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전쟁은 군사력만으로 이기지 못한다
역사상 인류가 벌인 전쟁의 승패는 반드시 군사력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강대국 또는 군사력이 강한 국가가 반드시 승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자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강대국을 좌절시킨 사례가 부지기수다.
미 조지아대 패트리샤 설리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강대국이 약소국과 전쟁에서 패배한 확률은 무려 39%에 이른다. 설리번 교수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강대국으로 지칭되는 미국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가 약소국과 싸운 122건의 전쟁과 군사개입을 분석했다. 미국은 34건의 군사개입 가운데 10건에서만 성공적으로 철수했다.
강대국이 약소국과 전쟁에서 패배한 확률 39%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미-이란 전쟁에서 미 전략가들의 머리에는 이러한 사실이 맴돌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우고 특히, 자국에서 발진하는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영토를 마음대로 유린해 이란 군사작전에는 성공했다. 반면 이란은 미 본토에 대한 공격수단이 전무해 미 군사기지가 있거나 미국과 협력적인 걸프만 국가들을 공격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전쟁은 미국의 완승으로 끝나야만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 채 ‘전쟁의 늪’을 두려워해 지상작전을 꺼리고 있다. 그리고 종전협상에서 미국은 중간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상황과 물가상승 등 경제상황을 의식해 시간에 쫓기고 있다. 반면 이란은 결사항전을 외치면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수개월 전에 있었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작전을 ‘호시절’로 그리워할 만하다.
전쟁의 승패에서 군사력 이외의 요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군사력의 격차만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군사력 증강론자들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 전설적인 군사전략가인 손자는 전쟁을 판단하는 다섯 가지 요소로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제시했다.
이들 가운데 군사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장수의 기량에 관한 장과 군대의 편성을 말하는 법이다. 손자는 이어 군사력에서 좀더 헤아려야 할 사안으로 법령 준수, 군대 사기, 훈련, 신상필벌을 제시했다. 이들 군사력과 관련 요소로 미군과 이란군을 판단한다면 누구나 쉽게 미군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이 이란에서 지상작전에 돌입하지 못한 것은 군사력 이외의 요소인 지와 관련돼 있다. 이란은 엘부르즈산맥 자그로스산맥이 남북 국경을 따라 성벽처럼 둘러쳐 있다. 이들 산맥은 해발 1000m의 중앙고원과 사막지형을 둘러싸고 있어서 이란은 ‘중동의 요새’로 불렸다. 이런 지형적 요인은 베트남의 밀림에 못지 않은 작전적 불리함을 공격자에게 안겨주게 된다.
손자병법에서 전쟁 승패의 첫번째 중요한 요인은 ‘도’다. 도는 전쟁의 명분을 의미한다. 손자는 명분을 국민과 공유할 때 죽고 살기를 함께 하며 전쟁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번 이란전쟁은 미국은 전쟁명분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지와 국제수로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내걸었다. 전쟁 전에 진행된 미-이란의 핵 협상 과정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지만 두 명분은 미국민과 세계에서 일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란은 시오니즘에 대한 공격과 자국 방어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이란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란 내부의 혁명수비대가 이슬람 체계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국내 반대시위를 탄압하는데 앞장서는 등 오히려 분열을 초래해 스스로 명분을 퇴색했다.
이스라엘의 무리한 전쟁 행동 잃어버린 정당성
보다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킨 군사작전은 이미 군 작전의 비례성의 원칙을 넘어선 반인륜적 행위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국제적 고립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이번 일로 모두가 이스라엘을 싫어하게 됐다”고 분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혐의로 법정에 세워지는 것을 피하고자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도 공공연하다. 전쟁 명분에서 이미 큰 손상이 된 상태다.
이런 상황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전쟁 참여에 대한 냉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반대로 적으로 지칭된 팔레스타인 헤즈볼라 이란의 결속과 분발을 촉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리한 전쟁 행동은 전쟁 명분에서 뒤틀린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김성걸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