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에 대기업 줄줄이 '탈지방화'

2022-02-16 11:41:06 게재

경북 포항·구미 동반 위기

정부에 중재자 역할 요청

자치단체 "무기력·허탈"

산업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경북도가 대기업의 '탈지방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몰린 지자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허탈한 표정이다.

최근 경북도는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가 있는 포항시는 직접적인 피해를 우려하며 시민과 함께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북도 또한 23개 시군은 물론 정치권과 공조하며 공동대응책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포스코홀딩과 포스코로 분리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의결하고 다음달 2일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앞두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물론 정치권이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포스코의 결정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스코그룹이 연구개발 콘트롤타워인 미래연구원을 지난달 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 문을 열었다.

포항시와 시민들은 포스코 본사 항의 집회, 기관 단체 성명서, 포항이전 범시민운동 등을 통해 "공해를 배출하는 공장 굴뚝만 남기고 서울로 떠난다"며 포스코를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둥지를 마련하고 성장한 대기업들의 '탈지방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항과 구미시에서 둥지를 틀었던 대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수도권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최근 지주사 서울 설립으로 포항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은 2010년 본사기능을 하는 서울사무소를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옮겼다. 포항본사에는 플랜트사업본부만 남은 상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그룹사의 주요 결정권을 가진 지주사가 서울에 설치되면 신규사업에 대한 우선 투자로 포항에 대한 투자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그룹의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며 포항에 있었던 포스코인재창조원도 송도와 포항캠퍼스, 광양과 서울아카데미 등 4개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이에 앞서 구미시 또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떠나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10여년 사이 삼성과 LG에 이어 한화도 구미를 떠났다.

삼성전자는 2010년 베트남으로 휴대폰 생산공장을 옮겼다. 2015년에는 삼성전자 1공장 일부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2018년말에는 조직개편에 따라 구미공장 직원 400여명 중 상당수를 수원으로 이전했고, 2019년 구미1사업장 네트워크 사업부를 수도권으로 옮겼다.

LG전자는 2020년 구미공장 TV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보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공장을 경기도 파주시로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 구미 2·3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설비를 모두 철거했다. 2020년에는 1·2공장을 매각했고 구미공장 사원용 기숙사도 팔았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구미사업장을 충북 보은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떠난 포항과 구미 등의 주요 산업단지에 중견기업이 지자체의 투자유치노력으로 이전해 오고 있으나 대기업의 파급효과에는 못미친다. 기업논리로 떠나는 대기업을 지자체가 지역정서를 내세워 붙잡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실정이다.

황중하 경북도 투자유치실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정서에 호소해 대기업의 이탈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재벌계열의 대기업의 수도권과 해외이전에 대해 국가균형발전과 장기 산업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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