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후보자 이해충돌 논란

로펌 고문 재직 중 법률자문 기업의 사외이사 '겸직'

2022-04-25 11:46:52 게재

상법상 변호사는 안 되는데 고문은 관행적 가능

법무부 "소득세 원천징수 등 피용자 확인 필요"

한덕수 "결격요건 미해당, 적법하게 업무 수행"

남인순 "차량·사무실 제공, 소득세 원천 징수"

한덕수 총리후보자가 '로펌'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법률자문계약을 맺은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로펌의 변호사가 계약관계인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상법에서 차단해 놨다. 하지만 '고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고문은 예외'라는 관례가 일반화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서는 로펌 고문이 '피용자'인 경우엔 변호사와 같이 겸직이 불가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25일 한 후보자 청문특위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에쓰오일(S-OIL)의 법률자문 계약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한 후보자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에쓰오일 사외이사 겸임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감시를 통해 대주주를 견제하는 사외이사 제도에 반하며,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병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25일과 26일로 예정된 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자료제출을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의원, 신동근 의원. 사진 연합뉴스


상법 382조 제3항 제6호에는 사외이사 결격 요건으로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의 이사, 감사, 집행임원 및 피용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계약관계에 있는 로펌의 변호사는 해당 기업의 사외이사로 겸직할 수 없다.

하지만 고문 등 전문인력의 경우엔 '피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외로 인정받아왔다.


남 의원은 "한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급여를 받는 피용자에 해당하여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 이해충돌 가능성,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특위 서면답변에서 "법무법인에 소속된 고문은 사외이사 결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선임시 해당 상장회사와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 법률사무소의 고문이 해당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결격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물어본 남 의원에게 "고문이 피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고문이 실질적으로 맡았던 업무의 내용, 업무 수행 방식, 보수의 지급방식 등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며 "△기본급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근무장소 지정 여부 등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이 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은 한 후보자에게 제네시스 EQ900 차량과 사무실을 제공했고 급여와 상여금을 원천징수했다.

◆에쓰오일 사외이사 절반이 김앤장 고문 = 한 후보자의 사외이사 활동도 도마위에 올랐다. '고문에 대한 겸직 예외' 관행으로 에쓰오일은 사외이사의 절반을 계약관계에 있는 김앤장 고문으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이 남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사 11명 중 대표이사인 후세인 에이 알카타니를 포함해 5명은 모두 에쓰오일 최대 주주인 아람코의 임원이며 사외이사 6명 중 절반인 3명이 모두 김앤장 고문이다. 여기에 한 후보자가 들어가 있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지분 63.4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김앤장에게 상장공시 대리인 역할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공직 퇴임 후 민간영역에서 활동하는 동안 정부기관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직업윤리, 법과 양심에 따라 정당하고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며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재직시에도 저의 산업·통상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안건에 대한 검토·분석 및 사전 의견조율 등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했다.

최근 5년간 에쓰오일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28일 개최한 이사회는 아람코 본사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이사회 안건들에 대해서는 사전에 보고받고 토의 및 의견조율 과정 등을 거친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두 찬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남 의원은 "한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겸직해 이해상충 요소가 다분할 뿐만 아니라 37년간 오랜 공직자로서의 경험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활용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김앤장,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아람코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한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다시 공직에 복귀한다면, 국민을 위해 일할지, 기업을 위해 일할지, 공사 구분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청와대 김한규 비서관 "잘못된 지명" = 김앤장 출신의 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로펌에서 변호사로 오래 일한 경험"을 토대로 "공직을 그만두고 사적인 영역에서 일하기로 선택했던 사람을 다시 고위 공무원으로 부르고 또 그런 사람이 스스로 선뜻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큰 문제"라며 "이는 공무원들의 업무를 크게 위축시키고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로펌에서 전직 공무원들은 공직생활로 쌓은 전문성을 토대로 내부적으로, 또 고객들에게 자문을 한다. 그 전문성에는 인적인 네트워크도 당연히 포함이 된다"며 "후보자로서도 다시 공직의 기회를 기다렸다면 로펌에 가서는 안 됐고 일단 로펌을 선택했다면 공직 복귀제안을 받아들여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잘못된 후보자 지명"이라며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국회를 상대하는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직접 한 총리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나 인준 거부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소위 '전관'이라는 이유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무수행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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