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 소비자 착취 규제방안 마련해야"

2021-08-13 10:59:49 게재

KDI 반독점법안 보고서 … '최저가·최고조건'으로 시장 장악 뒤, 록인효과 바탕 가격 올려

구글·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를 착취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규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도 플랫폼 경쟁 이슈에 대응할 새로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올해 6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플랫폼 반독점 법안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디지털시장국을 설치해 플랫폼 기업의 자사 우대 관행을 막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지난 4월 21일 당시 지명자 신분이었던 칸 FTC 위원장이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플랫폼의) 경쟁제한성은 경쟁자 배제 형태만이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착취 형태(착취남용)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 배제'란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온라인플랫폼이 이를 악용해 다른 플랫폼업체의 시장진입을 막는 행위를 말한다. 앞으로는 이뿐만 아니라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가격을 올리는 등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행태가 일상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경쟁자 있으면 괜찮다? = KDI는 보고서에 "지금까지의 경쟁법 집행을 돌이켜보면, 플랫폼 소비자와 입점업체 등 이용자에 대한 착취에 대한 경쟁제한성을 인정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경쟁의 승자가 과실을 누리는 것은 용인해야 하고, 잠재적 경쟁자가 있으면 지나친 이용자 착취가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작용한 결과"라며 "하지만 플랫폼의 경우엔 유효한 경쟁 압력을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착취남용을 적용해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정책기조 전환이 다소 이르다면 이용자 착취에 대해선 지금까지와 같이 거래상 지위남용이나 소비자보호 문제로 규율하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중인)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이에 해당하는 접근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KDI 양용현 연구위원은 "플랫폼 경제에서는 거래 양상이 복잡해 쟁점은 많고, 경쟁을 제한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플랫폼 기업이 몸집을 불려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이것이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규명하는 데 경쟁당국은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율대상 플랫폼 좁혀야" = 보고서는 다만 "(총매출액 100억원 이상이나 중개거래 총액 1000억원 이상인) 규율대상 플랫폼 범위가 다소 넓은 편"이라며 "도소매업 중소기업 기준인 매출액 1000억원을 참고해 규율대상 플랫폼 범위를 더 좁힐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규제 대상 플랫폼을 △미국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 5000만 명 이상 △연간 순매출 또는 시가총액 6000억달러(약 700조원) 이상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검색 시장의 88.4%를 장악한 구글, 전자상거래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아마존과 같은 독점적 사업자가 아직 한국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다수의 플랫폼이 경쟁 중이다. 예를 들어 커머스는 쿠팡, 배달 부문은 배달의민족, 숙박·여행은 야놀자, 지도·내비게이션은 티맵 등 다양한 플랫폼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화되는 미국 반독점 규율 = 한편 세계시장에서 반독점 규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플랫폼 반독점 법안이 지난 6월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미국 독점 규제의 한 축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디지털시장국을 설치해 플랫폼 기업의 자사 우대 관행을 막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플랫폼 기업이 자사 상품에 유리하게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 불공정 행위를 막겠다는 의도다. 법안에는 플랫폼 기업이 자사 상품을 우대할 여지가 있는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내용도 포함됐다.

KDI가 분석한 미국의 반독점 패키지는 △타사에 불이익 주는 행위 금지 △이해상충 사업 행위 금지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성 보장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조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자사 상품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하고, 잠재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인위적인 기업 M&A 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효과'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에 본격 나서고 있어서다. 예를 들면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중 23만명이 가입하한 카카오T는 최근 택시 스마트 호출 요금을 최대 5000원으로 5배 인상했다. 카카오뱅크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줬던 고신용자에 대해 최근 대출 금리를 올려 반발을 사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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