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설업 정상화 핵심은 '적정임금제'

2021-08-17 11:39:04 게재

임금삭감 막고 적정 노무비 확보

90년 전, 미국의 건설산업도 경쟁 심화로 임금삭감 폐해가 심각했다. 지금 우리나라 건설산업 상황과 비슷했다.

1890년 후반 건설공사가 발생한 지역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정임금제(Prevailing Wage, PW)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1927년 뉴욕주는 퇴역군인을 위한 베테랑병원을 발주했다. 공업이 발달한 뉴욕주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았다. 하지만 노예가 많았던 남동부 지역 앨러바마주의 건설업체가 저임금 근로자들을 동원해 공사를 수주했다.

이를 계기로 공화당 하원의원인 데이비스(Davis)과 베이컨(Bacon)이 뉴욕지역의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뉴욕 기준의 임금을 적용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연방정부가 투자하는 건설공사에서 노동기준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1931년 공화당 후버(Hoover) 대통령이 여기에 서명하면서 데이비스-베이컨법(Davis-Bacon Act, DBA)이 법제화됐다.

PW는 공공공사의 입·낙찰 과정이나 시공 과정 중 임금에 대해 규율하는 제도다. 연방정부의 재원이 투입되거나 지원된 공공공사 중 2000달러를 초과하는 건설·개조·수리(도장과 장식 포함)에 투입된 건설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이후 PW 제도는 각 주 차원에서 발주되는 공사를 대상으로 도입됐다. 2011년 현재 32개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PW 임금조사는 노동부가 직접 실시한다. 전국에 5개의 조사기관이 공사의 종류·지역·직종별로 3년마다 조사해 결정한다.

PW 임금 결정방식은 현재 대다수가 받는 임금수준을 찾는 것으로 50% 원칙이 적용된다. 50% 원칙은 지역의 노동시장에서 특정한 직종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PW로 결정하는 것이다. 50% 원칙의 임금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 직종의 평균임금이 PW다. 노사는 각각의 이해를 반영시키기 위해 의견을 제시한다.

도제에게는 공공공사 현장이라도 PW 미만의 임금 지급을 허용해 도제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다만 기술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지역·직종별로 숙련인력 대비 도제의 투입비율을 규정했다.

승인된 임금대장 기록의 위조 또는 임금의 리베이트(kickback) 등 PW 제도를 위반한 원·하수급자는 민·형사 소송과 벌금 또는 징역 등 불이익이 따른다.

먼저 공사대금의 지불은 유보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원수급자는 항상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둘째 임금주급명세서에는 '실제 사실과 일치한다'는 서약 문구가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위증죄로 형사처벌한다. 셋째 PW 규정을 고의적으로 위반한 원·하수급자는 해당 공사의 계약해지는 물론 향후 3년간 입찰을 금지한다.

미국은 PW 제도로 입찰경쟁에서 임금삭감 경쟁을 억제해 적정 노무비와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적정임금 확보는 물론 연금제도 가입 및 수혜도 가능해졌다. PW 제도는 근로자들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제공하고 도제프로그램 활성화로 청년층 진입도 촉진한다.

이외에도 △임금체불 억제 △도제프로그램 활성화 △재해건수 50% 감소 사망사고 15% 감소 △건설업체의 기술경쟁 촉진 △지역사회 활성화 △하수급자의 경영여건 조성 △건축물 생애주기비용(유지·보수, LCC) 절감 등을 가져왔다.

["청년 일자리 건설산업"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