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사경 '카카오 김범수 혐의입증'에 수사력 집중

2023-10-27 10:49:54 게재

피의자 18명, 디지털 포렌식 작업 속도

증거 보강해 구속영장 신청 수순 밟나

배재현 구속기간 문제로 일부 검찰 송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카카오 법인을 포함한 일부 피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카카오엔터 검찰송치 |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26일 서울 영등포구 카카오뱅크 여의도 오피스의 모습.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금감원 특사경은 26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의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구속된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투자전략실장 A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B씨 등 3명도 같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기간 연장을 통해 최대 20일까지 구속 수사를 할 수 있지만 금감원 특사경은 10일로 제한돼 있어 이달 19일 구속된 배 대표는 구속기소를 위해 검찰로 보낸 것이다.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관련자 2명과 카카오·카카오엔터 등 법인도 송치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카카오 경영의 최정점에 있는 김 전 의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 보강을 벌이고 있다. 검찰에 송치한 피의자 5명(법인 포함) 이외에 현재 김 전 의장을 포함해 13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대상에 올라져 있다.

특사경은 이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기기에 대한 포렌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사경은 "5인에 대해 우선 송치했으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해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확인된 공모 정황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금융범죄 조사 전문가인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을 위해서는 혐의 입증을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포렌식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사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사경이 밝힌 배 대표 등의 피의사실을 보면 이들은 SM엔터에 대한 기업지배권 경쟁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사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고가매수 주문과 종가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통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상승·고정시키는 등 시세조종을 하고, 관련된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사경은 "이들의 범행은 내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 절차로 진행됐고,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이나 은폐방법을 자문받는 등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위반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해 손해를 끼친 것은 물론, 인수경쟁에서 '불법과 반칙'이 승리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으며, 금융전문가그룹, 법률전문가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건으로 자본시장의 근간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2400여억원의 회사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김 전 의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28일 장내거래를 통해 SM엔터 주식 105만4341주를 매수했다. SM엔터 전체 지분의 4.43%에 이르는 규모다. 또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9%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금감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부서에서 조사에 착수, 시세조종 혐의를 포착해 긴급조치(패스트트랙)를 통해 사건을 검찰로 이첩시켰다. 서울남부지검은 직접 수사에 나서지 않고 사건을 금감원 특사경으로 보내 수사를 진행시켰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부서에서 이미 기초 조사를 탄탄하게 해놓은 상태로 사건을 검찰로 보냈고 금감원 특사경이 수사를 맡으면서, 강력한 협조체제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끌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서울본원(파견자 제외)의 특사경 인력이 15명에 불과해 증거 보강과 추가 송치, 구속영장 신청 등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인력을 확대할 수 있는 검찰과는 상황이 다르다. 금감원은 특사경과 조사부서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력 확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소극적인 자세 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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