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00번째 부동산 대책과 토지공개념

2025-12-18 13:00:02 게재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돌파한 10월 27일, 시가총액이 3325조원을 기록했지만 수도권 아파트 총액 4466조원에는 한참 못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만 합친 시가총액은 11월 기준 18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사이 193조원, ‘강남3구’에서만 109조원 증가했다.

그동안 정권별로 5~10회 정도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무려 28회 대책이 쏟아졌고 이를 모두 합하면 100회에 달하는 크고 작은 정책 변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서울, 특히 강남권에서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토지공개념 도입 목소리가 다시 나오는 이유다.

찬반 논란에 갇혀 있던 토지공개념을 현대적 제도로 개편할 때라는 주장이 공론장에 올라왔다. 최근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부동산 공화국과 강남불패 신화를 해체하기 위한 근본처방인 토지공개념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먼저 불을 지폈다.

토지공개념은 역대 정권에서 이미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박정희정부는 집값이 뛰자 공공택지개발과 분양가 규제, 개발이익 일부 환수 등을 도입했다.

이후 법률로 명문화한 것은 1990년 노태우정부의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이다. 헌법재판소가 토지초과이득세는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 택지소유상한제는 국민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와 위헌 결정을 하면서 허망한 토지공개념이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김영삼정부는 부동산실명제 등을 도입했고, 김대중·노무현정부는 토지공개념 적용범위를 변형해 세금으로 억제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양도세 중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다. 이후 이명박정부는 규제완화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바꿔 버렸다.

집권자의 의지와 정체성에 따라 토지공개념을 활용한 다양한 제도가 운용됐지만 이를 법률로 규정하거나 헌법에 명시한 적은 없다. 땅부자와 기득권 반대에 부딪혀 밀고 나가려다 정권이 바뀌고 한 것이 지금까지 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 중기의 개혁적 유학자 반계 유형원(1622~1673)이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 공전제(公田制)를 쓰지 않고는 모두 임시방편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공전제가 토지에 대한 공개념을 원칙으로 하는 고대의 이상적 제도다.

‘반계수록’에는 토지부족의 문제, 부자에 대한 일시적 배려, 기득권의 반발에 대한 대책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400년이 지난 지금 읽어 보아도 토지제도는 놀랍도록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토지제도가 바르지 않으면 민생은 끝내 안정을 얻을 수 없다”고 한 반계의 고언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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