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 Mr.마켓에 굴복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미국 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향후 2~3주 내 군사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겠다. 이란전 핵심 전략목표의 완수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 협상이 진행중이며 만약 협상 실패시 전력망, 발전소를 타격하겠지만 석유시설은 가장 쉬운 표적임에도 의도적으로 타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쟁 종결을 언급한 배경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쟁 피로감에 ‘Mr.마켓’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갤런당 4달러, 유가가 바꾼 전쟁 시계
이번 국면의 핵심변수는 휘발유가격이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후 처음이다. 에너지가격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정치변수다.
미국 유권자에게 휘발유가격은 체감물가 그 자체이며,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로 직결된다. 미국 내 휘발유가격이 4달러를 넘어선 순간 11월 중간선거는 사실상 패배를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군사적 승리보다 ‘속도’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쟁의 시간표가 아니라 유가의 시간표에 맞춰 정책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경제전략은 과거에도 반복된 패턴을 보여왔다. 강한 압박으로 시작해 협상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월가의 냉소적 표현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다. 시장이 읽어낸 트럼프의 행동 패턴이다.
이번 이란전쟁 역시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해 협상력을 높이되 시장충격이 임계점을 넘기 전에 출구를 찾는 방식이다. 특히 에너지가격이 통제불능 수준으로 치닫기 전에 전쟁을 봉합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국내 정치환경도 결정적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0% 초반대로 떨어졌다.
전쟁 지지율은 더 낮다.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0%에 못 미치고, 지상군 파병에 대한 지지는 한자릿수에 그친다. 더 주목할 점은 응답자의 66%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전쟁을 신속히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중도층 기준으로 이란전쟁에 대한 순지지율(긍정 마이너스 부정)이 3월 9일에는 –23%, 23일에는 –31%, 그리고 30일에는 –47%로 벌어졌다.
그동안 잘 방어하던 여론지지율이 중동전쟁으로 인해 최저치를 찍으며 내려가고 있다. ‘레임덕’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가장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주 의회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승리하며 미 의회 하원의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를 예고하고 있다. 또 당초 상원은 사실상 공화당이 수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모든 스윙스테이트 주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오하이오 주는 밴스 부통령의 지역구인데 여론조사 결과 우세주에서 강력한 경합주로 여론이 바뀌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승리’보다 ‘비용’을 먼저 보고 있다. 전쟁의 명분보다 생활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정치 지도자가 시장과 여론을 동시에 거스르기는 어렵다. 결국 정책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례는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시장은 단순한 반응자가 아니라 정책을 규정하는 주체다. 유가 금리 환율 주가 등 모든 가격변수는 정치적 의도를 걸러내는 필터로 작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강경한 메시지를 던져도 시장이 이를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정책은 수정된다.
‘타코’로 귀결될 이란 철수 선언
과거 관세전쟁에서도 그랬고 이번 중동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Mr.마켓’은 언제나 냉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는 ‘타코라인’을 가장 빠르게 결론 내린다. 관세전쟁 때는 달러환율과 금리였다면 이번에는 주가와 유가가 '타코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전쟁 최종 목적지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전장이 아니라 시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장은 이미 답을 내렸다.
안찬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