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전략'으로 집값 승부수 던진 SH

2022-03-08 11:14:48 게재

공기업 최초로 보유자산 내역 공개

세곡지구·고덕강일 분양원가 밝혀

성과내야 시장 영향, 재원·부지 과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전국 공기업 최초로 자산 공개에 나섰다. SH가 지은 아파트의 분양원가와 수익을 공개한데 이어 건물·토지 등 보유자산 내역도 다 깠다. SH의 공개·투명전략이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승부수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SH는 7일 누리집을 통해 공사가 보유한 장기전세주택 2만8282호의 취득가액과 장부가액, 공시가격 등 자산내역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SH 본사에서 김헌동 사장이 강남구 세곡2지구 1·3·4·6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장기전세주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시프트(Shift)'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공공주택이다.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장기전세로 거주할 수 있게 해 주택가격을 안정 시키려는 시도였다. 무주택 중산층을 겨냥, 중형 평형 위주로 공급하고 주변 시세의 50~80%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SH는 지난 15년간 약 3만3000호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했다. 이날 공개 대상은 이 가운데 SH 소유로 재산세 부과대상인 2만8282호에 대한 것이다.

SH가 보유한 장기전세주택 취득가액은 토지 약 3조3234억원, 건물 약 4조1156억원으로 총 7조4390억원(호당 평균 2.6억원)이다. 장부가액은 토지 약 3조3141억원, 건물 약 2조9153억원(호당 평균 2.2억원)으로 총 6조 2293억원이며 공시가격은 토지 및 건물 약 16조5041억원, 시세는 약 32조 1067억원으로 나타났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토지·건물은 시세의 5분의 1 수준, 공시가격은 가구당 평균 5억8000만원으로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김헌동 신임 SH 사장의 공개·투명 전략의 일환이다. 자산 공개를 통해 공사 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반값 아파트 등 주택공급 추진 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헌동 SH 사장은 "시민들이 언제나 SH의 자산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매달 공개하고 있는 분양원가 내역과 함께 보유 자산 공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H는 김 사장 취임 이후 매달 자신들이 지은 아파트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덕강일 4단지, 지난 1월 송파 오금 1·2단지 및 항동 2·3단지 조성 및 건설원가를 공개했고 지난달에는 강남권 4개 단지 원가를 추가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세곡2-1단지와 2-3단지 ㎡당 분양원가는 각각 314만4000원과 325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평당(3.3㎡) 분양원가로 따지면 1039만~1075만원 선이다. 당시 분양원가는 1355만~1356만원에 형성됐다. 분양수익률은 20.7~23.3%에 달한다. SH가 공공 이익을 앞세워야 하는 공기업임을 감안하면 분양가를 낮추거나 건축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김 사장은 "강남지역이라도 건설원가가 타 지역과 유사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제는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고 질 높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H의 공개·투명 전략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원가 공개가 반값 아파트 실현의 근거 제공 차원을 넘어 시장에 영향을 끼치려면 실제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공개·투명 행보는 긍정적이며 특히 젊은층의 내집마련 기대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향력을 끼치려면 물량이 충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재원과 부지확보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설사 공간을 확보해도 주택만 무더기로 짓는 것이 향후 도시계획상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긍정 측면이 많지만 장기적으론 원가 공개 때문에 민간 참여가 주춤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 참여없인 지속적인 물량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활성화할 수 있는 혜택 부여 등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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