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고독사·자살, 예방 가능한 과제
우리 사회는 급격한 경제·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은 2024년 기준 전체 가구의 약 35%를 차지한다.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가구가 됐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를 넘어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자살과 고독사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다. 실업 빈곤 질병과 가족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 △건강악화 △배우자 사별 △사회적 관계 축소가 겹치면서 극심한 외로움과 절망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 문제 역시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관계기관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 발생 건수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독거노인뿐 아니라 중장년 1인 가구에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사회적 연결망이 느슨해지거나 끊기는 위기 순간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의 핵심 대책으로 경제적 안전망 강화와 정신건강 지원 확대를 꼽는다. 실제로 ‘경제적 위기와 실직’은 자살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과 채무조정, 노인 빈곤 완화 정책은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생명을 지키는 예방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 조기검진과 정신건강 상담 확대,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지속적인 사례관리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이웃의 관심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마련해도 주변의 작은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제때 발견하기 어렵다. 정기적인 ‘찾아가는’ 안부 확인과 공동체 활동 참여,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자살과 고독사를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단 한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게만 해줘도 절망적인 순간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된다.
생명은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살과 고독사는 개인만의 문제도 국가와 지자체만의 과제도 아니다. 지역사회 시민과 기업 직장 종교단체들의 공통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과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 그리고 이웃 간의 연대가 함께할 때 우리사회는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삶을 포기하는 경우를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