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업지배구조 공시와 지속경영

2023-12-21 12:08:00 게재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지난 13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지배구조보고서 우수 공시법인으로 삼성SDI 한국가스공사 등 5개 기업을 선정 발표했다. 최근 한 회계법인의 조사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유가증권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019년 52.9%에서 2022년에는 66.8%로 매년 개선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사외이사 장기재직 여부, 내부감사기구 내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및 내부감사기구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과 같이 외관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지표의 준수율이 높다.

반면 집중투표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주주총회 4주전 소집공고 및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과 같이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준수율이 낮았다. 특히 분기별 1회 이상 내부감사기구가 경영진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하고 있는지 여부는 기업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결국 기업지배구조의 형식적인 요건충족은 상당히 달성되었으나,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의 운영과정에서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 공시 확대는 지속가능경영의 기반

기업지배구조는 경영자 주주 채권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통제 및 조정하는 의사결정체계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는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과도하게 보호되지 않도록 균형역할을 수행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10개 핵심원칙, 27개 세부원칙 그리고 60개 필수 기재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준수할 필요가 있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와 관련된 핵심지표 15개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준수 여부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 10가지 핵심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2017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자율공시 형태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2019년부터 연결기준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했다. 2026년부터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의무가 확대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한국거래소가 제정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한다. 10월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와 이사회 역할 강화를 위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먼저 자본시장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절차를 개선했는지, 소액주주 해외투자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지, 자본조달 과정에서 주주 간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 있는 메자닌 증권을 발행할 때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여부를 공시하도록 했다.

다음으로 이사회 역할 강화를 위한 공시가 강화됐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가 동일한 성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이사의 충실한 역할 수행을 위해 이사의 보수결정이 적절한지, 임원책임배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를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자본시장법 이외에도 공정거래법과 외부감사법을 위반해 기업가치를 훼손한 임원들도 공시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공시강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되길 기대

기업지배구조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엔진 역할을 담당한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문제와 근로자 인권 보호, 공정거래 등 사회적인 문제도 건전한 기업지배구조가 갖추어졌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확대가 한국적 소유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지속적인 기업지배구조 공시강화가 자본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