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1인가구·부채 증가 … 생명 유지 위협
자살에 미치는 환경 악화
선제 대응, 모니터링 필요
자살은 사회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코로나19 이후 자살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울감 등 정신건강과 경제 상황의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모니터링과 더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 10월호에 실린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사회의 여건 탐색' 보고서에서 "실제 자살사망자의 94%가 사망 전 식욕부진이나 무기력함과 같은 경고 신호를 보인다. (자살은)주변의 사소한 관심과 도움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고일 수 있다"며 "정책의 대상이 되는 위기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삶의 만족도 낮은 고령인구, 저소득층 주목해야 = 고 부연구위원은 먼저 자살 위험에 취약한 고령인구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통계청 조사 결과 65세 이상에서 '자살 충동 있었다'고 응답한 경우가 5.5%로 전체 연령층 평균 5.7%보다 낮지만 2010년 4.9% 자살충동 비율보다 증가했다. 실제 세계적으로 높은 노인자살률은 대책 수립 필요성을 따지는 고민을 덜어준다.
65세 이상 인구의 자살 이유에는 '신체적 정신적 질환, 장애 때문에'의 비중이 크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 비중과 함께 질환 우울감 장애와 더불어 외로움 고독 비중이 높은 특성을 고려해 차별적인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1인가구 증가도 자살환경을 악화시킨다. 1인가구는 2000년 15.5%에서 2021년 전체 가구의 33.4% 정도로 나타났다. 여기에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5년 23.5%에서 2020년 31.9%로 늘었다. 1인 가구는 소통 결여, 외로움과 고독, 경제적 문제 등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신체정신건강 위험에 취약하다.
2022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1인가구의 자살 충동 경험은 7.9%로 2인 이상 가구의 자살 충동 경험 5.3%보다 높다. 1인가구의 자살 충동 이유는 '신체적 정신적 질환 또는 장애'(36.0%), '경제적 어려움'(26.7%) 순으로 높았다. '외로움 고립 때문에' 응답 비율이 16.5%로 2인 이상 가구원의 같은 항목 응답 비율인 5.6%보다 세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사회관계망에 나타나는 고립문제의 심각성은 악화됐다. '세계행복보고서2023'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고립 인구 비율은 2022년 19.0%로 OECD 가입국 중에서 높은 편이다.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태가 필요한 경우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2021년 79.6%로 2년 전보다 3.7%p 줄었다.
통계개발원 2023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최근 3년 평균은 5.9점으로 OECD 평균 6.7점에 못 미친다. 튀르키예 콜롬비아에 이어 세번째로 낮다. 고령층 저소득층 기능노무직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제 악화 속 고립감, 위기 높여 = 자살 충동 이유 중 '경제적 어려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나듯이 경제 악화는 자살에 악영향을 미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2년 가계부채 대란, 2008년 금융위기로 우리나라는 급격한 자살률 증가를 경험했다.
최근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22년 3624만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취업상태에 따라 자살 사고는 정규직 0.7%, 비정규직 1.4%, 무직 학생 주부 2.4%로 비정규직일 때 자살 생각이 높게 나타난다. 자살 계획도 정규직 0.2%, 비정규직 0.3%으로 나타났다.
자살률 증가에는 경제 위기 자체보다 경제적 양극화에 기인한다. 소득 격차는 최근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경험하면서 심화됐다.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코로나19 전후로 2019년 4.76배에서 2021년 5.23배로 높아지는 등 소득과 자산 격차는 커지고 가계 부채는 급격하게 늘었다.
부채는 개인과 가계에 심리적 부담을 주고 가정해체와 생활고 등의 환경변화 위험도를 키워 자살생각을 유발하는 직·간접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50대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부채 증감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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