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혼화와 저출산의 그늘, ‘늦어지는 결혼’ 해법 찾기

2026-04-02 13:00:11 게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2023년 0.72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다행히 2024년 0.75명으로 반등한 데 이어, 2025년에는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했다. 비록 대체출산율(2.1명)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하락 기조에서 탈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인 신호로 평가받는다.

출산율 반등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혼인 건수의 반등이다. 혼인 건수는 2023년 반등을 시작으로 2024년 20만건을 돌파했으며 (약 22만건), 2025년에는 약 24만건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혼 출산 비중은 한국(2.5%)과 일본(2.4%) 모두 극히 낮다. 이는 서구권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결혼율의 제고 없이는 출산율의 유의미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1993년부터 2024년까지의 시도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조혼인율(인구 1천명당 혼인건수)과 합계출산율의 상관계수가 0.786에 달해, 혼인율 회복이 곧 출산율 제고의 열쇠임을 입증하고 있다.

결혼율 제고 없이 출산율 상승 어려워

혼인 건수의 증가라는 표면적인 성과 뒤에는 ‘만혼화(晩婚化)’라는 무거운 과제가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16년 30세를 넘어선 이후 2021년 31세에 진입했으며, 2024년 31.55세, 2025년 31.62세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결혼 시점이 늦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첫째아 출산의 평균 연령 또한 2020년 32.25세에서 2025년 33.08세로 증가했다.

만혼화는 혼인 증가에 따른 출산 증대 효과를 반감시키는 주요인이다. 1993~2024년의 시도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여성의 초혼 연령과 합계출산율의 상관계수는 -0.790으로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만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적기에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장애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청년층이 기초적인 여건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체계를 재편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 주거 안정성, 일·가정 양립 지원이라는 세 가지 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층의 일자리 마련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극대화하여 청년들이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돕고,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하더라도 신속하게 재도전할 수 있는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층의 주거 안정성 확보, 결혼 비용 경감 등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여 혼인 연령의 조기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일·가정 양립 정책을 제고하여 결혼이 청년층의 커리어를 방해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으며, 결혼과 출산의 선순환적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만혼화 추세를 완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이미 발생한 만혼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난임 시술 지원 강화, 난임 예방 및 조기 개입(가임력 보존 지원), 고위험 산모 및 고위험 신생아 대응 의료 인프라 강화 등 만혼 시대에 걸맞은 두터운 보호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만혼화에 대한 정교한 대응 방안 절실

출산율 반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혼인 건수 증가라는 불씨가 만혼화라는 찬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정교하고 입체적인 대응 방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