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AI 감사’ 주도권 경쟁…중견회계법인도 가세

2025-12-11 13:00:03 게재

솔루션 설명회에 ‘업무 자동화’ 강점 내세워… 감사 효율성 강조

삼일·안진은 솔루션 판매 … 기업정보 유출 우려 ‘보안’ 중요 이슈

감사업무에 AI(인공지능) 도입이 확산되면서 디지털 감사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대형 회계법인(빅4)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견회계법인들도 연합해 AI 감사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회계업계의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11일 오전 개최한 ‘AI와 데이터 혁신 시대의 회계·세무 IT 솔루션’ 설명회에서 빅4 회계법인들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소개하며, AI 도입이 감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들 솔루션은 대부분 업무 자동화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실제 분석 과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오류 가능성 때문에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업무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SARA(Samil Audit Resource Assistant)를 개발했다. SARA는 웹 기반 감사 자동화 툴인 SARA웹, 엑셀 기반 감사 자동화 애플리케이션인 SARA엑셀로 구성돼 있다.

SARA웹에는 이사회 의사록·주요 계약서 정리 등 감사설계 문서(Planning 조서) 작성 AI, 계정과목별 감사절차 안내 기능인 ‘감사 로드맵’, 내부통제 운영효과성 테스트를 지원하는 AI 기반 ToC 자동화 솔루션, 매출 계정 증빙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 등이 포함돼 있다.

매출 계정 증빙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은 ‘증빙자료 업로드 → 데이터 자동 추출 → 대사 및 검증’까지 일관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삼정회계법인은 디지털 감사를 위한 AI 기반 ‘감사 검산 자동화 도구’(Smart Footing Tool)를 개발했다. 회사가 제시한 보고서 파일(DSD)의 정합성 검증 업무(합계 검증, 재무제표–주석 간 대사, 전기 숫자 대사, 버전 비교)를 보조한다. 이를 통해 검증 소요 시간은 크게 줄고, 처리할 수 있는 보고서 수도 확대된다.

또한 삼정KPMG는 회계·감사 지식 검색 플랫폼 ‘AuditSay’를 개발했다. 회계 이슈 검토 리서치 시간은 난이도 ‘상’ 기준 기존 8시간에서 20분으로 단축돼 약 9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자체 개발한 회계 전문 AI Agent는 회계·감사 기준서 정답률이 97% 이상”이라며 “ChatGPT-4o의 정답률(88%)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회계·감사기준서 번역 정확도도 91.8%로 GPT-4o(80.8%) 대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감사품질과 위험평가를 동시에 강화해, 단순 효율화가 아닌 위험평가·진단 중심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총계정원장 테스트, 부정식별 위험 탐지 툴이 내재된 국내 유일 ‘All-in-One’ 통합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또 자금 관련 통제활동 점검을 위한 ‘Cash Proofing 로직’이 내장돼 있으며, 올해부터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사에 자금부정 대응 통제활동 공시 의무화가 적용되면서 관련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회계흐름과 현금흐름 비교를 통해 자금 관련 통제활동의 미비점을 진단하는 ‘딜로이트 Cash Proofing 분석 시스템’도 시연됐다.

한영회계법인은 AI가 내재된 통합감사 플랫폼(EY CANVAS)을 선보였다. AI 기반 전수 데이터 분석, 이상거래 및 특이 패턴 탐지, 연결감사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뿐 아니라, 기준서 자동 검색·실무 가이드 제공, 증빙 문서를 읽고 분개 원장과 대사하는 기능,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반 단순업무 자동화 등도 포함된다.

이승영 딜로이트안진 ‘AI Asset & Analytics 그룹’ 리더는 “현재 빅4 회계법인 솔루션은 대부분 업무 자동화 중심”이라며 “자동화를 통해 공개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감사하는 단계에서 점차 콘텐츠 분석 중심으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 분석 업무에 AI를 사용할 경우 1% 오류가 전체 결론을 뒤흔들 수 있어 위험이 크다”며 “글로벌 회계법인들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감사 솔루션 판매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견회계법인들이 공동 개발 중인 AI 감사 솔루션 ‘Audin AI’는 보안 문제가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방대한 분개장·재무제표 데이터를 분석해 감사조서 설계와 입증 절차를 자동 수행할 수 있지만, 기업 자료를 불러오는 과정의 보안·내부통제 신뢰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빅4 회계법인은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 에저·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보안수준의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중견회계법인은 AI 도입과 함께 보안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 부담이 존재한다. 중견회계법인 관계자는 “Audin AI를 내년에 도입하려 하지만 보안 문제로 추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각 분야 해킹 사건으로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금융당국이 글로벌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빅4에도 보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중견회계법인이 개발 중인 AI의 경우, 개발사(스타트업)의 내부통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보안 문제가 넘어야할 산”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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