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사회를 흔든 사회분야 10대뉴스
자고 나면 압수수색·정치권 사정 … 사기·강력 범죄 봇물, 서민 고통
윤석열정부 출범 후 검찰은 기다렸는 듯이 사정 칼을 휘둘렀다.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은 수시로 압수수색 소환조사를 당했고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사회분야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카르텔"이라고 지목하면 당국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서민들은 전세사기 주식 사기에 눈물을 흘렸지만 정부 대책 역시 '깡통'이다. 교사들 마저 극단선택을 하고 거리로 나왔다. 묻지마 범죄 역시 기승을 부리고 마약은 청소년층까지 침투했다.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아직 차가운 길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다.
1. 연중 이어진 야권 수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강도 높게 이어졌다.
검찰은 올해 이 대표를 6차례 소환조사하고,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초부터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 대표를 3차례 소환조사한 검찰은 지난 2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을 면했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후에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1차례, 대북송금 의혹으로 2차례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한 검찰은 지난 9월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이 대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고,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위증교사 의혹을 분리해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대북송금 의혹 보완수사와 함께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지시·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받기로 했다는 '428억원 약정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해왔다. 검찰은 지난 8월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을 구속한 데 이어 지난 18일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고 돈봉투 수수의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지난 27일 조사를 받았고, 일부 의원들은 일정 조율을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새해 연초부터 최대 20명에 달하는 돈봉투 수수 의심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연장근로 기준은 주단위"
올해 대법원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많이 내놨다. 그중에서도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판결이 많았다.
주당 연장근로시간 계산법을 처음으로 대법원이 제시했으며,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원청대표에 대해 처음으로 실형을 확정하기도 했다. 또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취지를 반영한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따질 때는 1일 8시간 초과분을 각각 더하는 것이 아니라,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한 뒤 초과분을 계산하는 게 맞는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5일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 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 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하루에 몇시간을 근무했는지와는 무관하게, 1주간 총근로시간을 합산한 값이 40시간을 초과해 총 52시간에 달하는지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1일 8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또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 개인에게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 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비율을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6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A 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2023년 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하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으로 알려졌던 사안이다. 같은 취지로 현대차가 노조원을 상대로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도 원고 패소(노조원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원청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확정되는 첫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원청 대표이사가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에서 심리한 첫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이기도 하다.
A씨는 작년 3월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B씨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3. 서민들 울린 전세사기
올해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과 빌라왕, 건축왕 사건 등이 터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갭투자 실패로 인한 깡통주택이 서민경제를 집어 삼켰다.
피해자들은 사회경험이 일천한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다수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전세사기 일당들은 부동산 지식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을 노렸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깨끗한 주택을 찾는 신혼부부들의 피해도 컸다.
범행에 쓰인 재료는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 빌라와 다세대였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와 다세대주택 거래는 찬밥신세가 됐다. 매매는 물론 전·월세 거래도 끊겼고 시세는 하락하고 있다. 문제없던 임대인들도 시세가 하락하면서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반대로 아파트 수요는 크게 늘었다. 실수요자들이 빌라와 다세대를 피해 아파트로 향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1~11월 사이 빌라와 다세대 등 전월세 거래가 13% 넘게 떨어진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역대 최대치인 25만건을 기록했다.
수사와 재판은 진행중이다. 올 7월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꼽힌 여성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빌라왕'으로 불린 또 다른 전세사기범도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씨가 임차인 118명 중 2명에 대해서만 보증금을 반환했을 뿐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유명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범행에 사용될 매물을 정상 매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넓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선구제한 후 후회수하는 내용의 전세사기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야권이 주도한 이 법은 전세사기 피해 보증금 금액을 정부가 먼저 보상하고, 경매 등 절차를 통해 정부가 자금을 회수하는 내용이다.
다만 전세제도 개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도인데다가 정비해야 할 법제도가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4. 계속 증가하는 마약 범죄
사법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마약사범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대검과 경찰청, 관세청, 해양경찰청, 국방부, 국정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단속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2만239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5182명)에 비해 47.5% 늘어난 수치다. 밀수·밀매·밀조 등 공급 사범의 경우 전년 동기(3991명) 대비 82.9% 늘어난 7301명으로 집계됐다.
적발된 마약사범 중 10대는 1174명, 20대는 6580명으로 전체 마약사범 중 34.6%를 차지했다. 특히 10~20대 마약사범은 전년 동기(5041명) 대비 53.8% 늘었다.
마약류 압수량도 전년 동기(635.4kg) 대비 43.2% 증가한 909.7kg로 집계됐다.
특수본은 "SNS, 다크웹, 해외직구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10∼20대 젊은 층의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마약만큼이나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의료기관을 통해 마약류 투약을 일삼던 중독자들이 강력 범죄를 연달아 일으키면서 일명 '성지'로 불리는 의료기관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들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법망을 피해 식욕억제제나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 치료제 등 마약류 처방을 남발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전국에서 마약류를 가장 많이 처방한 대구 소재 A의원은 3만1804명의 환자에게 2216만개, 1인당 평균 697개의 약을 처방했다. 식욕억제제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마약류인 펜타민 등을 주로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페티딘·펜타닐 등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의료용 마약류의 남용 문제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의료인이 타인에게 불법 처방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거나 '셀프 처방'한 뒤 의료 외 목적으로 사용·유통한 경우 초범이라도 사안이 무거우면 구속해 수사하기로 했다.
5. 초등교사 극단적 선택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육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해당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 학부모와 학생이 사회지도층 가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관련 학부모 중 경찰·검찰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까지 제기됐다.
교권이 추락하는 가운데 억눌려 있던 교사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집회를 열었다.
이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사망한 사건은 물론 교육부에 근무하는 사무관 출신 공무원의 갑질 사건,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기간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들이 수면 위에 올랐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되지 않은 9월 대전에서도 초등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치권도 뒤늦게 나섰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은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정부도 학교폭력 사건 전담 조사관을 도입해 교사가 아닌 퇴직 경찰·교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경찰은 서이초 교사에 대해 심리적 부검까지 했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해 사건을 종결했다. 유족과 교사노조 등은 이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6. 강력사건에 온 나라 들썩
6월 21일 경기 수원시 아파트 냉장고에서 출생신고도 안 된 영아 시체 2구가 발견됐다. 범인은 친모인 30대 여성이었다. 세상에 태어났지만 서류상 존재하지 않은 영아 실태가 알려지자 정부는 긴급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정부와 경찰의 집중 수사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 부모에 의해 살해·유기 당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2015년 이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은 2267명, 이 중 256명은 이미 사망했다는 발표됐다. 이에 국회는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보호출산제와 출생신고제를 도입,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여름 잇달아 발생한 이상동기(묻지마) 범죄도 영아 살해만큼이나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번화가에서 조 선이 흉기를 휘둘러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이어 8월 3일에는 최원종이 차량을 몰고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앞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행인을 치고, 쇼핑몰로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같은 달 17일에는 관악구 한 공원에서 최윤종이 성폭행을 목적으로 30대 여성을 공격했다. 최윤종에게 너클을 낀 주먹으로 맞고 목이 졸린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피해자는 출근 중이던 초등학교 교사였다.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살인 예고' 글까지 겹치며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동원한 특별치안활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대상과 범위가 넓어졌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특정강력범죄(살인·존속살해, 강간·강제추행, 미성년자추행 등), 성폭력 범죄로 한정됐던 신상 공개 대상 범죄가 내란·외환, 범죄단체조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마약 관련 범죄 등으로 확대된다.
7. 해 넘기는 이태원참사 해법
지난해 10월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연내 통과를 바라던 유족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경찰과 검찰의 조사는 형사 처벌을 위한 위법 행위 여부에 치중돼 '꼬리자르기' 였고 국정조사도 정치적 공방에 치우쳐 제도 개선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해 왔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4월 야4당은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183명 명의로 발의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 법안은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검사가 필요한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미 경찰 수사와 국회의 성역 없는 국정감사를 통해 사고 원인 규명이 됐다"면서 "참사를 이용한 불필요한 정쟁과 소요적 논쟁이 있고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법을 반대해 왔다.
그러다 국민의힘은 이달 14일 뒤늦게 또 다른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진상규명에 대한 내용은 빼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위원회 구성, 신체·정신·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 등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을 위한 피해지원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법안에 담았다.
하지만 야당이 반발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조사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해 특검 조항을 삭제하고 법 시행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놨다. 이마저도 여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28일 민주당이 원내대표 간 회동 이후 내달 9일까지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이때까지 여당과 합의가 되면 김 의장 중재안을 처리하고 합의가 불발될 경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9일 원안대로 의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이날 '실망감이 적지 않다'는 입장문을 내고 "국힘은 지난 8개월 동안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전혀 협의에 나서지 않았다"며 "(국힘은)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의에 나서 이번에야말로 국회가 합심해서 진상규명에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8. 사법리스크 휩싸인 재벌
계묘년 한 해는 재계 총수들이 각종 의혹과 집안 다툼으로 잇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혐의로 3년이 넘도록 재판을 받고 있으며, LG 구광모 회장은 상속 다툼으로, SK 최태원 회장은 이혼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지 얼마되지 않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는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이 넘도록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에 따른 분식회계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이재용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6일 열린다. 지난 11월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구광모 회장은 모친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씨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세 모녀측은 ㈜LG 주식을 포함한 상속 재산을 법정비율에 따라 재분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이해와 동의 없이 협의가 이뤄졌고, 구 회장에게 유리하게 재산이 분할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LG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상속이 이뤄졌으며, 세 모녀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달 9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초 1심 결과가 나온 지 11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71일 만에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전 임원과 시민단체 고발로 또다시 수사대상이 된 것이다. 경찰은 태광CC가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대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9. '순살 아파트' LH 전관 홍역
올 4월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다. 사고 조사 결과 무량판 구조 건축에서 핵심인 전단보강근(철근)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철근 빠진 아파트라는 의미에서 '순살 아파트'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뒤늦게 전수조사에 나섰고 LH가 발주한 아파트 23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LH계약을 분석해, 퇴직자 142명이 근무하고 있는 60개 업체 명단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금액 기준 전체 77% 이상을 LH로부터 수주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검찰이 입찰 과정에서 부조리, 부실시공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LH는 물론 설계·감리업체들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LH가 독점해 온 공공주택 사업 일부를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주택 분야에 있어 LH와 민간기업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든 셈이다. 또 설계와 시공 등 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실공사 사태 발생 원인에 대한 감사' 내용이 담긴 '2022회계연도 결산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 시켰다. 감사원은 3개월 이내 감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감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중간보고 후 감사기간을 2개월 내에 연장할 수 있다.
10. 주가조작 대규모 피해
올해는 대형 주가조작(시세조종)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4월 SG증권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터졌다.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 총 8개 종목이 '먹잇감'이 됐다.
10월에는 영풍제지 주가폭락 사건이 발생했다. 영풍제지와 최대 주주인 대양금속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검찰 수사 결과 사채업자가 낀 주가조작 세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10개 계좌를 동원 영풍제지 주식을 8875회 시세조종 해 2789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일당 8명이 구속기소 됐고 총책으로 지목되는 이 모씨는 수사 당국이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도 한해 이슈화됐다.