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쓴 최영기 교수
"수학이 국가경쟁력인 AI시대 '쓸모있는 수학' 가르쳐야"
'아름다운 수학이 '지겨움'으로 전락
■ 스스로를 '수학의 안내자'라고 정의했다.
수학 분야에선 '위상기하학'을 전공했다. 위상기하학은 손잡이가 하나 있는 컵과 도넛은 구멍이 하나이기 때문에 같은 도형으로 본다. 수학 교육학 분야에서는 전공인 기하학을 토대로 관련 교육법을 연구한다. 대중에게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끊임없이 궁리한다.
■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이고 '감동'이 있다고 했다.
기원전 300년 경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가 쓴 '원론'은 "점은 부분이 없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그 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된다는 것, 형태를 이룬 모든 것이 수학의 대상이 된다는 '보편성'을 인지하게 됐다.
'0'의 발견은 어떤가? 숫자 0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발상 중의 하나다. 존재하지 않는 무(無)를 숫자로 표현한 뒤 자릿수 개념과 십진법, 사칙연산을 통한 계산이 가능해졌다.
우주의 언어도 수학이다. 우주는 물리법칙으로 설명되고 물리의 세계는 수학으로 표현된다. 수학의 태생은 아름다움과 감동이다. 지금과 같은 '지겨움의 상징'이 아니었다.
■ 중·고등학교에서 '수포자'가 계속해서 생겨나는 이유는?
잘못된 교육 때문이다. 세상에서 수학을 가장 못하는 사람은 덧셈뺄셈이 안되는 사람이 아니라 '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수학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키는 건데 우리 교육은 이미 만들어진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많은 양의 문제를 풀게 해서 그 경험을 통해 더 많은 문제를 더 잘 풀게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사고방식이다. 물론 수학에서 문제를 푸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다. 지금의 수학 교육은 오직 대입을 치르기 위한 '특수한 쓸모'로 전락했다.
■ 수학은 선행학습의 대표다. 수학 교육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행학습으로 효과를 봤다고 착각한 다수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수학에 흥미와 관심을 잃는다. 수학 교육은 '나선형 교육'이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듯 학생들의 생물학적 나이에 맞춰 단계별로 오르도록 교육과정이 계획돼 있다.
초등학생 때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다. 미지수를 중학교에서 배우는 이유다. 이를 무시한 채 선행학습을 시키면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암기만 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결국 흥미를 잃는다.
■ 수학의 특수한 쓸모와 보편적 쓸모란?
대입을 위한 수학 공부는 수학을 '특수한 쓸모'를 지닌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입시가 끝나면 수학은 버려진다.
수학의 가장 큰 매력은 '문제 해결력의 향상'이다. 인생은 수많은 문제들의 집합으로 구성돼 있다.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진로를 정하는 일까지 매순간 문제를 풀며 살아간다. 인공지능(AI)과 IT의 발전으로 이미 우리 생활과 산업은 수학적 사고가 매우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민의 평균적인 수학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가 국가경쟁력이 된다. 4차산업혁명은 모든 산업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AI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공용어가 수학이다.
미적분만 해도 이공학부터 경제·사회과학 분야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정작 수학 경쟁력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수학을 포기한다. 학생들이 수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수학의 '보편적 쓸모'에 집중해야 한다.
■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중·고등학생들이 보는 수학책이나 시험에서 실생활과 관련된 데이터보다 가상의 조작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실생활 속 데이터를 수학 문제에 사용한다. '지금껏 이렇게 공부해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발전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수학 교육도 개념의 통찰을 위한 안목을 키워주는 길로 가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다.
김한나 내일교육 리포터 ybbnni@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