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SDV·제조혁신 핵심인물 사장 승진
‘소프트웨어·성과’ 앞세운 임원 인사 … 40대 기술 인재 전면 배치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대규모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연구개발(R&D)과 제조 혁신, 북미 시장 성과를 중심으로 한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 기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총 219명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체계 전환과 소프트웨어 기반 제조 혁신을 주도할 핵심 인물들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점이다.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R&D본부장에는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임명됐다. 하러 사장은 현대차·기아 차량 개발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향후 SDV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 연구개발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제조 부문에서는 정준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사장은 생산기술과 구매를 총괄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과 로보틱스 기반 차세대 생산체계 전환을 이끌 인물로 꼽힌다. 하드웨어 중심 제조에서 데이터·소프트웨어 기반 제조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그룹 전략이 반영됐다.
성과 중심 인사 기조도 분명히 했다.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도 북미시장에서 두 자릿수에 가까운 판매 성장을 이끌며 그룹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열사 대표 인사도 전문성 중심으로 이뤄졌다.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에는 30년 이상 철강 분야 경험을 쌓은 이보룡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임명됐다.
현대카드 조창현 대표와 현대커머셜 전시우 대표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와 기술 인재 중용이 두드러진다. 40대 차세대 리더 발탁 비중이 크게 늘었고, 전체 승진자 중 약 30%가 R&D와 핵심 기술 분야 인사다. 상무 신규 선임자 평균 연령도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배터리·수소 등 미래 전략과 직결된 부문에서의 인재 발탁도 확대됐다.
현대차그룹은 외부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 HMG경영연구원 원장에는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과 신용석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글로벌 거시경제와 성장 전략에 대한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SDV 경쟁에서의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인사와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사장 승진 4명 이외에도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선임 176명 등 총 219명의 승진을 포함한 정기 임원인사를 시행한다.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서 40대 차세대 리더 발탁과 외부 인재영입을 통해 그룹의 혁신 동력을 지속 강화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