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쓰레기 1/3을 만드는 건설을 바꾸자
2022-01-10 11:16:43 게재
이산화탄소 40% 배출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몇십억년 전 지각 속으로 분출해 화강암이 되었던 석영(모래), 고생대 바다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만든 석회석(시멘트)으로 지어진다.
이들 자원은 그냥 넘쳐나는 게 아니다. 강 모래는 이미 4대강사업 전부터 지속가능한 채취량을 넘어섰다.
분당 아파트 건설을 위해 팔당대교 아래 당정섬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다모래도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빙하기 때 강물이 옮겨놓은 한정된 광물이다. 바다모래 채취는 수산자원 고갈을 부추긴다.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만드는 일에는 많은 열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 공정은 석회의 소성(calcination)이라고 불리는데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5%를 차지한다.
석회암은 지구 탄소 대부분을 저장하는 탄소고정 물질이다. 지구상 물질별로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탄소 존재량을 보면(단위 100조톤) △대기 0.0233 △물(바닷물과 민물) 0.130 △생물(동식물과 그 사체) 0.145 △화석자원 0.27 △퇴적암 중 유기탄소(석탄 석유 등) 250 △석회암(탄산염) 1600 등이다. 석회암이 화석연료의 6.4배다.
지구상 석회암과 퇴적암 중의 유기물을 모두 대기중으로 방출하면 지구 대기는 30기압에서 이산화탄소 97%가 된다. 지구가 탄생한 원시대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에 열대의 얕은 바다였던 우리나라엔 앞으로 1000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석회암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석회암 채굴로 잃었다.
남한의 구석기유적을 대표하던 청주 두루봉동굴이 사라졌고 자병산 백두대간 주능선도 단절됐다. 이런 원자재를 얻기 위해 지구를 더 파헤치지 말고 이미 추출한 원자재를 다시 사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폐휴대전화 1톤에는 금광석 1톤보다 300배나 많은 금과 은, 백금, 팔라듐, 희토류가 들어있다.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건축가들이 이런 아이디어에 공감해 건축 자재들을 재사용하고 있다. 재사용 대상은 콘크리트와 나무에 그치지 않는다. 전자 폐기물 속 금속까지 광범위하다.
로테르담의 건축회사 슈퍼유즈는 2005년 자재 대부분에 건축 폐기물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주택 '빌라 웰펠루'(Villa Welpeloo)를 만들었다.
이 건물에 사용된 자재는 오래된 직물기계에서 가져온 강철과 산업용 케이블 감개에서 나온 목재 등 60%가 중고자재였다.
2013년 영국의 건축가 던컨 베이커-브라운은 90% 이상 폐자재를 쓴 '브라이튼 웨이스트 하우스'(Brighton Waste House)를 지었다. 중고 데님, 플라스틱 DVD 케이스, 버려진 칫솔 등 다양한 폐기물이 벽면 단열재가 됐다. 자전거 튜브는 방음과 충격 흡수가 잘 되는 바닥 단열재가 됐다. 매립지로 가려던 10톤의 백색 연토질 토양은 흙다짐 공법으로 벽이 됐다.
브라운은 "새로운 물질을 채굴하는 것보다 인류세를 채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영국 서섹스에서 '글린드본 오페라 전시관'을 만들고 있다.
이 건물에는 굴 껍데기와 샴페인 코르크, 벽돌공장에서 나온 내화벽돌 등의 폐기물이 들어간다. '미래를 위한 물질 저장소'라고 부르는 이 건물은 자재연결을 접착제가 아닌 볼트로 한다. 나중에 해체하기 쉽게 하는 이런 설계를 "해체를 위한 설계"라고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1만7000명의 선수단의 임시숙소를 건설했다. 이 건물은 설계 당시부터 향후 지역주민들을 위한 주택으로 개조될 계획이었다. 그래서 모든 층의 칸막이 벽 등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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