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생보사, 고금리 영향 엇갈려

2023-11-13 11:14:53 게재

"금리상승기 해지위험 증가 대비 필요"

수년간 이어졌던 저금리 환경에서 최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유럽 생명보험회사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일 보험연구원이 낸 kiri리포트에 따르면 금리 상승으로 인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 반면 독일 생명보험 산업은 지급여력비율이 유지되거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신규 채권에 대한 이자수익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운용자산이익률이 상승할 때 보험회사의 이차역마진에 대한 부담을 줄여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급격한 금리 상승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채권의 평가이익을 떨어뜨리고 보증이율이 낮은 계약의 해지 위험을 상승시키며 소비자의 생명보험 신규 가입 유인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생명보험 산업의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해지 패널티가 적고 원가에 기반한 투자수익률이 낮은 유배당 생명보험 상품으로 이뤄져, 금리상승에 기인한 해지 위험에 취약한 구조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험회사 포스테 비타(Poste Vita)의 경우 해지 위험이 전체 요구자본의 50억유로 중 46억유로를 차지해 대량 해지 재보험 가입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32%p 상승시키기도 했다.

다른 이탈리아 생보사 유로비타(Eurovita)는 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낮은 지급여력비율(134%)을 보였다가 금리 상승으로 2023년 초 지급여력비율이 100% 이하로 급락해 감독당국의 특별관리대상이 됐다.

반면 과거에 비교적 이율이 높은 상품을 판매한 독일 생명보험회사는 이 기간 지급여력비율이 유지되거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에르고(ERGO)생명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2021년 440%에서 2022년 654%로, 아토라(Athora)생명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279%에서 412%로 대폭 개선됐다.

독일 알리안츠생명보험의 개별 위험(시장, 신용 등)에 대한 요구자본은 전년 대비 평균 20% 하락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이율이 높은 정기납 보험상품의 비중이 커 재투자 수익률이 해지 위험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독일 생명보험산업은 금리 상승으로 추가금리준비금 환입분이 늘어나 투자손실을 보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계약자배당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함에 따라 금리상승 기조는 향후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지속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생보사는 물가상승 국면에서 가계의 저축능력 약화 및 대체투자 수요 증가로 인한 보험수요 감소와 해지위험 증가에 대비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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