력을 등에 업고 당의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임계점 넘어선 대구·경북 민심
장동혁 대표가 ‘단일대오’와 ‘무죄 추정’을 외치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는 사이, 보수의 최후 보루인 대구·경북(TK) 민심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그 붕괴의 속도가 얼마나 처참한지 알 수 있다.
먼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직전 시점을 복기해보자. 당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국정 동력 하락으로 윤석열정부가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2024년 11월 26~2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1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TK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5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록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하락세였으나 ‘그래도 보수정당은 지켜야 한다’는 TK 특유의 전략적 결집력이 살아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2026년 2월, 설 명절 연휴 직전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2026년 2월 10~1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3.3%)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2%, 더불어민주당 32%로 동률을 이뤘다. ‘보수의 성지’에서 양당 지지율이 같아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수호’ 기조는 국민의힘을 거대한 ‘내란당’의 프레임 속에 가두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당의 존립을 위협한다. 첫째, 당내 통합의 불가능성이다. 김용태, 김재섭 등 소장파 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은 이미 “장 대표가 국민과 전쟁을 선포했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장 대표가 ‘절연 요구 세력과의 절연’을 주장함으로써 당은 사실상 ‘친윤’과 ‘비윤’으로 완전히 쪼개졌다. 이는 단순한 계파 갈등을 넘어, 헌법 가치를 수호할 것인가 아니면 범죄 혐의자를 옹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가치관의 충돌로 번졌다.
둘째, 6.3 지방선거의 전멸 가능성이다. 장 대표 스스로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정치생명이 달렸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행보는 그와 정반대다. 중도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치’와 ‘헌법’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며 ‘사법 불복’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TK 지역에서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수도권과 중도 확장은 연목구어다. 지금의 추세라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TK 광역단체장 자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지역 정당’ 미만의 처지로 전락할 위기다.
‘절윤’보수의 가치 다시 세우는 최소한 조건
대구·경북 민심은 냉혹하다. 그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보수라서가 아니라, 국가의 기틀을 지키고 법치를 수호하는 ‘유능한 주류’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헌법을 파괴한 과거에 매몰된 채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정당을 TK는 더 이상 동지로 보지 않는다.
‘절윤’은 당을 쪼개는 행위가 아니라,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보수의 심장이 멈추기 직전이다.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1심 판결을 비난하는 데 골몰할수록 TK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